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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30 09:08 수정 : 2018.04.30 20:49

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온라인에서 소속감 얻고 싶은 또다른 자아의 측면

Q. 아이가 거친 표현의 댓글을 달면서 장난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평소 착한 아이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A. 요즘 아이들은 등굣길에서도 댓글이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지냅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던 이들이 벌써 20대가 되었으니, 문자나 댓글을 통한 의사표현은 기성세대에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가끔 원문을 잘 읽어보지도 않은 채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감상적이거나 ‘외계어’를 사용하더군요. 외계어는 무슨 뜻인 줄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문자를 섞어 쓰는 댓글 은어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댓글놀이가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을 때는 가혹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왜 이렇게 거친 놀이터가 되어버렸을까요? 네트워크를 통한 비대면 인간관계가 늘어난 가운데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대한 머릿속 이미지가 문제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사람들은 직접 만나거나 음성통화보다는 문자나 댓글을 통한 소통을 더 편하게 여깁니다. 이러한 소통방식에서는 관계가 단절되기도 쉽고, 칭찬이나 비난의 진폭도 과장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셰리 터클 교수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대신 이메일, 문자, 댓글을 주고받는 사이버 친교가 결국에는 사이버 고독으로 연결된다고 진단합니다. 관계를 단절하기 쉬운 소통방식이 종국에는 자기도 쉽게 단절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져온다는 것이죠. 이 불안이 익명의 공간에서 과격한 언어를 쏟아놓는 데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과 끼리끼리 문화도 한몫을 합니다. 소속하고 싶은 곳과 어떤 일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습니다.

거친 댓글놀이를 즐기는 아이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었을까요? 아이는 거기서 만나는 사건과 사람들을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현대인은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에서 만나지만 삶의 규모와 속도에 짓눌려 삽니다. 아이들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단톡방을 특정한 모양의 이미지로 이해를 하곤 합니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에 맞는 자아상 혹은 역할상 같은 것을 만들어두고 있는 것이죠. 아이는 지금 그 배역에 충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해보세요. 먼저 대면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말해주세요. 그리고 댓글로 만나는 사람들도 바로 곁의 친구와 같이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이야기해주세요.

고영삼 동명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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