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23 15:16
수정 : 2012.11.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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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내 도서대여점, 시민들과 직장인들의 작은도서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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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개 공원에는 지대 및 공간에 맞춰 ‘작은도서관’이 여러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의도 공원 속에 있는 ‘도서대여점’이 그 예다. 주류 및 간식거리를 팔던 공원매점이 2008년 시민들을 위한 책공간으로 변신했다. 문학, 철학, 종교, 순수과학, 예술 등 11개 섹션 1600여 권의 도서가 빼곡하다. 전집으로 갖춰 놓은 만화책에 특히 눈이 가는데 문자가 낯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배려다. 이용객들도 방명록에 꾸준히 흔적을 남긴다. 주로 지역주민과 인근 은행 및 증권회사로 통근하는 직장인들이다. 15분 거리에 있는 국회도서관이 아닌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 이정임(38)씨는 “집과 가까운데다가 도서관이 완전 개가식이라 책을 들고 나와 공원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무료대여소라 관리가 부실할 것이란 우려를 털고 정갈한 운용을 자랑한다. 지역구민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 덕이다. 도서관이 자리 잡을 때부터 지켜봐온 자원봉사자 김복기(63)씨는 이곳의 매력을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둔다. 코앞에 ‘생태 체험 학습장’이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생생한 체험 교육이 가능하고 공원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식물원이라 먼 곳에서 찾아온 가족단위의 시민들도 두루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도서관에도 자연도감과 식물도감 등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들을 채워 놓고 있다.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되 도서 반납은 당일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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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 무인책장에서 책을 고르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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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공원에는 무인책장이 있다. 호수를 기준으로 동호수 갤러리 옆과 서호수 장미원 안에 100여 권씩 구비한 ‘공원 도서관’ 이 설치돼 있다.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노을 지는 석촌 호수를 바라보거나 붉게 물든 나뭇잎 속에 자리 잡고 책을 읽으면 머리도 개운해진다. 송파구에서는 12월 초순까지 공원 안 무인책장과 송파구청 앞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책장 등에 마련한 도서를 대상으로 독후감을 공모 중이다.
공원을 거닐다 따뜻한 차 한 잔 곁들이고 싶다면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꿈마루 북카페’를 권한다. 건물 3층에 자리 잡아 탁 트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인문학 스테디셀러가 많다는 것이 이 카페의 장점이다. 차분한 분위기 덕에 홀로 작업하는 이들이 많다. 주중에는 작가 및 번역가들의 발길이 잦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은 식. 그 밖에 강북구 장위동 ‘북서울 꿈의 숲’ 내에 있는 ‘카페드림’도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어른을 위한 독서 공간 100여 석과 아이들을 위한 60여 석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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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꿈마루 북카페’ 는 공원을 산책나온 시민들의 소중한 책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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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도시설계 특성 상 녹지대에 도서관이 많다. 공원을 잠시 둘러보면 국공립도서관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남산의 용산도서관, 구로구 고척근린공원 고척도서관,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강북문화정보센터, 강남구 개포근린공원의 개포도서관, 역삼공원의 국립어린이 청소년도서관 등 많은 도서관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수십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꼭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자기 책을 가지고 공원을 찾으면 어디든지 앉아 쉴 수 있도록 곳곳에 평상이 설치되어 있다.
글/사진 전현주 북하니에디터 bookh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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