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
인물로 본 2006 지구촌 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편지정치’로 반미 여론 이끌어시아파 종주국 패권추구 비판도 세계 지도자 중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만큼 허름하게 옷을 입는 사람도 드물다. 스스로 ‘아마디네자드 재킷’으로 부르는 베이지색 재킷을 걸치고 공식행사에 나서고, 20년 된 승용차를 손수 몬다. 그는 테헤란의 그저 그런 주택가에 있는 개인 집에서 일주일에 2~3일씩 묵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따라온 그의 부인은 음식값을 아낀다며 이란에서부터 먹을 것을 싸왔다. 이런 행태 때문에 “타고난 포퓰리스트”라는 비난도 듣는다. 하지만 그의 소꿉친구는 홍콩 <아주시보>와 인터뷰에서 “고집불통의 성격”에다 정의에 집착하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라고 평했다. 올 한해 동안 아마디네자드는 서방국가들을 줄곧 불편하게 만드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다. 1월 핵개발 선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뒤 여태껏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국제정치를 뒤흔든 아마드네자드 ‘행각’의 백미는 ‘편지 정치’다. 5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을 믿는다면서, 남의 나라를 침략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느냐”고 묻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세계 여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1월에는 “위대한 미국인”들에게 쓴 공개편지에서 미국 정부에 항거하라고 호소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올 한해 중동 땅을 휩쓸었던 이슬람 근본주의의 아이콘이었다. 그의 모습은 마치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이카루스처럼 위태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 여름 이스라엘의 침공을 막아낸 레바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소속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 이스마일 하니야, 이라크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 등도 아마디네자드와 함께 이슬람주의 지도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계속 이어진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의 비극은 무슬림 사이에 반미·반유럽·반이스라엘 ‘열병’을 부추겼다. 근본주의 정치세력은 반서구와 반기독교를 부르짖으며 각종 선거에서 약진했다. 그들은 서구와 이스라엘에 짓밟힌 무슬림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슬람주의가 떠오른 이면에는 여성과 일반 대중의 권리가 움추러드는 등 부정적인 모습도 나타났다. 선거제도가 확대하면서 이슬람주의가 성장했지만, 이슬람주의 정치인들은 거꾸로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세속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뒀다.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시아-수니파의 갈등과 유혈분쟁은 중동의 단결과 존엄성 회복이라는 ‘대의’에 회의를 품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무디네자드의 이란이 노리는 것도 중동 전체의 정의라기보다 시아파 종주국으로서의 패권 추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마디네자드가 대학가의 반정부 움직임에 직면하고, 중간선거 격인 이란 국가지도자운영위원회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패한 것은 ‘근본주의’ 열병에 휩싸인 중동이 내부적으로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징후인지도 모른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가치관끼리의 전투”라고 정의한 바 있다. 아마디네자드와 부시 미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은 21세기가 여전히 불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 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20세기를 표현한 “극단의 시대”가 21세기에도 들어맞는 표현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