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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9 19:35 수정 : 2006.12.19 22:04

아베 신조

[지구촌인물]⑥ 등돌린 민심…추운 겨울 맞은 아베 일본 총리

잇단 정책실패…‘무기력·낡은 자민당’ 비판
북한 때리기도 약발 떨어져…단명 정권 되나

“내 지시에 따라서 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내가 판단하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요즘 부쩍 ‘나’를 내세우고 있다. 11일 기자단과 나눈 5분 남짓 대화에선 자신의 결단을 드러내는 표현을 다섯 차례나 썼다. 출범 2개월 만에 내각 지지율이 60% 후반에서 40%대로 급격하게 주저앉은 결정적 이유가 아베의 ‘존재감’ 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데 따른 태도 변화다.

아베는 올 한해 일본 극우의 ‘아이콘’이다. 집권 첫 ‘작품’으로 우파의 숙원사업인 교육기본법 개정과 방위청의 성 승격을 밀어붙였다. 당과 내각에 전진배치된 ‘아베 친위대’들은 핵무장론까지 입에 올린다. 일본을 한없이 ‘오른쪽’으로 끌고 가는 아베 총리의 존재 자체가 동북아와 국제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베의 부침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아베가 역사인식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망쳐놓은 아시아 외교 복원에 발빠르게 나설 때만 해도, 아베 정권이 조기에 안착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했다.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그의 인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식는 냄비”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반개혁세력으로 낙인찍혀 쫓겨난 우정개혁 반대파 의원들의 자민당 복귀 논란이 지지율 급락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총선 때 고이즈미에게 표를 몰아주었던 젊은층은 이들의 복귀를 개혁 후퇴이며, 내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원칙 없는 타협으로 받아들였다. 결정을 당에 맡겼다는 아베는 혼란을 방치했다는 인상만 심어주었다. 검증되지 않은 아베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이 급속히 퍼졌다. 복잡하게 얽힌 국내 현안에선 ‘모호 전략’이 자충수가 됐다.

실점 만회를 위해 도로 특정예산의 일반예산화를 소리 높여 외친 게 다시 ‘부메랑’이 됐다. 일반예산화는 불필요한 도로 건설을 막는 구조개혁의 상징이다. 아베는 최대 세원인 휘발유세를 일반재원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했으나, ‘참패’로 끝났다. 당·정 협의에서 휘발유세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고이즈미 정권 내내 숨죽였던 자민당 이권세력인 ‘족의원’들이 재기의 환호성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아베 정권 족의원에 무릎꿇다.” “전면 항복.” “국민은 낡은 자민당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의 비판은 신랄했다.

대중적 인기 하나로 정권을 거머쥔 아베에게 반개혁적 또는 무기력한 이미지는 치명상이었다. 집권 뒤 그의 행태는 ‘싸우는 정치가’라는 자신의 모토와도 정반대다. 단문의 대가인 고이즈미와 달리 모호하게 에둘러 말하는 그의 어법도 감점 요소다.

고이즈미는 끊임없이 반개혁세력을 만들고 대립구도를 연출하는 ‘극장식 정치’로 장수에 성공했다. 반면, 아베에겐 정국 반전의 뾰족수가 마땅치 않다. 갈수록 의존도가 커지는 ‘북한 때리기’의 약발도 많이 떨어졌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몰락과 북핵 대화 국면으로, 제재에 ‘올인’해온 일본은 따돌림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시련의 겨울’을 맞은 아베의 가장 큰 ‘적’은 자민당 내부에 있다. 기세가 오른 낡은 이권정치 세력에게 계속 떼밀리면 아베 정권은 단명으로 끝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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