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8 06:44
수정 : 2018.05.28 08:05
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수용속도 조절하려면 배우는 게 먼저”
Q. 50대 후반인데 요즘 디지털 변화를 따라잡기가 너무 힘듭니다. 계속되는 변화에 멀미를 느낄 정도입니다. 언제까지 기술의 변화를 따라다녀야 하나요?
A. 매일같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핀테크라는 신조어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블록체인이니 비트코인을 모르면 시대에 뒤진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얼마 전 ‘무인자동차’라고 말했는데 듣고 있는 친구가 ‘자율주행차’가 공식 용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대화를 위해서라도 신조어를 알아야 합니다. 50대 후반이라면 버거운 환경입니다.
돌이켜보면 20여년 전쯤 인터넷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은 우리를 순식간에 웹 생활양식으로 살도록 했습니다. 10년 전 시작된 스마트폰은 생활을 더 급진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는 재미있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농어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디지털 멀미를 앓는 거지요. 단톡방이나 밴드는 따라잡았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빅데이터, 가상현실, 사물인터넷의 4차 산업혁명 기술에는 현기증이 납니다.
몇년 전 한 잡지는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을 포노 사피엔스라 칭하더군요. 스마트폰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신체에 부착되거나 심어져 인체의 일부가 된 상황을 말하는 용어입니다. 스마트폰이 인간 생각에도 영향을 끼치는 상황까지 상상해본다면 이 용어의 함의는 훨씬 더 깊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주장해온 사이보그가 현실화되는 것이죠.
이 멀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질문자님에게 이 불편을 상수로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생활양식 일체를 다 바꾸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웹이나 앱, 그리고 초지능과 초연결 기술이 만들어내는 생활양식을 처음부터 거부하는 것과 그 특성을 알고서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호모 데우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그러더군요. 향후 첨단기술을 잘 활용하는 호모 사피엔스와 그렇지 않은 이의 능력 차이는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와 유인원의 차이만큼 클 것이라고요. 심지어 융복합 신기술을 활용하여 정신적 신체적 역량을 향상시킨 사이보그는 신을 엿볼 것이라고 했지요.
사람이 기술발전의 방향과 속도에 대한 조절력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아날로그를 아는 40~50대가 신기술을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영삼 동명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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