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07 20:18
수정 : 2012.08.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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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승(27·한국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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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기자의 런던 클로즈업]
⑤ 역도 김화승의 실격 순간
나름대로 배짱이 있다고 여겼다. 국제대회도 할 만큼 해봤다. 세계선수권대회 네차례, 아시아선수권 두차례. 그런데 자꾸 긴장이 됐다. 역시 올림픽은 달랐다.
연습 때는 훅훅 들어올리던 178㎏의 바벨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 하루에도 몇번씩 한숨에 머리 위로 추켜올렸던 그 무게가 아닌가.
평소 습관대로 기를 모으기 위해 바를 잡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힘껏 머리 위로 들어올렸으나 멈추지 못했다. 뒤로 바벨을 놓치고 만 것이다. 정확하게 힘을 주지 못했다.
응원의 박수소리가 크게 나왔다. 고마웠다. 2차 시기에 도전했다. 그런데 바벨을 들고 일어서지도 못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마지막 3차 시기. 이번에는 관중들의 박수소리를 유도했다. 두 손을 위아래로 오르내리자 외국인 관중들이 함성과 함께 크게 손뼉을 쳐주었다. 이번이 마지막, 실패하면 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벨이 머리 위로 가기도 전에 놓쳐 버렸다. 허탈했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용상은 하지도 못한 채 물러서야 했다.
10년 전 고교 2학년 때 경험했고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인상에서의 실격이 이 중요한 대회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역도 선수들은 작은 산을 하나 옮길 만큼 많은 연습을 한다. ‘하루종일 쇳덩어리를 얼마나 올리고 내렸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인상 182㎏, 용상 215㎏인 자신의 기록이라도 경신하고 싶었다. 그래도 한국 역도 중량급의 간판인데….
멀리서 텔레비젼을 보시며 막내인 자신을 응원하셨을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복받쳐 올랐다.
한때 올림픽 효자 종목이었던 역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아직까지는 동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그런 침울한 분위기에서 실격까지 하다니.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105㎏급 역도 경기에서 실격한 김화승(27·한국조폐공사)은 그날 밤 마음을 다잡았다. 가을 전국체전에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그리고 큰소리로 말한다. “이왕 기사로 써주시려면 대문짝만하게 써주세요. 허허허.”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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