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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4 19:09 수정 : 2006.03.14 23:15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 긴급현안토론회 노사정대화 복원 가능성은

이 장관 “대표자회의서 비정규직 논의” 제안
“노사정위원회 위상 높여야” 지적도

토론회에서 노-정 대표자들은 노사정 대화에 대한 생각의 한자락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를 통해 대화 복원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는지”를 물었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을 먼저 요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관심을 갖고 해결하겠다”며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조처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한겨레>가 민주노총 쪽에 조 위원장의 발언과 의도를 확인한 결과, 민주노총은 “정부가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를 해결한다면 노사정 대화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에 앞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15일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민주노총은 불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사정 대화 틀을 회복하는 데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고 운을 뗐다.

노사정 대화를 주제로 한 토론이 시작되자 노-정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토론이 무르익을수록 노-정은 사회적 대화를 향한 접점을 찾고 있었다.

먼저 이 장관이 “은행나무도 마주봐야 열매가 열린다”며 “민주노총 안의 여러 정파를 아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새 위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정파 문제 때문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이수호 위원장 때부터 대화를 많이 해왔으나 현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지금까지 많은 대화를 해왔기 때문에 이제 대화를 하면 국민들은 결과를 기다린다. 결과 없이 대표자만 만나자는 건 정치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시 이 장관이 말을 받았다. “대표자들이 만나 대화의 단초를 연 다음, 실무자들이 다시 만나 얼마든지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 서로 만나 대화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노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또 “15일 열리는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앞두고 노동계 쪽에서 의제를 확실히하자고 해 ‘비정규직 법안까지 같이 논의해볼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과 조 위원장의 불꽃 튀는 논쟁 가운데 장기투쟁 사업장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대한 해법이 그동안의 불신을 푸는 단초가 됐다.

조 위원장은 “대화로 풀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현장의 체감온도와 너무 동떨어져 사회적 대화에 나설 수 없다”며 “조그마한 사업장에서의 합의도 지키지 못하는데 더 큰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이 “정부가 거대담론만 얘기한다고 하는데, 역으로 묻겠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신뢰를 보일 수 있는지 한번 얘기해 달라”고 되물었다.

조 위원장은 하이닉스반도체·하이스코·세종병원·코오롱 등 장기투쟁을 벌이는 사업장들을 일일이 들며 “노동자들이 전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정부가 관여해 노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 때문에 조심스러웠다”며 “앞으로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연일 이 문제와 관련해 회의를 열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 대해선 구체적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위원장 선거를 치르면서 내내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고 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 와야 하고, 그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해결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사정위원회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영향력 있고 해결능력도 갖췄다고 판단될 때 민주노총도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노사정위원회가 형식적 모습이 아닌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사정이 노력해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기 교수는 “국민 다수가 사회적 대화를 원한다. 대화가 중요한 것은 양극화 문제를 푸는 통로 가운데 하나가 노사정의 대화와 타협이기 때문”이라며 “오늘 토론이 노사정 간 새로운 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매듭지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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