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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7 10:40 수정 : 2018.04.17 23:33

갓난 아기를 처음 품에 안은 그 날처럼 아이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어머니들이 눈물흘리고 있습니다.

갓난 아기를 처음 품에 안은 그 날처럼 아이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어머니들이 눈물흘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아이의 얼굴에 뺨을 맞대어 봅니다.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씨가 딸의 영정을 두 팔로 꼭 껴안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이곳에 합동분향소가 세워진 지 1448일만에 아이의 영정을 받아든 어머니는, 마치 아이를 낳았던 그 날처럼 소중히 품에 끌어 안습니다. 열 달을 품어 처음 만난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듯 혹시 묻었을 먼지를 닦고, 뺨을 부빕니다. 갓난 아기를 처음 품에 안은 그 날과 다른 점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어머니의 표정 뿐인 듯합니다.

제대 앞에 유가족들이 섰습니다. 겨우 지탱하던 실 한 가닥이 툭 끊어지듯 주저 않는 분들과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오열 속에 나즈막히 들려오는 한 마디 "00야 엄마 왔어." 퇴근 무렵 현관문을 열고 와 말하듯 자분자분 건네는 그 말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저무는 해가 희생자들의 영정을 금빛으로 물들이기까지 국민들의 추모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추도식이 끝나고 영정과 위패를 가족에게 전하는 순서만 남아 식장 뒷편부터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추모식 진행요원들이 마지막 희생자 영정과 위패를 기록관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로서 분향소는 1448일 만에 문을 닫습니다.

오전 영정과 위패 이송을 시작으로 해질 무렵까지 종일 이어진 추도식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뉘엿뉘엿 지는 일몰 태양빛에 행사장의 빈 의자들이 반짝일 무렵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아이는 품에 없는데, 세상은 다 해결됐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단 생각이 들면 어쩌나. 혹시라도 허무함이 그 빈 마음을 덮치면 어쩌나.

그래서 부질없는 일인지 몰라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흰 꽃 손에 배웅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다짐하는 이들을. 일상 속에서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며 다짐하는 이들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훗날 우리가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살게 될 때, 그 처음에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었다고 돌아볼 수 있도록 계속 함께 걷겠습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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