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2.19 20:15 수정 : 2006.05.18 01:31

지난달 24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양극화, 한국사회의 늪’ 토론회 참석자들. 오후 2시부터 5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장상환, 신정완, 김유선, 이정우, 강신욱.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③ 양극화, 한국사회의 늪


토론회 요약

“양극화 해결서 예방쪽으로 초점 이동해야”
“증세문제, 정교하지 않으면 저소득층 불리”

김유선= 문제의 핵심은 노동소득과 자본소득간 양극화다. 정부와 재계는 ‘노동하기 나쁜 나라’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해 왔고, 이 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했다. 그 결과 대기업-중소영세업체, 정규직-비정규직간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김유선=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면, 이에 걸맞은 구체적 정책수단을 곧바로 제시하고 집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면, 사후적 보완책 차원의 복지제도 확충에 초점이 있고, 노동시장·노사관계 개혁을 통한 사전적 문제해결의 의지는 없는 듯 하다. 집권 말기에 실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증세를 전면화한 것도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강신욱= 안정망 확충과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양극화의 근본적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양극화 예방의 문제로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 양극화 문제가 발생하는 노동시장 지점에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정우= 정부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그래도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를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정부다. 많은 성과는 없었지만, 옳은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본다.

강신욱= 정부 정책의 각 요소들이 상충관계에 있다는 게 문제다. 사회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이미 빈곤화된 집단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늘린 것이다. 빈곤층 양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비정규직 양산 체제에 손대지 않은 것이 문제다.


신정완=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력을 먼저 하고, 여기에 기초해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단순히 기업의 이익으로 가지 않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정우= 구조조정에는 ‘낮은 길’과 ‘높은 길’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은 낮은 길로 가고 있다. 임금삭감과 해고 등이 저생산성으로 이어지고, 다시 저임금화로 나아간다. 각자 살길을 찾아 간다는 게 공멸의 길로 향하는 형국이다.

강신욱= 낮은 길이 선택되는 이유는, 서로간에 의사소통과 교섭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양자를 소통시켜 모두가 좋아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게 사회적 협약이 아닌가.

장상환= 선진국은 사회협약을 통해 고용안정과 임금을 서로 양보했다. 그런데 한국 비정규직의 경우, 임금 수준이 노동력 재생산이 불가능한 정도로 낮아진 구조다. 이는 끌어올려야 할 수준의 임금이지, 양보를 할 수준이 아니다. 노사정 타협 이전에 정부가 먼저 노동계의 요구를 정리해 기업 쪽에 수용을 요구하고, 입법화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신정완= 임기 후기를 맞아 현 정권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재계는 정권 교체 때까지 버티면 된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에 형식과 내용을 모두 갖춰 사회적 타협을 이루기는 어렵다. 다만 임기를 넘어 중장기적 시각에서 진보적 사회타협으로 가는 초석은 놓을 수 있다.

김유선= 가능하면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좋다. 참여정부 내 세력관계를 보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될 때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참여정부는, 적어도 노동정책에 관한 한, 알아서 잘 하지 않았다.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면 항상 기대와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신정완= 지금은 고통분담이 아니라 희생의 교대가 필요하다. 희생의 교대가 있어야 장기적으로 고통분담이 가능해진다. 외환위기 이후 고통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은 것은 비정규직, 실업자, 영세자영업자 등이었다. 반면 재벌기업에게는 외환위기가 위장된 축복이었다. 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여기서 고통분담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이정우= ‘희생의 교대’를 요구하면 (자본 등이) 합의의 장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모두들 각자 얻어가는 것이 있도록, 내놓는 것보다 받는 것이 크도록 해야 성공한다. 지금이라도 그런 방식으로 제대로 한다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김유선=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하려면 사회협약 의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했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면 어떤 문제가 개선되는지 명확한 상을 제시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 참여만 종용하고 있다.

신정완= 증세의 내용도 쟁점이 될 만하다. 비과세ㆍ감면 축소는 정교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실제로 누가 부담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장상환= 자산세를 더 거두는 것이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를 늘리는 것과 함께,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고소득자가 많이 부담을 지는 것에 대해 정부가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강신욱= 이제는 사회지출의 양과 더불어 사회지출의 구조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빈곤화된 계층을 보장하는 지출이 아니라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지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보험제도 등이 안전망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도록 연금·건강보험 등의 보장성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

신정완= 복지국가 형성기에는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산층은 ‘세금은 내는데 혜택은 못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 중 중산층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육아·양로 등 사회서비스다. 유럽 모델 중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은 소득보장, 북유럽은 사회서비스에 더 치중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고용 친화적이고, 경제활동 참가가 촉진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성과는 북유럽 모델이 더 좋다. 정리/박종찬 기자 ahn@hani.co.kr

성장-분배 병행 내세운 정부 실제론 양극화 심화정책 이어져

장상환 교수 발제 요약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핵심문제다. 한국 사회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시한폭탄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의 원인이 된다. 중장기적으로 출산율의 저하를 낳아 생산력을 위축시킨다. 빈곤층이 질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성장 잠재력도 침식된다. 사회적으로는 자살의 급증과 가정의 해체를 초래하고 범죄율을 높인다. 정치적으로도 파시즘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빈곤층을 보호하는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남·북간의 통합 또한 어렵게 된다.

선진국의 경우,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체제가 확립된 뒤인 198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은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를 생략한 채, 고도성장의 개발자본주의 정책에서 곧장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노선으로 전환했다. 이것이 양극화 심화의 결정적 원인이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들은 노동계를 압박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분배와 성장의 병행 발전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강행했다. 노동자 보호를 축소시킨 반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줬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고, 동반성장을 이야기했지만 초점은 성장에 맞춰져 있었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양극화 관련 ‘신년 구상’은 일단 긍정적이다. 문제는 양극화 해소의 방법이다. 노 대통령이 말한 일자리 창출은 간접적인 방법이다. 비정규직 등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의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의 방법으로 기업의 투자 촉진을 내세울 경우,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보장 확충을 위한 재원 확보는 또다시 불가능해진다.

◇ 지금까지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에 참여해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신욱(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연구팀장), 강원택(숭실대 교수), 고병권(수유+너머 공동대표), 김명인(인하대 교수·실행위원),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실행위원), 김호기(연세대 교수·실행위원), 박명림(연세대 교수·실행위원),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태균(서울대 교수·실행위원), 손호철(서강대 교수), 신정완(성공회대 교수), 양현아(서울대 교수·실행위원), 이일영(한신대 교수·실행위원), 이정우(경북대 교수), 임지봉(건국대 교수·실행위원), 장상환(경상대 교수), 조현연(성공회대 교수·실행위원), 조희연(성공회대 교수·실행위원), 황인성(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홍성태(상지대 교수·실행위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