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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5 11:09 수정 : 2018.01.05 17:41

[역사 속 오늘] 37년 전 오늘, 1981년 1월 5일
경기도 양평군 최저기온 영하 32.6도 기록
“닭의 해에 암탉들은 추위에 볶여 알을 못 낳고…”

영화 <은행나무 침대> 스틸컷

우리 땅에서 영하 30도 이하 강추위가 있었다? 37년 전 오늘, 1981년 1월 5일 경기도 양평군의 최저기온이 영하 32.6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한국 기상청 공식 관측 사상 최저기온으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추위인 만큼 추위 때문에 생긴 믿지 못할 일화도 여럿 있었다. 그날 추위의 기록을 당시 신문보도를 통해 다시 짚었다.

겨울왕국이 된 양평

<동아일보> 1981년 1월 8일 치.

‘음료수 상인들은 쩡쩡하고 밤새 얼어터지는 음료수 병들의 깨지는 비명소리에 밤잠을 설쳐야 했고 닭의 해에 암탉들은 추위에 볶여 알을 낳지 못했다 ’

‘최저 영하 30도가 고작인 백엽상 수온계의 밑바닥을 내리치고 곤두박질을 하는 통에 특수 온도계를 긴급히 구해다 설치해야 할 정도였다 ’ -<동아일보 > 1981년 1월 8일치

<동아일보> 1981년 1월 7일 치.
‘가게 안에 진열해둔 음료수나 맥주 소주 등 얼 것은 모두 얼어버렸고 수도가 막혔으며 김칫독이 깨졌는가 하면 안방의 벽과 천장에까지 성에가 끼었다 ’

‘양평을 통과하는 차들의 차창엔 성에라기보다는 차라리 두꺼운 얼음이 끼어 시야를 가려 버렸고 거리는 은백의 눈에 파묻힌 채 가라앉았다 ’ -<동아일보 > 1981년 1월 7일 치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추위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동아일보> 1981년 1월 7일치 ‘북극권이 된 양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1904년 문을 연 중앙 관상대(지금의 기상청)가 기상일별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저 기온의 혹한을 기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 기록은 114년이 지난 2018년 1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다른 지면을 통해서도 당시 양평의 혹한 상황을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양평군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주민들이 추위에 떨면서도 혹시 관측소의 계기가 잘못돼 영하 32.5도나 기록한 것 아니냐는 의문들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양평은 예부터 지형의 영향으로 겨울에 추운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었지만, 당시 군민들조차도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는 겪어 보지 못한 ‘역대급 혹한’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향신문> 1981년 1월 7일 치.
<경향신문>은 당시 양평의 모습에 대해 ‘양평은 다음 날인 6일에도 기온이 영하 31.5도까지 내려가 마치 동토처럼 꽁꽁 얼어붙어 9만 6000명의 주민들은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죽음의 마을을 방불케 했다’고 묘사했다.

<경향신문> 1981년 1월 8일 치.
경향신문은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한파가 불러온 동네 풍경을 담은 사진을 기사와 함께 실었다. 7일에는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담았고, 8일에는 꽁꽁 얼어붙은 땅으로 인해 바빠진 청소부의 모습을 넣었다.

경향신문은 추위의 원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평은 해발 1157m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고, 남한강도 끼고 있다. 이 때문에 찬기류의 영향을 받은 데다 대기오염이 없어 기온이 급격한 하강 현상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1월 내내 이어진 추위가 초여름까지

<경향신문> 1월 31일 치.
1981년 1월 양평은 유독 추운 날이 많았다. 양평에서 기록된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역대 1~5위가 모두 1981년 1월에 몰려있다. 1월 5일(영하 32.6도), 1월 6일(영하 31.0), 1월 4일(영하 31.0), 1월 3일(영하 30.2), 1월 7일(영하 27.8) 순이다.

<동아일보>의 1981년 1월 7일치 기사를 보면, 6일 아침에는 5일 최저기온보다 조금 올라가기는 했으나 영하 30도를 밑돌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날 양평은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 영하 31.5도를 기록했다.

20여 일쯤 지난 뉴스에서도 여전히 한파 소식을 전하고 있다. 1월 31일 치 <경향신문>을 보면, ‘올 겨울에는 남한 기상관측사상 최저기온 기록을 수립하는 등 이상한파가 계속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한파와 비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1981년 5월 4일 치.
겨우내 이어진 추위는 그해 5월 말까지도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농수산부는 5도 미만으로 떨어지는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이상저온에 대비해 냉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앞선 1980년 여름 혹심한 냉해 피해로 곤욕을 치렀던 터라 농수산부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당국은 벼 품종을 각 지방 특성에 맞추는 등의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대 최저기온 지역 TOP 10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 일대 강물이 팔당댐까지 꽁꽁 얼었다. 2017.02.09 양평=청와대사진기자단
1981년 양평을 꽁꽁 얼어붙게 한 강추위의 원인은 다름 아닌 시베리아 한기였다. 양평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베리아 대륙에서 몰아친 냉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라앉는 데서 생겨난 자연현상의 결과다. 인근에있는 팔당댐의 영향도 한몫했다. 댐 유역은 한파가 심하고 누습지가 생기는 등 기상 변화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유난히 추위가 심한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강원도 춘천의 경우에도 양평과 마찬가지로 분지지형과 댐 유역(춘천댐, 소양강댐, 의암댐)이 인접해 있는 곳에 속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역대급 최저기온을 기록한 지역은 어디일까? 기상청 자료 개방 포털을 보면, 1위는 앞서 언급한 1981년 1월 5일 영하 32.6도를 기록한 양평이다. 두 번째로 낮은 기온을 기록한 곳은 2001년 1월 16일 철원의 영하 29.2도였으며, 1974년 1월 24일 영하 28.9도를 기록한 대관령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 상공에서 내려다본 산과 들 시내가 온통 눈으로 덮여 설국을 연상시킨다. 2010.01.13 <한겨레> 자료사진.
10위권 안에는 충주(1981년 1월 5일, 영하 28.5도), 홍천(1981년 1월 5일, 영하 28.1도), 춘천(1969년 2월 6일, 영하 27.9도), 봉화(2012년 2월 3일, 영하 27.7도), 원주(1981년 1월 5일, 영하 27.6도), 대관령(1978년 2월 15일, 영하 27.6도), 양평(1985년 1월 17일, 영하 27.5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역대 최저기온 10위권 안에 1981년 1월 5일은 양평, 충주, 홍천, 원주 등 4개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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