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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7 20:32 수정 : 2013.10.09 16:58

스위스 투르강 셰포일리 지역의 복원 전(왼쪽)과 복원 뒤의 모습. 일정한 폭과 수심의 물길이 곳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고, 강 곳곳에 생태적 가치가 높은 하천 지형인 여울과 모래톱들이 만들어져 있다. 스위스 수자원관리국 제공

직선화 인공물 해체하고
강 주변 범람지 조성해야
땅 소유주들 반발
경관 변화 거부반응까지

시간 오래 지나면
잘못된 하천공사에 길들여져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스위스에서도 현재 하천 복원이 한창이다. 2011년 제정된 ‘하천보호법’에 따라 향후 수십년간 총 4000㎞의 하천을 자연상태로 복원할 예정이다. 이미 복원된 하천 구간도 400㎞나 되는데 가장 돋보이는 프로젝트는 ‘투르 복원’이다. 투르 강은 취리히, 상트갈렌 등 스위스 주요 도시를 거쳐 라인 강으로 유입되는 길이 125㎞의 중형 하천이다.

1874~1893년 투르 강 직강화 공사 이후 갑자기 토사가 많이 쓸려내려와 쌓이자 강물이 넘쳐나며 홍수가 증가했다. 이후 제방강화 공사와 홍수의 힘겨루기 역사가 시작됐다. 1977년과 1978년 대홍수가 연달아 일어나 곳곳에서 제방이 무너져내리자 스위스 정부와 국민은 하천정책을 바꿀 필요성을 절감했다. 투르 강 복원사업은 1983년부터 2020년까지 3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미 완공된 구간들은 성공적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투르 복원은 독일 뮌헨의 ‘이자르 플랜’과 마찬가지로 강이 자유롭게 흐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강을 좁게 가두었던 직선형 인공 호안을 철거해서 강기슭의 자연스러운 침식을 유도했다. 그러자 강은 넓게 펼쳐져 구불구불 흐르며 여울과 소 등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냈다. 강 폭이 넓어진 결과 비가 많이 와도 유속이 빨라지지 않아 홍수방지 효과는 월등했다. 강변 생태계도 회복됐다. 150년 전 멸종된 것으로 보고된 조류가 되돌아왔다. 복원된 투르 강은 시민들의 생태체험공간이자 휴식공간이 됐다.

투르 복원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였다. 강물이 범람하며 흐를 수 있게 하려면 강변 땅을 확보해야 하는데, 강변에는 이미 사유지가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국가에 빼앗긴다고 느낀 땅주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문제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곳은 독일의 라인 강이다. 1239㎞에 이르는 서유럽 최대 하천인 라인 강은 과거 여러 갈래로 자류롭게 굽이치던 강이었으나, 1817년 하천공사 이후 좁고 깊은 통로에 갇혀서 직선으로 흐르게 됐다. 직선화로 강 길이가 짧아지며 상류 강물이 중류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예전에는 홍수가 나면 샛강에서 불어난 물이 한바탕 먼저 내려간 후에 라인 강 본류의 상류에서 불어난 물이 뒤따랐는데, 이제는 샛강과 본류의 홍수가 겹쳐졌다.

보와 제방 건설로 강변 범람원이 사라진 것도 홍수 증가에 한몫했다. 예전에는 물이 불어나면 상류부터 범람하며 물살이 기운을 잃었는데, 이제는 수로에 갇혀 곧바로 흐르는 물에 가속이 붙어 중하류에서 제방을 넘거나 파괴했다. 라인 강 홍수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상류에 줄줄이 10개 보를 건설한 이후 100년 만에 한번씩 오는 정도 규모의 홍수가 최근에는 몇 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다.

라인 강에 면한 국가들은 1982년 라인 강변에 되도록 많은 범람지를 조성하는 국제협약인 ‘통합 라인 강 계획’(IRP)을 맺었다. 90%나 사라진 자연 범람원 대신 강 상류에 인공범람지를 조성해서 중하류 홍수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총 공사비 7억7500만유로가 드는 대형사업으로 독일 쪽 강변에 23개, 프랑스 쪽 강변에 2개의 인공범람지가 계획됐다. 그러나 독일 역시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강변 사유지 처리 문제에 부딪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8개를 완공했을 뿐이다.

직선화 인공물 해체하고
강 주변 범람지 조성해야
땅 소유주들 반발
경관 변화 거부반응까지

시간 오래 지나면
잘못된 하천공사에 길들여져

유럽의 모든 하천 복원사업에서 공통된 가장 큰 어려움은 강변 사유지를 취득하는 문제다. 19세기 중반 직강화 이후 상류 쪽 강변에 살아온 사람들은 중하류 쪽의 다른 주, 다른 지역 사람들을 위해 자기 땅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땅 소유주가 아닌 주민들도 인공범람지가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인공범람지는 자연범람원과 같은 조건을 동식물에 적응시키기 위해 1년에 모두 25일간 물에 잠기도록 유도한다. 이 주기적 범람의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지역의 지하수가 상승해 건물에 곰팡이가 피거나 농사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부동산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류에서 날 홍수를 상류에 불러들이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지역감정과 도시인-농민의 위화감, 경관 변화에 대한 정서적 거부반응까지 겹쳐서 문제를 풀기는 매우 어렵다. 독일 연방정부의 환경부 장관이 나서서 상류지역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2015년 완공 계획을 2028년으로 늦췄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안녕과 국가 재정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잘못된 하천공사를 했다면 이를 되돌려야 한다. 복원은 돈과 기술이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흘러 잘못된 상황에 사람들이 길들여지면, 스위스와 독일 사례에서 보듯 복원이 쉽지 않다. 2010년 한국 정부는 ‘친수구역특별법’ 을 제정해서 4대강의 양 쪽 각 2㎞ 이내 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4대강 복원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뮌헨/임혜지 건축사학자(칼스루에대학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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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신음하는 4대강 복원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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