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⑦ 북한, 평화로 가는 불편한 동반자
평화원칙 아래 문제해결 논의 양성화해야
본격적 실천의 터를 닦지 않으면 안될 조건이 이미 존재한다. “과거에는 통일의 정당성만 주장해도 괜찮았지만, 이제는 화해협력적 접근을 통해 북한에 민주화와 인권을 어떻게 정착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김근식 경남대 교수) “북한 내부에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인권문제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박명림 연세대 교수) 특히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진보세력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 과정을 깊이 있게 살펴온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진보진영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참석자들은 이 물음에 대한 객관적인 답부터 진보세력이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다고 싸잡아 ‘전제’하고 들어가는데, 사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면 신빙성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균 교수도 “사실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진보세력의 체계적인 조사·연구활동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한국 보수세력을 진앙지 삼은 ‘정보’들만 횡행하는 상황부터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북한 인권문제의 실체가 ‘체제의 불안정성’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신매매, 여성·아동권리 침해 등의 문제는 사회주의적 제도가 악화되는 동시에 급격히 자본주의화 되면서 생겨난 것”이라며 “따라서 단순히 북한의 현 체제를 변형시키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갈등상황을 관리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남한 진보세력의 ‘후원’을 말했다. “북한 스스로 민주주의를 추구할 물질적 토대나 인권 향상을 위한 시민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남한 진보세력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적 방법 통해 평화에 도달” 김수암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일정한 효과를 내고 있는 점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북한체제 성격을 고려할 때, 유엔을 통한 도덕적 압박은 일정하게 북한 당국의 인식·정책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북한이 2004년 형법·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인권적 요소를 크게 반영한 것을 꼽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인권 문제 해결의 과정과 목적에 두루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박명림 교수는 강조했다. “평화적 방법을 통해 평화에 도달한다”는 이 원칙은 최근 일부 보수세력의 북 인권 문제제기와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다. 인권을 위한다면서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기도 하다. 박순성 교수는 “남한의 국가보안법은 안보의 차원에서 이해하면서, 북한의 체제보장 전략은 인권의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한 논리”라며 “보편적 관점에서 인권문제를 남북한 동시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 보안법·북인권 함께 풀어야 이태호 처장은 인권문제를 고리삼은 남북 동시 민주화를 언급했다. “남한이 북한 내부 문제에 대해 개입하려면, 남한 문제에 대한 북한의 개입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양심의 자유에 대한 남한 문제를 풀고 이를 다시 북한에 제의하자”고 덧붙였다. 박태균 교수도 ‘상호주의’적 접근을 제시했다. 북파공작원 문제 해결을 위해 남파공작원 문제도 함께 풀자는 이야기다. “장기수 몇 사람을 돌려보내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체제의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 당장 매듭을 풀 수 있는 계기들도 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남북이 국가간 절도·절차·제도·관행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구난방식의 문제제기가 난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을 만들자고 말했다. “막연히 국제사회나 보수단체가 요구하는 추상적 인권논의가 아니라 북한체제의 개혁·개방·경제발전의 단계와 수준을 고려해 그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태호 처장은 ‘인권대화’를 제안했다. “남과 북이 인권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북 인권문제가 국제적으로 ‘정치화’되는 흐름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는 ‘동북아인권협약’ 체결을 주문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환경·안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풀자”는 발상이다. 각 제안의 공통점이 있다. 평화라는 큰 관점 아래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인권 문제 논의를 양성화하자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