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이수영 경총 회장(왼쪽부터) 등 노사정 대표들이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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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선진대안포럼 - 긴급현안토론회 노사정대화 복원 가능성은
노동부 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민주노총은 오랜 내부 진통을 털고 새 집행부를 꾸렸다. 한국노총도 창립 60돌을 맞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안 파동과 철도노조 파업, 그리고 4월 총파업을 예고한 노동계 움직임 등 현안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이에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은 주제별로 연재하던 정기토론회 대신 긴급현안토론회를 마련했다.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 노사정 대표자들이 마주 앉았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공개토론회의 자리에 노사정 대표자가 함께 모인 것은 *년만에 처음이다.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실행위원인 김호기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토론회는 긴장 속에 시작됐다.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노사정 대표자와 함께 온 관계 실무자들의 ‘배석’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여러 현안에 대해 거의 예외 없이 의견이 엇갈렸다. 언성은 높이지 않았지만 말마다 뼈가 박혀 있었다. 쟁점이 있는 곳마다 노노, 노정, 노사간에 켜켜이 쌓인 불신의 벽이 높았다. 비정규직 법안 사유제한 노총-민노총 입씨름
사쪽 “일자리 질보다 양 중요” 첫 논란은 양대 노총 사이에서 일어났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3년에 걸친 비정규직법안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마지막 순간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한국노총을 배반자라고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유제한 등이 핵심쟁점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제대로 포함시키지 않으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른바 ‘비정규직 투쟁’을 놓고 노동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논란의 일면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재계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계의 시각을 비판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비정규직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중소기업은 돈이 없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만한 여력이 없다.” 비정규직 보호가 강화되면 중소기업들의 공장이 국외로 빠져나가게 되고, 결과적으론 고용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회장은 “비정규직이 악이고 정규직이 선이라는 발상은 잘못”이라며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우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쪽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양대 노총 대표자는 반발했다. “5년치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우조선의 경우 현재 정규직 7천명에 비정규직이 1만명인데, 앞으로도 비정규직을 2천명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시적 업무에도 비정규직을 쓰는 게 문제고 이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생떼를 쓰는 게 아니다.” 조 위원장의 말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차선론’을 내세웠다. “지금은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데, 그나마 기간을 정한 것은 한단계 앞선 것이다.” 총파업 노 “공익적 성격” 강조…잦은 파업 자성론도
사 “파업이 권익보호보다 이념투쟁으로 번져” 애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으나, 자연스레 민주노총이 4월로 예정한 총파업으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이상수 장관은 철도파업을 두고 “타협할 여지가 충분했는데도 노조가 성급히 파업했다. 이런 파업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용득 위원장이 아픈 데를 꼬집었다. “세계적으로 직권중재 제도가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데, 정부는 파업만 하면 직권중재를 한다. 법 테두리 안에서 파업하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법과 제도부터 갖춰야 한다.” 조준호 위원장은 파업의 ‘공익적 성격’을 강조했다. 4월로 예정된 총파업은 비정규직,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 등에 대한 진지한 해결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들이) 고소고발에다 손해배상 가압류까지 당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좋아서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절박한 심정에서 하는 것이다.” 이수영 회장은 “자유무역협정 등 국가 전체 이익과 관련한 것들은 정부나 전문가에게 맡기고 노조는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면 되지 않나”고 따졌다. 조 위원장은 “정부한테 맡기면 우리도 좋다. 그렇게 맡겼더니 외환위기가 와서 대량실업과 비정규직이라는 철퇴를 맞았다”고 맞받았다. 이용득 위원장의 ‘자성론’도 눈길을 끌었다. 노동관련 법·제도의 후진성을 지적한 이 위원장은 뒤이어 “냇물을 건너기 위해 파업이라는 징검다리를 놓는 건 좋지만, 파업으로 수문도 없는 댐을 건설해 버리면 결국 무너져 버린다. 잦은 파업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면 운동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로드맵 이 노동 “노사정 대화를 복원되면 단계적 시행 ‘노사관계 로드맵’은 거의 모든 노동계 현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 문제를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부터 풀어야 다음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토론은 오히려 산별체제 전환 등 노동관계법 개혁의 ‘토양’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이수영 회장은 노사관계 로드맵의 여러 쟁점 가운데서도 특히 기업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용득 위원장이 반박했다. “산별 노조를 갖춘 외국에서 전임자 임금을 노조가 부담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은 군사정권이 강제로 기업별 노조 체제로 바꿔버렸다. 한국도 산별 노조로 전환하고 (재계 역시 중앙단위의) 교섭대상이 정해지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산별체제 전환은 노동계는 물론 노사관계를 개혁하려는 정부와 재계의 큰 숙제다. 대타협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조건은 성숙하지 않았는데, 문제는 풀어야 한다는 점에 노사정의 고민이 있다. 이상수 장관이 “노사관계 로드맵 전체를 일괄처리하는 게 최상은 아니다. 노사정 대화의 틀이 복원되면 시급한 사안을 단계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수찬 기자ahn@hani.co.kr
양극화·일자리 다른목소리 노 “정부·기업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사 “경기 활성화가 문제해결 지름길”
정 “성장잠재력·고용안정 다 잡아야” 최근 우리 사회의 핵심적 화두인 양극화와 일자리 만들기에 대해서도 노사정은 시각 차이를 보였다. 원인 분석부터 다르니 해법도 차이를 보였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와 사용자가 고용의 유연성을 좇다 보니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며 “정부와 사용자 쪽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먼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업들은 이익을 투자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취로사업 수준의 일자리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수영 경총 회장은 “경기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경기가 좋아지면 당연히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마련된다”는 논리였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차선이나 차차선의 일자리라도 찾아서 근로자로 하여금 일하게 만들어 주고 유인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성장잠재력을 높이면서 한편으로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했다. “너무 고용안정을 보장하려 하면 기업의 노동 유연성이 훼손돼 성장 잠재력이 허물어질 수 있고, 그 반대로 가면 분배가 악화된다”며 “그래서 어느 한쪽만 강조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와 사용자쪽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1천억원 이상의 노동연대기금을 만들어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복지를 위해 활용하고, 지난 30년간 없었던 중앙단위 노사간 대화를 정례화시키자고 했다. 또 대통령 순방 때 노동계 인사가 동행해 외국투자자들에게 노조가 전투적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호기 교수가 나서서 민주노총과 경총에 구체적 대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쪽은 대안 대신 “비정규직 확산을 저지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경총 쪽은 “기업의 역할은 안정적 일자리를 유지하고, 어떻게든 확장하고 돈 벌어서 종사자들에게 월급주고 나머지 투자하고 세금내는 것이 일차 목표”라며 “그 외에 사회적 기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정혁준 안수찬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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