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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0 14:46 수정 : 2019.01.10 19:04

CES 인기몰이 ‘구글 라이드’
작년보다 3배 키운 전시장에 설치
‘한시간 기다려야 탑승’ 팻말
‘할머니 케이크 사와라’
미션 수행 3분짜리 여정 속
구글의 일상생활 속 역할 보여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시이에스) 출장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됐던 기업 부스를 꼽으라면 구글이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이에스 기간동안 라스베이거스 주요 호텔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은 ‘헤이 구글’(구글 어시스턴트 호출 명령어)로 도배됐다.

시이에스 주요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한가운데 위치한 2층짜리 구글 부스에도 전광판과 함께 ‘헤이 구글’이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구글은 부스 규모를 지난해보다 3배나 키워 기대감을 높였다.

시이에스 전시장 한가운데 주차장에 마련된 구글 부스. 부스안에서 진행되는 이벤트가 전광판에서 생중계 되고 있다.

볼거리 없지만 탈 것이 있었다.

개막 첫날인 8일(현지시각) 구글 부스를 찾았지만 막상 볼만한 것은 없었다. 전시공간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연동 가전제품들이 전시돼있었다. 별도의 ‘구글 홈’ 체험공간이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쿠킹클래스가 열리고 있었다. 요리할 때 레시피를 찾거나 타이머를 설정할 때 구글 어시스턴트가 유용하다는 점을 구글이 강조해왔는데, 그런 취지인 걸로 보였다.

구글 부스 1층 전시장. 구글 어시스턴트에 연동되는 제품들이 전시돼있다.
‘뭐지? 이게 다인가?’ 이런 의문을 품고 부스를 나서는데, 전시장 한바퀴를 빙 둘러싼 줄이 보였다. 가장 앞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라이드)라고 적혀 있었고, 안내직원은 타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라이드는 구글이 전시장에 만든 ‘느린 롤러코스터’였다.

‘이건 타야 돼.’ 이런 확고한 생각으로 이튿날인 9일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구글 부스를 찾아갔다. 대기줄은 이미 건물 반바퀴 정도를 둘러싸고 있었다. 20분을 기다려 ‘느린 롤러코스터’를 3분 동안 탔다. 소감을 미리 말하자면 ‘라이드 오프 라이프’(Ride of Life)라는 테마의 라이드는 구글이 시이에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부였다. 구글이 ‘경험을 판다’는 것이 무엇인지 라이드가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는 ‘밥’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91살 할머니의 생일 케이크를 사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스토리로 구성된다. 사진 속 인형이 밥의 할머니다. 밥의 할머니는 스스로 움직이고 관람객의 동작과 말에 반응한다.
구글 어시스턴트 새 기능 모두 담은 ‘느린 롤러코스터’

라이드는 ‘밥’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91살 생일을 맞은 할머니의 케이크를 사라는 미션을 구글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선 할머니 인형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할머니는 얼굴도 움직이고 눈도 깜빡이는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한 탑승객이 셀카를 찍으려 자세를 취하자 “함께 찍자”고 말하는가 하면, 탑승객들이 건넨 말에 반응했다. 할머니를 조정하는 누군가가 있는지, 아님 스스로 반응하는 로봇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이후 관람객들은 어두운 방으로 들어선다. 방에는 밥이 누워서 자고 있다. 이후 실루엣으로 등장한 아내가 ‘할머니 생일 케이크를 잊지 말라’는 미션을 던진다. 드디어 열차를 탈 수 있는 승차장에 도착해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 승차장의 모습. 사진 속 열차는 맨 앞자리가 휠체어 장애인용 좌석으로 만들어졌다.
밥이 부르는 경쾌한 노래를 흘러나오며 열차는 출발한다. 레일 양쪽으로는 밥의 일상을 보여주는 귀여운 인형들과 조형물들이 설치돼있다. 밥이 집에서 차를 타고 베이커리에 가서 케이크를 사고, 집에 돌아와 할머니와 생일잔치를 하기까지의 모든 상황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는 상황을 묘사한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동작 내용은 열차 좌석 디스플레이에도 표시된다.

