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5.22 12:01 수정 : 2018.05.22 18:21

[역사 속 오늘] 12년전 서방언론 최초로 평양에 지국 세워
패스트푸드점.대동강 맥주, 리춘희 아나운서 인터뷰까지
현지인의 시각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 다양하게 다뤄

오늘로부터 12년 전인 2006년 5월 22일 영국에 본사를 둔 언론사인 <에이피티엔>(APTN)이 북한 평양에 상설 지국을 열었다. 서방언론 가운데 사상 최초의 평양지국 개설이었다. 그동안 평양에 지국을 둔 외신은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 정도였다.

<에이피티엔>은 <에이피통신>(AP)의 영상뉴스 부분 계열사다. 이 때문에 평양의 생생한 영상이 전 세계에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에이피티엔> 영상 갈무리.
하지만 <에이피티엔>은 본사에서 파견돼 상주하는 특파원이 아니라 북한 현지인을 고용해 영상 취재활동을 벌여야 했다. 특파원들은 상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달에 2주씩 평양에 머물다가 나오는 방식으로 지국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에이피티엔> 평양지국 개설이 북한의 대외선전용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에이피티엔>은 지난 12년 동안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까지를 현지인의 시각으로 다양하게 다뤄왔다. <에이피티엔> 보도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끈 북한의 모습 가운데 핵심적인 7가지 장면을 추려봤다.

진화한 북한 로켓

<한겨레> 2009년 4월 8일 치.
2009년 4월7일 북한의 국영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찍은 로켓 발사 장면 영상이 <에이피티엔> 평양지국을 통해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흰색 동체의 로켓에는 검은색으로 ‘조선’이라고 씌어 있었다.

영상을 본 세계인들은 이전보다 세련된 로켓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의 ‘파격 영접’

<한겨레> 2009년 10월 5일 치 1면.
2009년 10월4일 중국 총리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행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이 국가 주석이 아닌 총리의 방북에 직접 공항으로 나온 것은 전례 없는 각별한 예우였다. 이런 김 위원장과 원 총리의 모습이 담긴 <에이피티엔>의 영상이 공개되자, 북핵 해법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김정은 ‘권력 승계’ 공식화 발언

<한겨레> 2010년 10월 11일 치.
지금은 북한의 국무위원장이 된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하는 발언이 나온 것도 <에이피티엔>의 영상을 통해서다.

2010년 10월 9일 당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 인민들은 대를 이어 위대한 지도자들의 축복을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김정은 대장 동지를 모시는 영광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권력 상층부의 핵심 인물인 양 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당시 인민군 대장과 노동당 중앙 군사 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었다. 결국 양 부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처럼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을 잇는 북한의 3대 지도자가 됐다.

2011년 북한 최악의 수해 현장

황해남도 청단군의 수해 복구 모습이 담긴 2011년 수해 당시 영상. 50대 가량으로 추정되는 여인 등 북한 주민들이 지게와 삽 등을 이용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에이피티엔>은 2011년 여름 당시 북한의 수해 현장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에이피티엔>이 북한 관영방송을 통해 입수한 영상을 보면, 개성시가 물에 잠겨 시민들이 물속을 헤치며 걷고 있다. 도로가 파손되고 다리가 무너진 모습, 농작물이 흙과 자갈에 쓸린 장면들도 담겨 있다.

2011년 당시 수해복구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모습.
당시 북한은 주택 168채가 파손되고 성흥강 체신 1호 발전소의 댐이 파괴돼 전력 생산이 중단됐다. 특히 호우가 황해도와 강원도, 함경도 등에 집중되면서 농경지 6만 정보 이상이 침수되고 주택과 도로, 제방이 파괴됐으며, 탄광 30여 곳도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에이피티엔>이 북한 수해 지역의 화면을 내보내면서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등 국제기구들이 북한에 대한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첫 패스트푸드점 모습은?

<에이피티엔> 영상 갈무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이피티엔>의 영상이 정치와 외교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북한은 2009년 여름 북한의 첫 패스트푸드점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에이피티엔>은 ‘삼태성 청량음료점’이라는 패스트푸드점을 소개하면서, 이 음료점이 북한 시민들과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피티엔> 영상 갈무리.
영상을 보면, 주황색 앞치마에 흰색 위생 모자를 갖춰 쓴 직원들이 열심히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에서 김치와 절인 양배추, 와플과 생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모습도 담겼다.

<에이피티엔> 영상 갈무리.
또한 영상에서는 가게 메뉴판에 ‘햄버거’라는 단어 대신 ‘다진 소고기와 빵’, 와플 대신 ‘구운 빵 지짐’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설명도 소개됐다. 햄버거의 가격은 평균 1.70달러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평균 일일 수입의 절반에 해당한다는 얘기도 담겼다.

북한 평양서 ‘대동강 맥주’ 인기

<에이피티엔> 영상 갈무리.
<에이피티엔>은 북한 평양에서 ‘대동강 맥주’가 인기라는 소식도 전했다. 해당 영상에서 북한의 맥주는 평양의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은 북한 당국이 영국에서 들여온 양조장에 독일의 최신 자동 생산 설비를 갖추었다고 전했다. 실제 영상을 보면, 독일의 최신 컴퓨터 생산 기술과 자동화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IMAGE11%%] 또한 대동강 맥주가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술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는 저렴하지 않은 술이라는 점도 아울러 짚었다.

리춘희 아나운서 특집 인터뷰

[%%IMAGE12%%] <에이피티엔>은 2012년 설을 맞아 북한의 리춘희 아나운서가 중국 CCTV와 인터뷰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40년 경력의 리춘희 아나운서는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뉴스를 전달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면서 인터뷰 나온 중국 CCTV 기자와 함께 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리춘희 아나운서는 인터뷰에서 일흔의 나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IMAGE13%%] 리춘희 아나운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미국 <에이피티엔>을 비롯해 중국 국영방송(CCTV)과 영국 통신사 <로이터>(Reuter) 등 전 세계에 공개됐다. 특히 리춘희 아나운서 특집 인터뷰 영상 공개 시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49재가 끝나지 않은 때여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IMAGE14%%]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 혹은 두려움의 대상이 돼왔다. 지난달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쏠린 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호기심과 두려움이 혼재된 ‘탐구의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역사 속 오늘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