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6 05:02
수정 : 2017.10.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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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춘천지검 앞에서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강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펼침막을 든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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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집 당시 사장 추천한 267명 중 256명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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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춘천지검 앞에서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강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펼침막을 든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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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년 강원랜드 대규모 채용비리 당시 사장이었던 최흥집(사진)씨의 청탁이 있었던 지원자는 모두 267명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 중 미응시(3명)자 등 11명을 뺀 95%가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사장실을 거쳐 내려온 청탁은 채용 실무자들이 거스르기 어려운 ’지시’가 되는 특성때문이다. 최 전 사장의 청탁대상자로 분류된 이들은 당시 강원랜드 최종 합격자 518명의 절반을 넘는다. 합격자 둘중 하나는 그의 덕을 본 셈이다. 이는 15일 <한겨레>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강원랜드 채용청탁 명단으로 확인된다.
강원도 정무부지사까지 지낸 그이긴 하지만 수백명의 응시자가 그에게 직접 청탁했다고 보기엔 그 수가 너무 많다. 그의 이름으로 된 청탁의 ’진짜 주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의 재수사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진짜 청탁자 상당수는 국회의원 등 제3의 권력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을 뽑아달라’는 청탁을 기관장한테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채용청탁을 많이 받는다는 한 광역단체장의 비서실장은 “힘이 있는 사람이라야 기관장한테 곧바로 청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률 또한 높을 수밖에 없어 기관장에 청탁하길 선호하지만,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입사 희망자가 의원이나 권력기관 등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이다.
강원랜드 2인자였던 김아무개 부사장을 통한 청탁 또한 성공률 100%였다. 2012~13년 1, 2차 신입채용을 더해 그의 이름으로 된 청탁 대상자 30명은 모두 합격했다. 다만 그 수가 사장에 견줘 10%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 단계 낮은 서열에서 청탁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셈이다. 다만 그는 <한겨레>에 “(청탁은) 지역의 지위가 있는 한 두분한테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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