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03 19:47
수정 : 2012.09.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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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 한겨레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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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200m 금 놓친 피스토리우스
“다른 선수 의족 너무 길어 불공정”
“다른 선수의 의족 길이가 길어 경기가 불공정했다.”(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나의 우승은) 의족 때문이 아니라 훈련 덕분에 나온 성과다.”(알랑 올리베이라)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프리카공화국)가 의족 길이 논란 속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3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육상 남자 T44(절단 및 기타 장애) 200m 결승. 피스토리우스는 예상대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직선주로에 접어들며 올리베이라에게 추격을 허용하더니 결승선을 10여m 앞두고 결국 선두를 내줬다. 순간 8만여 관중들도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충격에 휩싸였다. 비장애인 올림픽까지 출전한데다 전날 예선에서 21초30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피스토리우스의 우승을 의심한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피스토리우스는 21초52로 무서운 막판 스퍼트를 보여준 올리베이라(21초45)에게 0.07초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4년 전 베이징 패럴림픽 100m, 200m, 400m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장애인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400m 계주까지 4관왕을 노렸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피스토리우스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의족 길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선수들의 의족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길었다. 3위를 차지한 미국의 블레이크 리퍼도 키가 10㎝는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의족 길이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귀를 닫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금메달을 딴 올리베이라는 “피스토리우스의 발언이 서운하고 기분 나쁘다. 나는 규칙을 지켰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편 지난해 초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비장애인 선수에 견줘 유리할 수 있다며 그의 비장애인대회 출전 불허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이 사안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승소했고, 결국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피스토리우스 스스로 의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한 꼴이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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