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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3 14:22 수정 : 2018.09.03 15:58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자유한국당 김성태·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법안의 본회의 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한 뒤 각각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① 20대 하반기 정무위 구성두고 ‘시끌'
② 특례법 처리 합의, 당론 바뀐 이유는 “…”
③ 결국 법안소위에서 드러난 ‘허점'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자유한국당 김성태·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법안의 본회의 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한 뒤 각각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결국 8월 국회에서 무산됐다.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을 하면서부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 이튿날 특례법 처리 등 야당과 합의를 끌어냈지만,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에 대한 내부논의는 생략됐다. 야당과 덜컥 합의부터 해놓고,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이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태도는 당내 ‘자중지란’만 키웠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규제 완화 논의의 시작이라는 데 있다. 원격의료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앞으로 과제를 어떻게 민주당이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정무위원회 구성부터 ‘시끌’

지난 7월 20대 하반기 정무위원회 구성을 두고 여당 내 여러 소문이 무성했다. 전반기 국회 정무위에서 재벌개혁 입법에 앞장서 온 이학영·박용진·제윤경 의원을 정무위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던 중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여당 지도부가 이학영, 박용진, 제윤경 의원에게 정무위원회 대신 환경노동위원회 등으로 옮기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라고 밝히며 쐐기를 박았다. 정무위원회는 국무총리실, 국가보훈처, 국민권익위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소관하는데 은산분리 완화 등을 강하게 반대해온 ‘3인방’을 불편해한다는 것이었다. 원내 지도부는 이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결국 박용진 의원은 ‘원치 않게’ 교육위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제윤경 의원은 금융 법안을 심사하는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 잔류를 희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무위 간사는 이학영 의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발의한 정재호 의원으로 바뀌었다. 은산분리를 완화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병두 의원은 위원장이 됐다. 그동안 정무위 회의와 토론회 등을 통해 특례법에 대해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이 핵심에서 비켜났고, 도입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위원장과 간사가 됐다. 정부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인 특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 ‘이었다.

갑작스러운 특례법 처리 합의, 당론 바뀐 이유는 “…”

그러나 민주당은 그동안 당론이었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릴 수 있는 법을 추진하면서 어떤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한 다음 날인 지난달 8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반대해온 여당 의원들 입장에선 머쓱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일부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합의 뒤 두 차례 걸쳐 정책 의총이 열렸지만, 의견은 모이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말바꾸기’를 문제 삼고 나섰다. “지난 3년 동안 그렇게 반대를 해왔던 민주당 쪽에서 갑자기 상전벽해 하듯이 이게 돼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좀 설명이 있으셨으면, 제 자신이 좀 설득이 되면 좋겠다.(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민주당은 19대 때)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라든가 대주주의 경영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하셨고, 사실상 19대의 모든 법률안이 임기만료 폐기가 돼 왔다. 20대 전반기에도 그런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략) 이렇게 된 경위에 대해서 또 상황에 대해서는 좀 납득할 만한 상황이 있어야 되지 않나 싶다.(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해 민주당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재호 민주당 간사는 본인이 2016년 11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소신 발의한 사실을 앞세우며, 문 대통령의 공약에도 은산분리를 명료하게 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글 마지막에 다시 짚어보겠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유감을 표명하시면, 저희는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조급증에 결국 법안소위에서 드러난 ‘허점’

절차를 무시한 것을 넘어 더 큰 문제는 급하게 법을 통과시키려다 보니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난다는 데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앞두고 여당의 다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2시간가량 ‘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 조찬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은 배제하는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자산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대신 대주주 신용공여, 대주주 관계자 발행증권 취득을 금지하는 견제장치를 둬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K)뱅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맞서며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여당은 산업분류 기준이 통계청 고시에 불과한데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는 야당 지적을 받아들여 정보통신기술 자산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 대한 예외허용은 빼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원격의료 등의 논의도 줄줄이 남아 있다. 8월 국회에서 규제혁신 1호 법안이 무산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민주정당으로 건전한 토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여당이 ‘청와대 2중대’ 역할을 벗어나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의 108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이 국회에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108번뇌’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있는 만큼 민주당이 전열을 재정비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대한 대통령 공약 다시 봅시다

정의당은 최근 잇달아 민주당의 ‘경제 우클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 5법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규제 완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열고, 1년 6개월 전 대선 때와 달라진 정부·여당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무위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완화 정책만 하더라도 정부·여당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만 강할 뿐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며 “애초에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제외’ 하겠다고 하다가 카카오가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될 우려가 생기자, 다시 말을 바꿔 ICT 기업은 예외로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또 “삼성SDS, SK텔레콤 같은 대기업 ICT 계열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문제가 불거지자 이번에는 ICT 자산규모를 따져서 50%를 넘는 경우에만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며 “규제 정책의 어떠한 원칙도 없이 통과만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의당의 자료집에 담긴 인터넷전문은행과 원격의료 등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최근 달라진 주요 발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 준수 . 인터넷 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문재인 후보 대선공약집 “재벌 부당 특혜 근절 ”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여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2018년 8월7일)

<의료기기에 이어 원격의료도 규제 완화>

“재벌에게 특혜주고 국민에게 부담 주는 의료 영리화 정책 저지. 원격 진료는 의료인 -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
―문재인 후보 대선공약집 “의료 영리화 막고 공공성 강화”

“원격의료를 포함해 의료 부분 규제 완화도 중요한 우선순위 ”
―김동연 부총리 기자 간담회(2018년 8월9일 )

“전 세계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원격의료 물결을 타지 않으면 한국 의료가 톱 지위를 지키기 어려울 것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 1주년 간담회(2018년 7월19일)

<가명정보 등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무더기 정보 이용 동의(일괄 동의)를 통한 무분별한 신용정보 활용 금지. 활용 목적별, 활용 기관별로 신용정보 제공 동의를 각각 받도록 규정. 목적 외 그룹 내 무단 정보 사용에 대한 제재 강화”
―문재인 후보 대선공약집 “개인 신용 통신 정보 안전하게 보호”

“개인정보와 관련한 법적 개념체계에 ‘가명정보 ’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 산업적 연구목적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 .”
―행정안전부 국회 업무보고(2018년 7월)

<규제프리존법+규제혁신 5법 ≒ 규제완화구역법>

“(안철수 후보가) 규제를 풀어 공공성 침해 우려가 제기된 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은 자신 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낸 것”
―유은혜 문재인 캠프 수석대변인(2017년 4월)

“규제개혁은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기업 혁신과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2018년 6월)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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