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6 14:55
수정 : 2006.12.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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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 든 엉클샘’ 불편한 진실과의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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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로 짚어본 2006 세계] ① 미국
유일 초강대국 자만 반성
‘부정하는 국가’ 등 논픽션 봇물
이라크 전쟁 넘어 9·11 진실찾기
2006년 세계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지구촌 사람들은 올 한해에도 제각각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씨름하며 분투했다. 한 사회를 관통하는 고민과 비전은 책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된다. 올 한 해에도 국내외에서는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각종 베스트셀러들이 쏟아졌다. 이 책들을 통해 올 한 해 지구촌 사람들의 희망과 좌절, 고민 등을 다섯 차례로 나누어 살펴본다.
픽션이 판을 치던 미국 출판가에서 올해는 유독 논픽션이 강세를 보였다.
픽션 이상의 공포와 충격을 안겨준 9·11 동시테러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이라크전이 논픽션 부문의 주류를 이룬 것도 특징이다. 이슬람, 중동, 이라크, 미국 정치 등 탈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자만에 빠졌던 미국인들은 요즘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고 있다.
서점 입구 눈에 띄는 진열대나 대형 할인매장의 책 코너에는 각종 논픽션 베스트셀러들이 20~40% 할인된 가격으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의 <부정하는 국가(State of Denial): 부시는 전쟁 중 제3권>은 9월 말 이후 100만부 넘게 팔린 올해의 ‘밀리언셀러’다. 초판만 75만부가 발행됐다.
책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종교적 확신에 차 이라크 침공 결정을 내린 ‘자기 확신의 포로’다. 기능장애의 전시내각을 주재하면서 지적 능력도 떨어지는 조급증의 지도자로 각인되고 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아무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절대왕정 국가의 왕실이 돼버린” 백악관, 서로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각료들의 모습은 차라리 ‘광대극’이라고 혹평한다. 딕 체니 부통령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부시의 전쟁관리 내각은 “임시로 급조된 야구팀” 수준이라고 꼬집는다.
이라크전의 진실에 대면하게 된 미국인들은 지난 6일 발표된 이라크연구그룹의 보고서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발간 첫날부터 재판에 들어가 연말 베스트셀러 페이퍼백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고서가 부시 행정부의 ‘메시아적 신보수주의’를 대체할 현실주의 외교의 부활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쟁국가’의 국민이 돼버린 미국인들은 이라크전뿐 아니라 그 원인이 된 9·11의 진실 찾기 행보도 계속하고 있다. 로런스 라이트의 <높이 드리운 타워(Looming Tower): 알카에다와 9·11로 가는 길>, 리 해밀턴의 <전례가 없는(Without Precedent): 9·11위원회의 속얘기> 같은 책들도 꾸준하게 팔린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가상 기소장인 <미국 대 조지 부시>나, 부시를 조롱하는 정치유머집 <나쁜 대통령>(Bad President) 같은 책들도 심심찮게 팔려나간다.
이 와중에 마크 스타인의 <미국 혼자라도>(America Alone)는 “홀로 남은 미국이 서구문명의 보루로서 문명의 적들과 대적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런 신보수주의류 서적이 없진 않지만 서점가를 장식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애국주의적 이념서적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연말 미국 서점가는 미국인들에게 금기시됐던 또다른 진실로 파문이 일고 있다. 퇴임 후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팔레스타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니라 평화를>이 그 주인공이다. 카터는 책에서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유대인들과 이들이 장악한 언론들은 중동평화협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반유대주의자란 비판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지난달 14일 출판 이래 10만여부가 팔렸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유대인들의 비난이 더해질수록 책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역설적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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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촘촘하게 검증한 ‘부시의 전쟁 졌다’ : ‘대실패’ 군사만능주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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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릭스의 <대실패(Fiasco): 이라크에서 미국의 군사적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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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의 군사전문기자인 토머스 릭스 기자가 출판한 <대실패(Fiasco): 이라크에서 미국의 군사적 모험>은 이달 초 <유에스에이투데이>와 <워싱턴포스트>가 각각 선정한 올해의 최고 논픽션 도서 1, 2위를 차지했다.
개전 이후 이라크를 다섯 차례 취재한 릭스는 현재 이라크의 상황을 “93년 모가디슈, 보스니아 내전 중 사라예보보다도 더한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홉스적 사회”라고 규정했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최우선적인 책임은 물론 무능하면서 고집을 피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온전히 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전쟁계획”을 세운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부 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 등 국방부 수뇌부,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 럼스펠드의 예스맨으로 전락한 군 지휘부, 반군을 무시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현지 지휘관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실제로 반란 진압 전술에 대한 군사훈련 과정이 삭제된 이후 전술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현지부대는 “비정규전을 정규전 방식으로 대처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라크인들을 한편으로 만들기보다는 사살 전과만을 강조함으로써 소탕되는 적보다 더 많은 적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사력 만능주의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국가를 점령한 이라크전 결과 △인명과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선제공격 전략의 신뢰성을 잃게 됐고 △동맹국들도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을 불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 오바마, 책 판매로 이미 ‘골리앗 후보’ : ‘대담한 희망’ 정책대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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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담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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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의 책 출간은 미국 정치의 오랜 관행이다. 경륜과 지적 능력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2008년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담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을 비롯해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 존 에드워즈 전 부통령 후보의 <우리 삶의 청사진> 등이 서점에 깔려 있다. 이에 질세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70여만권이 팔렸던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출판 10돌을 기념해 수정판을 내놨다.
공화당의 유력주자인 존 매캐인 상원의원도 내년 8월께 <어려운 소명>(가제, Hard Call)을 내놓을 예정이고, 고어 전 부통령은 내년 7월 <이성에 대한 공격>(The Assault on Reason)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중 오바마 상원의원은 단연 압권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 달새 40만부가 넘게 팔렸다. 책 판매만으로도 다윗이 아닌 이미 ‘골리앗’ 후보가 된 것이다. 상원의원 경력 2년에 불과한 오바마는 <대담한 희망>에서 교육, 건강보험, 이라크전 등 뜨거운 이슈에 대한 나름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마다 ‘정치’ ‘가치’ ‘기회’ ‘신념’처럼 딱딱한 제목들이 붙어 있지만, 그의 연설만큼이나 신선하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의 파당정치, 인종정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브랜드의 정치를 주장한다. 정책결정에서 파당을 뛰어넘는 상식을 강조하며 컨센서스를 만들어갈 것을 주장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내적으로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극대화하는 “소유자 사회”를 조장했다고 비판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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