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창간특집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 싱크탱크 대표들. 왼쪽부터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최원식 세교연구소 이사장, 이병천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 박명림 연세대 교수(맨 오른쪽)는 사회를 맡았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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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싱크탱크에 ‘새진보’ 길을 묻다
학계·연구소·관계 등 지식사회 보수가 모두 장악노조·시민단체·싱크탱크가 재생산 구조 만들어야 ‘지식사회에 진보의 새 교두보를 만들자.’ 진보 싱크탱크 대표들의 제안이다. 위기를 돌파할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진보적 시각 아래 계량분석의 능력을 갖춘 경제학자를 채용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이 연구소의 장래를 밝게 보는 이들도 별로 없었다.”(장상환) “이 땅의 구체적 현실을 고민하는 지식인들이 압도적으로 소수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국 사회의 구체적 진보가 이뤄진다.”(이병천) 이런 현상은 이미 구조적인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학계를 주도하는 게 미국 유학파인데 그 90%가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무장해 있다. 이들이 대학·국책연구기관·관계에 포진해 있다. 참여정부에서도 이들이 경제정책 결정을 주도한다. 그래서 정치외교적으로는 좌파인 참여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인 것이다.”(김형기) 보수 지식사회는 국가와 대학 외곽에서도 이미 가공할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핵심은 기업부설 연구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주 위협적이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뽑아내듯이 보고서를 내놓는다.”(이병천) 여기에 ‘뉴라이트재단’ 등 우익성향의 민간 싱크탱크들도 속속 출범하고 있다. 진보 지식사회가 처한 위기의 본질은 ‘고립과 단절’이다. 대학-연구소-관료사회-보수언론으로 이어지는 담론의 생산·유통 벨트를 보수 지식인들이 모두 장악했다. 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에서 정치경제학 공부하면 먹고살 길이 없다. 진보적 지식인이 진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국가 또는 시민사회의 몫이다.”(김형기) 불행 중 다행으로 진보개혁세력이 아주 빈털터리는 아니다. 지난 20년간 일궈온 ‘조직의 힘’이 있다. 이들이 진보 지식인들의 ‘시장’ 구실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책연구를 (진보 싱크탱크에) 발주해야 하는 데, 이런 요구가 없다. 특히 민주노총에 부탁한다. 외국은 노조가 장학금 줘서 유학까지 보낸다. 조합원들의 요구에 급급하지 말고 멀리 볼 필요가 있다.”(장상환)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족지식인, 시민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중요성을 공유해야 한다. 연구소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시민운동의 인식이 취약하다.”(이병천) 참여정부에 대한 주문은 오히려 적었다. 포기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참여정부 집권 3년이 지났는데 국책연구원장 대부분이 여전히 보수인사들이다.”(김형기) 지식사회를 장악하는 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무감각은 개탄스런 수준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주자학 일색이었던 조선은 결국 식민지가 됐다. 미국이 대학의 진보성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 지식의 독점 체계는 국가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학문의 다양성 속에서 (진보와 보수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장상환)
이미 대학에 자리잡은 진보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대학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대학에 진보 지식인이 있어야 이를 중심으로 다른 진보인사들과 연결된다.”(김형기) “각 대학에 몸담고 있는 (진보) 지식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 대학을 바꾸는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과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 내 진보학파의 부재 현상이 극복될 수 있다.”(최원식) 싱크탱크 대표자들은 대학교수 채용시 국내 대학 출신에 대해 할당제를 실시하는 등 “지식인 지형을 바꾸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진보 싱크탱크는 그 근거지다. “진보가 보수와 경쟁을 벌이며 정책 담론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진보적 싱크탱크들이 깊은 통찰력과 치밀한 분석력으로 생활의 현장을 파고드는 진보적 지식인을 양성해야 한다.”(김형기) 박원순 상임이사는 그 미래를 아주 비관하진 않았다. “대학에서 강연해 보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에서 월급 받는 일에 청춘을 바치기보다는 수많은 세계사적 쟁점을 연구하며 자신을 불사르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세계’가 있다는 걸 진보 지식인들이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 시대 진보 지식인은 할 일이 많다. 진보 지식인의 ‘저출산’ 현상까지도 이들의 책임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엇갈리는 개헌론
장상환·박원순 4년중임제 거쳐 내각제로
이병천·최원식 현시점 개헌 논의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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