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21 14:05
수정 : 2013.10.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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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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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탁상행정 대표사례
상용화 감감 “사장 위기”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다며 공언한 ‘로봇물고기’ 개발이 뒤늦게 완료됐지만,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재천 의원(민주당)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산업기술연구회에 제출한 ‘생체모방형 로봇시스템 개발’ 최종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하천에 투입돼 수중 환경감시를 위한 정보를 취득하는 등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물고기 개발이 지난 7월31일 완료됐다. 현재 4대 강에 우선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로봇물고기는 2009년 11월 이 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직접 동영상을 선보이며 국민 앞에 공개했다. 수질 자동측정·전송 기능을 가진 로봇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치며 오염 여부를 실시간 감시한다는 구상을 대통령이 직접 밝히자, 뒤늦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에 나섰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기술력도 없는 상황에서 4대강 홍보부터 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당시 정부는 이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11년까지 로봇물고기를 개발해 4대강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연구개발작업이 진행중이던 2010년에도 “(개발중인) 로봇물고기가 너무 커서 다른 물고기들이 놀란다. 작은 크기로 나눠 ‘편대 유영’을 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로봇물고기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지시 뒤 1m가량으로 계획됐던 로봇물고기는 길이 50㎝·높이 30㎝·너비 20㎝로 축소되고, 물고기 3마리가 편대로 다니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수질측량 장비와 지상과의 교신 장비 등을 한마리에 다 담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등을 거치며 로봇물고기 개발은 지연됐다. 국정감사 등에서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2013년 6월께 투입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마저도 다시 연기된 셈이다. 시속 2~3노트의 느린 속력과 7~11㎞의 짧은 이동거리 등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4대 강에 투입되더라도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개발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는지 경제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재천 의원은 “로봇물고기 사업은 엠비(MB) 정부 당시 대통령이 4대강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아무런 준비 없이 홍보부터 했던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였다. 이후 정부에서 긴급히 연구 과제를 국가정책으로 정하면서 6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지만, 애써 개발한 로봇물고기 기술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로봇물고기와 관련해 특허출원 및 프로그램 등록 57건(등록 18건, 출원 중 39건, 국제특허 4건)을 달성했다고 밝혔으나, 로봇물고기 상용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로봇물고기 사업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과학기술이 이용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는 정치가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치고 지배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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