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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8 10:29 수정 : 2017.10.28 18:27

지방행정연구원 누리집 갈무리

합격자 4명 중 2명이 연구원 배우자들
하혜수 전 원장 임기에 부부 두쌍 합격
하 “우연일 뿐 공정한 절차 밟았다” 해명

지방행정연구원 누리집 갈무리

일반인에겐 낯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란 곳이 있다. 권위 있는 기관의 평가는 아니지만, 연구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있다. 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부문 조사 결과 지방행정연구원이 영향력, 연구의 질, 연구 역량 등을 종합했을 때 4등이란 결과가 그것이다. <한경비즈니스>가 매긴 순위다. 지난 1월 발표됐지만 연구원은 지금도 누리집 첫 화면에 이를 자랑스레 노출하고 있다.

지방행정연구원 누리집 갈무리
연구원은 “국가 및 지자체의 지방행정 정책 수립에 기여”를 목표로 한다. 1984년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내 설립한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는 상여금을 빼고서 6612만원(평균 근속연수 10.6년)이다. 직원은 모두 68명이다. 여기에 사무원(15명) 등을 제외하면 박사급 인력을 중심으로 한 연구원은 34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4명이 지난 5월 입사자다. 그런데 2명이 기존 연구원의 배우자로 확인됐다. 고급 인력을 뽑아 “지방 행정·재정·세제 발전 및 지역 개발” 등을 위해 필요한 연구와 조사를 실시한다는 이 국책연구소에서 해당 연구원들의 채용 과정에 의혹이 불거졌다. 내외부 감사,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정은 이렇다. 지난 3월20일 연구원은 수석연구원 채용공고를 낸다. 자치행정, 지방행정, 지역발전 분야에서 모두 4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서류심사, 논문심사,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이었다. 총 지원자는 35명이었다. 막상 지역발전 분야에선 채용 없이 자치행정과 지방행정 쪽에서 각각 2명씩 4명을 뽑았다.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출신 하혜수씨가 원장(2015년 4월13일~2017년 5월14일)을 그만 둔 바로 다음날 최종합격자 공고가 나갔다.

그런데 신입 연구원 4명 중 자치행정 김아무개씨, 지방재정 홍아무개씨 등 2명의 배우자가 이미 연구원에 다니고 있었다. 김씨의 남편 윤아무개(지방재정 쪽)씨, 홍씨의 아내 함아무개(지방투자 쪽)씨가 그들이다. 특정 채용 시기 신입 연구원의 절반이 기존 연구원의 배우자란 사실은 우연으로 보기엔 무리다. 더욱 놀라운 건 신입 연구원들의 배우자 2명 또한 2015년 4월 임기를 시작한 하혜수 전 원장의 재임 기간에 채용됐다. 공공기관장 임기 2년 만에 두쌍의 부부 연구원이 탄생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 인력의 12%가 부부로 채워졌다.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서 이뤄진 두쌍의 부부채용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담’이 아닌 수상한 구석이 더 많아 보인다.

지난 5월 지방행정연구원이 채용한 연구원 전형별 경쟁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7일 <한겨레>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지방행정연구원의 지난 5월 연구직원 채용 관련 자료를 보면, 김씨는 자치행정 분야 지원자 17명 중 1차 서류전형은 5등으로 통과했으나, 2차 논문(30%)과 면접(70%)심사에서는 각각 2위와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배점 비중이 높은 면접에서 93.5점을 받은 게 합격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단독으로 쓴 논문도 3편(모두 국내학술지)으로 많은 편이 아니었다. 김씨의 주전공인 ‘갈등 관리’는 연구원이 시급히 채용해야 할 분야가 아니었다. 하 전 원장은 <한겨레>에 “(김씨가 지원한) 자치행정 분야는 (갈등관리가 아닌) 자치 조직이나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데…(갈등관리 전공자를 뽑아야 할지) 갈등했지만 두루두루 어떤 과제든 수행할 능력의 소유자를 뽑자고 해서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의 경우 1차에서 3위였으나, 2차 특히 면접심사에서 김씨처럼 압도적으로 높은 93점을 받아 1위를 했다. 홍씨 또한 단독 논문은 3편(모두 국내학술지)에 불과했다.

의혹은 정성평가로 당락을 결정짓는 면접심사에 쏠린다. 부정채용 의혹이 불거질까봐 면접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 않은 전임 원장과 달리 하 전 원장은 부부 연구원 채용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자치행정 및 지방재정 분야 외부 심사위원도 하 전 원장의 지도교수였던 이달곤(전 행정안전부 장관)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를 비롯해 6명 모두가 그가 잘 아는 인사들로 짜여졌다. 또 신입 채용자 중 문제가 제기되는 2명도 하 전 원장이 채용 이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 당사자들도 모두 이 같은 사실은 인정한다. 특히 홍씨의 경우 지방행정연구원에 채용되기 전에 지역 연구원에 있으면서 원장 취임 전 경북대에 있던 하 교수와 일을 같이 하는 등 알고 지내왔다.

하 전 원장과 채용 당사자들은 의혹 제기 자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 전 원장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거다. 우수한 사람을 배우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뽑지 않는다면 역차별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분 있는 심사위원 참여와 관련해서도 “(6명 모두) 특별히 가깝지 않은 분들이 없지만, 실무진에서 대충 순번을 정해오면 내가 응시자와 학부가 같거나 이런 걸 피해 차례대로 (심사위원 참여가 가능한지) 전화하라고 하지, 누구를 (지목해) 하라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와 홍씨는 <한겨레>에 채용 전에 원장 등을 만나 관련 청탁을 한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두 사람은 지방행정연구원에 이전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씨는 “행정학 관련 국책연구기관이 2곳밖에 없다. (부부가 같은 연구원에 들어가는 게 문제라면) 저는 취업을 못하거나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원장과 또 다른 면접위원을 채용 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과 관련해선 “(행정학) 박사 과정 밟은 사람이라면 하나 둘 건너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홍씨는 “내가 그럴(채용을 부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채용 과정을 잘 아는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의혹을 사고 있는 합격자들의 논문이라는 게 SCI나 SSCI급 논문도 없고 대부분 다른 교수와 공저로 쓴 논문들이어서 실력을 갖췄는지조차 의혹을 갖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당시 면접위원들도 모두 하 전 원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진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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