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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만 기자의 미국고교, 미국대학 그리고 미국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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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만 기자의 미국 고교, 미국 대학 그리고 미국 대입⑧
미국대학 경쟁력의 비밀 ‘행정에 교수는 NO’
전문성이 ‘으뜸’인 미국 대학행정
미국 대학 행정의 실질적인 출발은 총장 선임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총장을 뽑을까. 캘리포니아대학(UC) 본부 쪽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라는 주간지가 매긴 대학 순위 25위인 UCLA 총장으로 연초 대학 순위 50위에 불과한 뉴욕 시러큐스 대학의 2인자인 데보라 프런드 교무담당 부학장을 단수 후보로 올렸다.
프런드는 막판 교섭 과정에서 UC 쪽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의 남편도 UCLA 쪽에서 교수직을 얻기를 희망했으나 이 제안이 관철되지 않자 총장직 수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UC 버클리 등 10개의 UC캠퍼스는 각자 고유한 학풍과 특성을 지닌 개별 대학이지만, 크게 봐서 UC 시스템의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UCLA 총장을 뽑을 권한은 오클랜드에 본부가 있는 UC 시스템의 총장에게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말로는 모두 총장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 곳에서 UC의 수장은 프레지던트, 그리고 산하 10개 캠퍼스의 총장은 챈슬러라고 부른다. 하지만 CSU(캘리포니아주립대)는 이 명칭이 거꾸로다. CSU 시스템의 수장을 챈슬러라 칭하고 산하 23개 캠퍼스의 총장을 프레지던트라고 부른다. CCC(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의 총장 역시 챈슬러라고 한다.
돈 많이 끌어올 수 있어야
본론으로 돌아가, 대학 순위도 처지고 총장 경험도 없는 여성을 왜 UC는 총장 후보로 올렸을까. 대학 쪽이 언론에 밝힌 설명을 보면 대강의 접근 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이 대학의 주력이 의대이고 새로운 병원을 짓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 그가 보건학 석사를 가진데다, 의료보장 전문가라는 점이 주요한 포인트였다.
여기에 그가 학교의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마당발인데다 매우 정력적으로 일을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학생과 관련된 이슈에는 늘 관여했고, 항상 학생을 도우려는 태도로 학교 행정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력적인 마당발 스타일은 대학의 주요한 관심사인 기부금 유치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미국 최고의 부자 대학인 하버드 대학이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를 총장으로 추대한 것도 역시 정부 돈줄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대학의 경우, 한해 4천억원의 연방 지원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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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ce Hall, U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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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학생, 둘째도 학생
11년 이상 롱비치 주립대 총장을 역임하고 올 초 퇴임한 로버트 맥슨의 ‘총장 성공기’도 좋은 총장을 판별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학생회 간부들이 99년부터 ‘올해의 총장’을 뽑은 뒤 첫 해를 포함해 6년 동안 4번이나 이 상을 받았다. 2004년 수상이 마지막이었다. 학생들이 아예 이 상 이름을 ‘올해의 로버트 맥슨 총장상’으로 바꾼 뒤 맥슨을 후보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가 롱비치에 재임한 뒤 신입생의 평균 SAT 점수가 895점에서 1023.5점(만점 1600점)으로 올랐다. 아울러 6년 내 졸업 비율도 36.7%에서 48.5%로 상승했다. 학문 세계에서 이 대학의 주가가 크게 뛰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매우 활동적이고 서민적인 인물됨으로 정평이 나있다.
먼저 학생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기회가 되면 자주 학생들을 집에 초대해 저녁을 같이 한다. 그가 즐겨하는 말이 있다. “나에게는 3가지 우선 고려 사항이 있다. 첫째도 학생, 둘째도 학생, 셋째도 학생이다.” 물론 재임 중 롱비치의 학문적 역량이 성장한 데는, 그가 도입한 획기적인 우수학생 유치 장학금 제도였지만, 그의 학생을 섬기는 태도가 업무 추진을 원활하게 한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 많은 대학에선 직선제 해답될 수 없어
서울대를 포함해, 한국의 상당수 국립대는 대학의 리더인 총장을 교수 직선으로 뽑는다. 따라서 그 대학에 재임 중인 교수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총장이 된다. 자기 대학보다 서열이 한참 아래인 대학에서 재직 중인 행정가를 총장으로 모셔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 공립대 교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립대의 한 교수는 “잘되고 있는 학교의 경우, 직선제가 큰 문제가 없으나 문제가 많은 학교의 경우 직선제가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선의 경우, 대학이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총장 임용은 외부 인사들의 주도 아래 내부 인사들이 자문이나 협의로 보완적 기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UCLA처럼 대학 바깥에서 총장 선임이 이뤄질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총장 후보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후보자가 재직 중인 그 대학 쪽 복수의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구하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잘했는지에 대한 그 대학 쪽 정보가 왜곡된다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UC나 CSU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관할하는 총장 선발은 대학 시스템 이사회의 몫이며, 개별 캠퍼스 총장은 UC나 CSU 총장실에서 선발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다. 시스템 전체 관할 총장의 해촉 역시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다. 현재 UC 쪽에서 캠퍼스 챈슬러 스카웃 과정에서 비밀리에 집행한 수십억원의 보너스가 문제돼 주의원들이 잇달아 UC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이사회가 재신임을 결정한 한 차례 회의로 사퇴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이사회의 권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지사가 이사 임명하나, 임기 길어 정치 외풍 최소화
캘리포니아는 주지사가 UC와 CSU, CCC 이사들을 임명한다. 주지사가 임명한 이사는 주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UC 시스템은, 전체 26명 이사 가운데 18명이 임명 이사이며, 7명은 주지사, 부지사, 주의회 의장, 교육감, 시스템 총장 등이 의결권이 없는 당연직 이사로 채어진다.
