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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07 20:10 수정 : 2012.08.08 17:55

한순철 선수 승리의 순간. 런던/이길우 선임기자

라이트급 4강진출 동 확보
“금 따면 링 위에서 이름 부를것”

눈에 항상 아른거렸다. 경기 때마다 두 손 모아 쥐고 못난 아들을 응원하던 어머니. 그리고 결혼식도 못 올린 채 살고 있는 어린 아내와 두살배기 딸내미 도이.

올림픽 앞두고 어떤 언론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항상 뒷전이었다. 단둘이 출전한 복싱에서 그냥 ‘들러리’였다. 후배 신종훈은 금메달 후보로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곁에서 같은 땀을 흘리던 한순철(28·서울시청)은 마치 스파링 파트너 같은 존재였다.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샌드백을 쳤다.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급(60㎏) 8강전. 한순철은 우즈베키스탄의 파즐리딘 가이브나자로프(21)를 16-13 판정승으로 눌러 4강 진출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했다. 경기 뒤 줄줄 흐르는 땀을 붕대감은 손으로 훔치며 벅찬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우선 나이가 꽉 차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입대를 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났기에 기뻤다. 군대 가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보다 6살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혼인신고만 하고 사는 사랑스런 아내와, 이제 온갖 재롱을 피우는 딸과 당분간이라도 헤어지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16강전에서 탈락했던 한순철은 그날을 기다려왔다. 어릴 때부터 너무도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결코 원망하지 않았다. 링에서 지고 내려오면 따뜻하게 위로의 말씀을 해주던 어머니의 손길을 생각하며 그날의 영광을 마음에 그렸다. 16강전에서 아깝게 진 신종훈(23·인천시청)은 이날 경기장에 함께 오며 “형, 내 몫까지 해줘”라며 응원했다. 경기중 간간이 들리던 종훈이의 카랑카랑한 응원 목소리는 큰 힘이 됐다.

“링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심판이 손을 드는 순간 너무나 짜릿했다. 그때의 쾌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고 말하던 한순철은 ‘곰탕’을 이야기했다. 이승배 감독이 런던 도착 이후 매일 곰탕을 직접 끓여주고, 설거지도 대신 해주며 자신을 뒷바라지했다. “그런 분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말하는 한순철은 감독에게 조금은 보답한 것 같았다.

복싱은 3~4위전 없이 준결승에만 오르기만 하면 동메달을 확보한다. “어머니에게 (그간의 사랑을 제대로 보답하지 못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한순철은 “결승전에서 이기면 링 위에서 큰 목소리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이름을 크게 부르겠다”고 말했다. 마치 승리 뒤 퉁퉁 부어버린 눈을 애써 뜨며 아내의 이름을 부르는 영화 <록키>의 주인공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한순철은 10일 밤 9시15분(한국시각 새벽 5시15분) 리투아니아의 에발다스 페트라우스카스와 결승 진출을 놓고 싸운다.

런던/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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