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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5 17:26 수정 : 2019.12.26 02:35

김원 ㅣ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주댐이 문제다. 댐을 지었는데 담수가 어렵다. 녹조가 심해 댐에 물을 가둘 수도 없고, 애초 댐 건설의 목적에 맞게 하류에 물을 보낼 수도 없다. 1조원 넘게 들여 지은 댐을 당장 철거하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댐의 기능이 현재에도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영주댐 건설 목적은 하류 낙동강에 환경개선용수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 목적이 유효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일 원래 목적이 유효하지 않다면 사실상 댐은 무용지물이다. 철거를 하든가 다른 용도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댐의 기능이 유효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대안이 있다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가 수질 문제다. 영주댐 수질 문제는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때문이다.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오염원 자체에 대한 처리가 필요하다. 특히 축산폐수가 유입되지 않도록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경제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둘째는 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자연성 상실 문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모래하천으로서 내성천은 독특한 하천 형태와 생태 환경을 지니고 있다. 댐으로 인해 내성천에서 발생하는 자연환경 변화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셋째는 댐의 안전성 문제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댐체의 안전성 문제를 기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애초 계획한 댐의 기능이 없다면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능이 있다면 수질 오염, 하천 자연성 상실, 댐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경제성이 없다면 철거해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 불분명한 부분이 있고,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된 지 3년 된 댐을 철거해야 하는가? 녹조 때문에 담수하지 못하는 댐을 그냥 둘 이유가 무엇인가? 댐 철거에 경제성이 있는가? 댐을 유지하려면 수질 처리를 해야 하는데 경제성이 있는가? 내성천의 자연가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논란이 있지만 댐을 그냥 두는 대신 많은 돈을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댐을 철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외국의 경우 댐 처리 방안을 논의한 사례가 많이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크고 작은 댐을 철거한 적이 있다. 하천 연속성 회복을 통한 어류 이동 개선, 수질 개선, 댐 노후화 등 안전상의 이유 등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댐 처리를 위해 모니터링, 댐 철거 영향 평가, 관련 기술 개발, 경제성 평가, 효과 검증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축적된 기술이 있다. 의사결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해서도 다양한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운영해왔다. 댐 처리를 위한 기술과 거버넌스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건설된 댐의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관련 기술도 미흡하고 댐 철거에 대한 거버넌스 운영 경험도 부족하다. 영주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나름대로 기술적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거버넌스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철거든 유지든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평가와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자연은 빨리 변화한다. 댐이 건설되고 나면 그 환경에 맞게 자연은 적응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영주댐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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