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8 04:59
수정 : 2017.10.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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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지난 10일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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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자쪽 수천만원 건네받은 70대, 9명 청탁해 8명 합격시켜
“검찰서 전화 온 적도 없다”고 말해…돈수수 확인시 배임수재
국회의원 7명 중 2명 서면조사만, 감독부처 직원도 수사 안받아
시민단체 “부실수사 했던 춘천지검에 재수사 맡기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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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지난 10일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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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부정채용 사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이 <한겨레> 취재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1년 넘게 수사하고도 ‘강압’이나 ‘금품수수’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강원랜드는 8개월 자체 감사 뒤 지난해 2월 해당 사건을 춘천지검에 수사의뢰하며 “향응접대·금품수수 의혹도 있다”고 진정했다. 본격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해진 동시에, 이를 춘천지검에 다시 맡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2~2013년 강원랜드 대규모 신입공채 당시 이 지역 유력인사 김아무개(76·정선군)씨가 ‘주요 청탁자’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검찰 수사는 전혀 받지 않았다. 김씨는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응시자 쪽에선 “(채용을) 도와달라” 부탁하며 수천만원의 금품까지 건넸다.
강원랜드 인사팀이 당시 작성한 ‘청탁자 명단’을 보면, 김씨는 응시자 9명을 청탁해 8명을 합격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컸지만 검찰의 관심 밖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한겨레>에 “이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에서) 나오라고 (연락)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1대 주주인 광해관리공단 간부, 상급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 소속 직원도 ‘청탁자 명단’에 등장하며 합격자가 있는데도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강원랜드가 이 기관들로부터 업무상 편의를 받는 대가로 채용 청탁을 들어줬다면 청탁한 공무원들에게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국회의원 수사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청탁자 명단’에 등장한 7명의 당시 국회의원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은 이는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이재 전 새누리당 의원 둘뿐이다. 이마저도 서면조사에 그쳤다. 이들은 각각 46명과 8명을 청탁했다. 응시자 11명의 청탁자로 분류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사조차 받지 않았고, 한선교 의원의 경우 보좌진 이름이 ‘청탁자 명단’에 등장하지만 검찰은 그 대신, 전혀 다른 비서관한테 서면조사서를 받았다.
금품 전달 경로에 따라 이번 사건 관계자들에게 적용되는 범죄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청탁금’이 강원랜드 내부 임직원에게까지 전달됐다면 해당 임직원은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업무방해 혐의와 배임수재 혐의가 동시 성립해 형량이 늘 수 있다.
강원랜드 임직원들은 지난해부터 공무원으로 간주되기에 업무상 금품을 수수할 경우 뇌물 혐의도 적용된다. 하지만 2012~2013년엔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다. 김아무개씨에게 채용청탁금을 건넸다는 ㅎ씨는 2012년 아들, 2016년 조카의 채용을 부탁했다고 말한다.
자유한국당은 청탁을 ‘폐광지역 청년들을 위한 민원업무’로 규정해왔으나, 금품청탁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원들에 대해서도 청탁 유무를 넘어 ‘대가성’ 청탁 여부가 주요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지난 4월 최흥집 당시 사장과 인사팀장 등 두 명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강원랜드가 내부감사 뒤 검찰에 수사의뢰하며 “최흥집 사장 등에 대한 상당한 향응, 증재 등이 있었다는 첩보가 있다”, “채용비리 과정에서 향응접대나 금품수수가 있다는 의혹도 있으니 밝혀달라”고 진정한 결과다. 2014년 강원도지사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흥집 사장은 2012~2013년 267명을 채용 지시한 것으로 강원랜드의 ‘청탁자 명단’에 분류되어 있다.
지난달 말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한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유성철 운영위원은 “앞서 부실수사를 했던 춘천지검이 다시 사건을 맡았다. 춘천지검은 이제 와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준 임인택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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