하지만 UC는 12년, CSU는 8년 등 이사의 임기가 주지사(4년)에 비해 2~3배에 이르기 때문에 주지사 교체로 급격한 변화가 오지는 않는다. 실제 현 UC 이사회 이사장 제럴드 펄스키는 96년 공화당 주지사인 피트 윌슨이 임명했다. 현 이사회에는 피트 윌슨과 그의 후임자인 민주당 그레이 데이비스 전 주지사, 그리고 현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임명한 이사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들이 호선하는 데 임기는 1년이다. 이사회는 시스템의 총장은 물론 법률 고문(GENERAL COUNCIL), 회계 책임자(TREASURER), 서기 책임자(SECRETARY)도 직접 임명한다. 이사회는 이틀 회기로 두 달에 한차례씩 회의를 연다. CSU 이사회는 UC와 달리, 학생 이사 2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24명에게 의결권이 주어진다.
이사 26명 가운데 교수는 2명에 불과, 그나마 의결권도 없어
주목할 대목은 UC의 전체 26명 이사 가운데 교수는 교수평의원회의 의장과 부의장 등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들에겐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전체 25명 이사 가운데 주지사가 15명을 임명하는 CSU는 교수 이사가 1명인데, 의결권을 가진다. 하지만 이 교수 이사 1명도 외양상 주지사가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교수회에서 복수로 추천해 이 가운데 주지사가 1명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학사와 행정을 분리하는 미국 대학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UC는 지난 2002년 가을부터 교수평의원회가 위촉한 교수들이 이사회 산하의 7개 상임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출석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교수회와 이사회 사이의 정보와 아이디어 교환의 필요성 때문이다. UC와 CSU에는 모두 학생과 동창회 대표가 이사로 참여한다. 이들의 임기는 1~2년으로 일반 이사들에 비해 훨씬 짧다.
이사회에서 영향력이 제한된 교수들은 별도의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운다. CSU에는 교수 노조가 있다. 23개 캠퍼스에서 노조 대표를 선출해 중앙 지도부를 구성한다. 각 캠퍼스에는 지부가 있다. 이들은 CSU 본부 쪽과 *임금 *강좌당 학생수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수시로 교섭한다.
교수회는 또 학내의 각종 이슈와 관련해 수시로 자신의 목소리를 정리해 총장실과 이사회에 제출한다. UC 교수평의원회는 지난해 교수 학생 선발 때 인종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선언하는 문안 채택 등 20여건 이상의 권고안을 작성해 총장실과 이사회에 제시했다. CSU와는 달리, UC에는 교수 노조가 없다.
이사회는 예산 등 대학 행정의 굵직한 사안은 물론 직원 급여 승인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UC 이사회는 지난해까지 연봉 16만8천 달러 이상의 직원과 교수에 대한 지출 승인권을 행사했으나 올해부터는 10만 달러 이상으로 넓히기로 했다. CSU 이사회 규정을 보면, 이사회는 학교운영 규정과 규칙 제정은 물론 커리큘럼 개발과 예산이나 인적자원 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사 임명에 주지사 막강한 권한 행사
이처럼 대학 행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사들은 대개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임명할까. 임명은 철저히 주지사와 그 비서진의 몫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주지사는 UC 임명직 이사 가운데 재임 중 평균 3분의1을 임명할 수 있다. 이사 임기가 세배 길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사를 고를 때 “어떻게 하면 대학 시스템에 주지사의 영향력을 강하게 미칠 수 있을 까”에 집중한다. 당연히 정치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임명 과정도 비공개다. 따라서 이사가 되고 싶다면, 주지사 쪽에 자신의 이력서와 운영계획서를 제출해 설득하든지, 아니면 주지사의 강력한 정치적 후원자이어야 할 것이다.
2년 전부터 U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팔스키는 로스앤젤레스에 기반한 투자회자 경영인이자 변호사다. 주지사가 이사로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은 기업인들이다. 팔스키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로 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될 때 캘리포니아 쪽 선거 운동을 이끌었다. 정치색이 매우 짙은 기업인이다. 하지만 인화력이나 업무 추진력이 대단해 여러 정치적 배경을 가진 현 이사들을 무리 없이 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지사가 당연직 이사로 임명한 UC 이사회 이사 18명 가운데 비기업인은 단 한명에 불과하다. 데이비스 전 주지사가 임명한 대학 행정가 출신 이사가 유일한 비기업인이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주를 비롯해, 은행가, 부동산 개발업자, 투자전문회사 사장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인들이 이사로 포진하고 있다.
주지사에게 이사 임명권을 주고 주 상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데는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의 역할과 책무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예산의 부당 집행 등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학 시스템 책임자는 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해명해야 하고, 주 당국요청에 의해 감사를 받아야 한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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