아침 일과 알려주고
빠른 길 찾아주고
케이크 정보 찾아 알려주고
빵집에선 프랑스어 통역기
깜짝 파티 위해 불 꺼주고
그룹 셀카 찍어주고…
스스로 경험하는 이벤트로
이색 ‘사용자 경험’ 전시해

아침 일과를 알려주고, 안드로이드 오토가 빠른 길을 찾아주며, 도착 예정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로 보내주기도 한다. 지메일에서 케익에 대한 정보 찾아 알려주고, 베이커리에서는 프랑스어 통역기 역할을 해준다. 집에 와서는 깜짝 파티를 위해 불을 꺼주고, 디지털 도어락 앞에 있는 방문자가 할머니인지 알려주며, 파티가 시작되면 조명을 켜고 유튜브에서 할머니가 설정해둔 음악을 재생한다. 카메라를 실행시켜 ‘그룹 셀카’를 찍어주기도 한다. 3분짜리 라이드는 이 모든 것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음성’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묘사된 대부분의 기능들은 지난 8일 구글이 어시스턴트에 추가한 기능이다.

라이드에 탑승하는 도중에 자동으로 촬영된 사진. 탑승을 마친 뒤 입장권 큐아르(QR) 코드를 찍으면, 사진을 전자우편으로 전송해준다.
라이드는 중간중간 재밌는 포인트도 있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상황에선 분무기에서 물을 뿌려주고, 열차가 실외로 나갈 때 사진도 찍어준다. 관람객들이 가지고 있는 입장권 큐아르(QR) 코드를 찍으면 사진을 구글 홈 할인권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준다. 마지막으로 부스를 떠날 때는 ‘극강의 달콤함’을 의미하는 마카롱을 하나씩 나눠준다.

참여하기 위해선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구글의 ‘검볼 자판기’ 이벤트

도처에서 발견되는 ‘인간’ 어시스턴트

라이드를 마친 뒤 부스 건너편에 설치된 구글 어시스턴트 ‘검볼 자판기’를 찾았다. 검볼 자판기에는 구글의 상징 색인 빨강·노랑·초록·파랑의 둥근 공(껌)이 있는데, 관람객들이 동전 모형을 집어넣으면 공이 내려온다. 껌 색깔에 따라 구글 어시스턴트에 물어볼 수 있는 예시질문을 관람객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를 대답하면 껌이 나온다. 껌을 열어보면 구글의 스마트홈 관련 제품 쿠폰이 들어있다. 부스마다 공짜로 제품을 나눠주는 곳들은 적지 않지만(아마존은 바나나를 나눠준다), 9일 내내 검볼 자판기에 참여하기 위해선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구글 진행요원들은 그 자체로 ‘구글 어시스턴트’다. 흰색 롱패딩을 입은 이들은 구글의 상징색 공이 달린 흰 모자를 쓰고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이들은 구글 행사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드넓은 시이에스 행사장 도처에서 발견된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연동하는 제품을 전시한 기업부스에도 ‘어시스턴트’ 역할을 한다. 시이에스 전시장 곳곳이 ‘헤이 구글’이었고 ‘구글 어시스턴트’였던 것이다.

야외에 마련된 포드 전시장에서도 ‘사람’ 구글 어시스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 ‘전시’한 구글

구글은 지난 8일 어시스트와 연동된 스마트홈 브랜드가 1600여개에 이르고, 디바이스는 1만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시이에스를 통해 탁상시계부터 압력밥솥, 전기차 충전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들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새로 연동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제조사들이 손쉽게 구글 어시스턴트에 연동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단히 한 ‘어시스턴트 커넥트’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미국 등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먼저 출시한 아마존 알렉사에 밀리다가 서서히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는 구글 플랫폼의 특성과 글로벌 검색시장 1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지메일을 통해 수집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 ‘철저히 개인화된 정보’가 격차를 줄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과 스마트 가전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엘지전자를 비롯한 가전업체, 자동차 업체까지 구글과 손잡는 이유인 셈이다.

시이에스는 전자제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판매하는 구글은 보여줄 제품이 없다. 그러나 3분짜리 라이드와 각종 부대행사들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기능을 말이나 글 또는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몇 배의 전달력이 있었다.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전시’한 것이다.

글·사진 라스베이거스/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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