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5 20:13
수정 : 2014.03.25 21:29
여주시가 판매 못해 만들었지만
썰매 안미끄러져 제역할 못해
6개월 운영·관리비만 1억 넘어
“일회성 사업에 예산낭비” 비판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서 퍼올린 골재(준설토)를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도 여주시가, 준설토 임시활용 방편으로 ‘모래 썰매장’을 조성했으나 또 다른 애물단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여주시의 말을 종합하면, 남한강 준설토 220만t이 쌓여 있는 여주시 대신면 양촌리 양촌적치장(면적 15만6000㎡)에 지난 11일 모래썰매장이 조성됐다. 지난해 6월 착공한 이 썰매장은 높이 31m에 폭 18m, 길이 55m 규모다. 간이화장실과 몽골텐트, 관리사무실 용도의 컨테이너 등도 함께 설치됐다.
썰매장 조성비는 애초 7800여만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억7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준설토를 이용해 중세 유럽 고성 모양을 본뜬 모래성(길이 150m, 높이 1m60㎝가량)을 쌓아 관상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썰매장은 사막 등 국외에 있는 자연스런 모래썰매장과 달리 굵은 강 모래로 조성돼 마찰력이 클 수밖에 없다. 체험 삼아 썰매를 타 본 시민들은 물론 여주시청 공무원조차 “썰매가 미끄러지지 않아 간신히 내려왔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썰매장이 제구실을 하려면 상당량의 고운 모래를 사다 준설토 위에 깔아야 할 판이다.
또 이 썰매장은 한 사람만 타고 내려와도 슬로프에 깊은 골이 생기고, 비가 오면 모래가 수시로 쓸려 내려가 복구해야 한다. 때문에 시는 장마철과 겨울철을 제외한 6개월 동안 운영·관리비로만 1억2000만원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준설토를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억대의 예산만 쏟아부었다. 일회성 이벤트로 열악한 시 재정에 부담만 더했다”고 비판했다. 김춘석 여주시장은 4대강 사업 당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팔면 10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4대강 사업에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준설토 3300만㎥ 가운데 지금까지 판 것은 30% 수준인 276억원어치에 불과하고, 오히려 준설토 관리비로 273억원이 들어간 상태다. 여주시 관계자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한 뒤 썰매장을 개장하겠다”고 말했다.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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