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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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⑦
주정부 예산 삭감, 인구 증가로 UC 위기에
공립대 위기에도 “사립대에 의존해서는 안돼”
한국이 주목하는 교육 모델,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한국의 대학교육의 발전 모델을 검토하면서 가장 관심을 보였던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 지역이다. 앞선 글에서 자세히 언급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공립 중심의 고등교육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주의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언론들도 행여 △대학들이 과다한 등록금을 책정해 교육의 공공성 원칙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는지 △일정한 학업 성취도를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대학 입학이 이뤄지고 있는 지 등을 면밀히 따져 혹여 궤도를 이탈했을 경우 엄준하게 주 교육 당국을 질타한다. 주 당국이 책임을 지고 대학교육을 관리한다는 사회적 대합의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대, 미국 공립대 중 가장 높은 학문적 평판
연구중심의 공립대인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UC)의 10개 캠퍼스는 미국 전체 공립 대학을 놓고 평가했을 때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학문적 평판을 얻고 있다. ‘국가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가 뽑은 우수 대학 랭킹 12위권 안에 UC 3개 캠퍼스가 포함됐다.
UC의 전체 229개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체 프로그램 순위에서 상위 20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261개 대학 가운데 62곳만이 미 대학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IES) 회원인데, UC의 경우 10곳 가운데 6곳이 입회를 허가받았다. UC의 한해 박사학위 수여자 수는 미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으며 또 가장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UC에서 하루 평균 3건의 발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이 대학 연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공립대 휘하에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까지 특히 UC의 선두주자인 버클리는 미국 전체 공립대학 캠퍼스 가운데 최고의 연구역량을 지난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스탠퍼드 등 유명 사립대와 학문적 평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UC 학생들의 4년 이내 졸업율도 75% 수준으로 다른 공립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이다. UC의 학문적 역량은 이 대학이 관리하고 있는 국책연구소의 면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상 최초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한 국립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와 첨단과학 연구로 이름 높은 국립 리버모어 연구소 그리고 미국의 첫 연방 연구소로 노벨상 수상자를 9명이나 배출한 국립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 등 모두 3곳의 국립 연구소가 UC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항공우주, 기상, 생명 공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는 연구원 등 직원만 모두 1만2천여 명에 달하며 한해 20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UC는 50년 이상 로스알라모스 연구소를 독점적으로 운영해 오다 올해부터 운영 주체 선정이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바뀌면서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첫 경쟁 입찰에서 ‘텍사스 대학과 록히드 마틴’의 연합 도전을 물리치고 다시 운영권을 따냈다. 캘리포니아대 고용 인원, 주 전체의 2% UC 쪽에 따르면 이 대학의 연구 성과는 바로 지역 경제로 이전 되면서 주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주의 1100여개 생명공학과 하이테크 기업들이 UC 연구 결과를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UC는 또 캘리포니아 소비와 경제 성장에 매년 140억 달러 이상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와 직원 등 UC 고용 인력 37만 명은 주 전체 고용 인력의 2%에 달한다.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만으로 남부 캘리포니아에 60억 달러의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캠퍼스는 대학 내 교수진과 학생들에 의해 60개 이상의 생명 공학과 생명 과학 관련 벤처를 설립했는데 이로 인해 이 지역 ‘베이에어리어’에 2만5천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 예산 삭감, 인구 증가 등이 공립대 위기로 몰아 이처럼 캘리포니아 고등교육기관은 주의 자랑거리이지만 최근 이 대학 시스템에 속한 교수와 연구자들은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해가 갈수록 UC의 명성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이다. UC 교수평의원회가 펴낸 보고서는 과거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UC의 대학원에 몰려들었으나, 요즘에는 캘리포니아의 일부 똑똑한 학생들만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UC가 위기에 휩싸인 데는 △주 예산 지원액의 삭감 △인구 증가로 인한 등록 학생 수 급증 △주거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캘리포니아주도 공립대 등록금 변동은 학생, 주민들의 주요한 관심사다. 따라서 등록금 변동에 관한 소식은 캘리포니아 미디어의 ‘주식량’이다. 올해 초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8% 이상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UC 쪽 예산안을 검토한 뒤 주정부에서 예산을 더 늘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대학 쪽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조처에 환호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6802달러(캠퍼스별 추가 비용 포함)만 한해 등록금으로 내게 됐다. 이는 주 바깥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내야 하는 2만5486달러에 비하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적은 액수다. 하지만 부모가 시간당 9~10달러의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빈곤층 자녀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액수다. 때문에 많은 저소득 계층 자녀들이 UC의 등록금 액수에 고개를 절레 흔들며 절반 이상이 싼 CSU(California State University)나 훨씬 싼 CCC(California Community College) 쪽으로 목표치를 낮추고 있다. UC 쪽의 등록금 액수는 미국 다른 주의 경쟁 공립 대학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은 편이다. 비싼 주거 비용도 경쟁 잠재력 떨어뜨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비싼 주거비용을 따져 본다면, 오히려 비용이 더 올라간다는 게 UC 쪽 계산이다. 이 때문에 지적 잠재력과 성취 욕구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학생들을 유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마스터플랜’ 초기 주민들에게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던 주립대의 등록금이 이처럼 계속 올라, 다른 주와 비슷하게 된 데는 △주 예산 삭감 △학생 수 증가가 주요 요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1970년만 해도 일반 예산의 7%를 UC에 지원했다. 이 수치가 2004년 현재 3.5%로 떨어졌다. 이 결과 UC 예산 가운데 주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아울러 캘리포니아로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학생 수가 늘었고 이 결과 UC 학생도 급증하고 있다. 2006년 가을학기 신입생 수만 보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5225명이 늘었다. 지난해 5만17명에서 올해 5만5242명으로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UC 쪽은 2000년 이후에만 25% 이상 학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예산 중 캘리포니아대 지원 비율 1970년에 비해 절반 수준 주가 ‘마스터플랜’을 만들 당시부터 고교에서 상위 12.5% 학생은 UC 입학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했기 때문에 자격을 갖출 경우 적어도 1개 캠퍼스는 입학을 허용해야 한다. 2004년 한해 UC가 이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12.5%에 든 학생 가운데 일부가 입학을 허가받지 못한 것이다.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UC가 제 책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 소용돌이는 2005년 10번째 캠퍼스인 UC 머시드(MERCED)가 문을 열면서 가라앉았다. 2006학년의 경우 자격 기준을 갖춘 학생 모두에게 입학이 허용됐다. 자격기준 갖추면 모든 학생 입학 시켜 학생 수 증가는 교수 당 학생 수나 강좌 당 학생 수 등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가 늘 경우 비슷한 예산이라면, 학생의 교육환경은 늘어난 수만큼 열악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상황은, UC의 경쟁상대인 아이비리그 사립대와의 교육 환경 격차를 키운다. 유수 아이비리그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 지표는 현재 UC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칼텍 3대1, 프린스턴 5대1, 엠아이티 6.1. 하지만 UCLA는 18대1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 1~2학년생들은 거의 모든 수업을 200명 이상 되는 대형 강좌에서 수강해야 한다. 교수 얼굴 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교수당 학생 비율, 칼텍 3대1, UCLA 18대1 미국 대학 진학 안내서인 ‘ISI 가이드’ 2006년판을 보면, 강좌 당 학생수가 20명 이상인 강좌의 비율이 아이비리그인 프린스턴과 예일대는 26%에 그쳤다. 역시 사립인 스탠퍼드와 브라운 대학은 각각 31%와 35%에 머물렀다. 하지만 UCLA는 절반이 넘는 51%를 차지했다. 사실 공립 대학의 위기는 캘리포니아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에서 학생 1인에게 쓰이는 교육경비를 사립과 공립별로 비교할 때, 1980년만 해도 공립이 사립의 70%였으나 지금은 55%로 떨어진 실정이다. 전체 학생 가운데 대학원생 비율이 얼마인지도 연구중심 대학의 평판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UC의 경우 학부 학생이 늘면서 대학원생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유수 사립대학이 평균적으로 59%이고, UC가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공립 대학들이 34%인데, UC는 23%에 불과하다. 예산 삭감은 전공 분야의 최고 교수를 초빙하는 데 난관으로 작용한다. UC 쪽 분석에 따르면 경쟁 사립대학 교수들의 평균 임금은 11만 달러를 넘는다. 9만 달러에 그치는 UC 쪽과 2만 달러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 격차는 총장 등 고위 행정직을 비교할 때 더욱 커진다. 때문에 대학 쪽은 행정 고위직 인사에 대해 연간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주택 보조금과 급여 이외에 상당한 액수의 상여금을 책정하고 능력 있는 행정가 스카우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세금 낭비라는 부정적 여론 때문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등 교육의 위기도, 고등교육 잠재력 갉아 먹어 늘어나는 인구, 제한된 예산 등을 감안하면, 캘리포니아 공립 고등교육기관의 획기적인 교육여건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현재 3700여만 명에서 2025년엔 4800만명으로 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20년 사이에 30%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늘어나는 수만큼 고스란히 고등 교육기관의 부담이 된다. 캘리포니아주 고교 교육의 위기 역시 부정적 요인이다. 실제 캘리포니아에 영어 비사용 이민자 자녀 비율이 늘어나면서 이 지역 중고생의 과학과 수학 평균 점수가 미국 전역에서 최하위권이다. 18~29살 인구의 학사 학위 취득 비율도 최하위다.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UC의 학문적 잠재역량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UC 교수진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비관적 예측에도 캘리포니아에서 공립 고등교육기관의 경쟁력 상실을 믿는 이들은 아직까지는 소수이다. 여기에는 이런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다른 주에 비해 인구수나 면적이 훨씬 크기 때문에 경제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학문적 탁월성을 사립대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그 것은 공립대의 몫이다.”(UC의 미래 보고서) “학문적 탁월성 사립대에 의존해는 안돼” 실제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주이지만, 유수한 사립대는 스탠퍼드, 칼텍, 남가주 대학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사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상당수가 동부로 몰려간다. 이 때문에 주 당국은 캘리포니아주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투자는 교육 뿐 아니라 경제에 대한 투자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믿음이 올해 UC 등록금 동결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 고교 졸업자의 50% 이상이 공립 고등 교육 기관에 진학한다. 고교 졸업자 50% 이상이 공립대에 진학 아울러 엄청난 기부금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UCLA는 지난 95년 시작돼 지난해 마감한 10년 동안의 기부금 모금 캠페인에서 무려 30억5천만 달러를 모았다. 다른 대학들과 견줘 사상 최고의 액수였다. 대학 쪽은 이 기금으로 의학연구소 등을 설립해 연구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3만명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생존 동창생 30만명 가운데 9만3천명이 기부를 약속했다고 대학 쪽은 밝혔다. 대학은 2004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새 교수 고용과 대학원생 장학금 확충을 목표로 2억5천만 달러 기부금 모금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데 이미 1억5천만 달러 이상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11년 이상 캠페인을 진두 지휘한 이 대학의 전 총장 앨버트 컨세일은 “기부금이 최근 주의 예산 삭감 액수를 완전 상쇄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모금 액수는 어려운 예산 상황에도 UCLA가 미국 최고 대학의 반열에 계속 머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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