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1 11:28
수정 : 2018.12.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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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중앙홀에서 단식농성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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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지난달 ‘초월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잇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발언
“100% 비례대표제 몰아주겠단 거 아냐”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 ‘연계‘
처음 제시한 정동영 전략 ‘미스‘ 지적도
소극적인 자유한국당은 ‘침묵‘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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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중앙홀에서 단식농성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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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 논란으로 뜨겁다. 11일 현재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엿새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민주평화당을 포함한 야3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향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확실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지난 8일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야3당을 뺀 채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한때, ‘개혁입법연대’(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까지 구성했던 이들의 불신의 골은 왜 이렇게까지 깊어진 걸까.
논란 시작은 이해찬 대표의 ‘초월회’ 발언
선거제도 개혁이 정국의 소용돌이가 된 시발점은 지난달 16일로 거슬러간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공관에서는 문 의장의 초대로 여야 5당 대표 부부 만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현재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확보해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얻기 어렵다. 그러면 직능성,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 영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1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쉽게 말하면 이렇다. 총 의석수가 300석인 상황에서 ㄱ정당이 총선에서 10% 정당득표율을 얻으면, 이 정당의 의석은 30석이 된다. 만약 지역구에서 20석을 얻으면, 나머지 10석은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지역구에서 30석을 가져가면, 비례대표는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한다.
이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정당득표율만큼 혹은 그 이상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는 이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이 대표는 “소수당은 정당득표율이 어느 정도 나와도 지역에선 낙선되기 때문에 (정당지지도가 의석에 반영되는) 비례성이 약화된다. 그걸 보정하는 방안으로 (다수당이) 양보할 수 있겠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로 몰아주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3당은 이 대표의 공개적인 이런 발언에 ‘발끈’했다. 일요일인 지난달 25일 야3당 대표는 이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뒤 민주당의 공약 후퇴 논란이 이어지자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약 후퇴는 아니라면서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야3당과 달리 ‘수용 가능성‘ 정도의 모호한 답을 내놨다. 이를 두고 과거부터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기도 했다.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100%를 받지 않고, 잔꾀를 부리고 있다. 서울에서 한두 개의 비례대표를 더 얻고자 하는데, 똑같은 현상은 티케이(TK·대구경북)에서도 벌어진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초과 의석을 얻어 비례대표를 한 석도 못 가져가면, 반대로 자유한국당도 영남에서 비례대표를 하나도 못 갖게 된다. 비록 서울에서 비례대표는 못 얻더라도 영남에서 비례대표를 한 석이라도 더 건질 가능성이 있다. 매일 시베리아에서 고생하는 동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매일 1, 2번만 달고 선거 나가봐서 이런 고민을 모르는 거 아닌가.”
전선 잘못 형성한 정동영 대표
정치권에선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을 ‘연계’한 것이 무리한 전략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 연계를 처음 제기한 것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였다. 그는 지난달 25일 야 3당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할 때마다 야당은 협치에 적극 협조했다. 협치 제도화가 선거제도 개혁이고, 이걸 거부하면 예산안 처리에 대한 협조는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의원들은 선거제도 개혁 없이 예산안 협조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3당 원내대표가 협의해서 공동대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손학규 대표도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은 우리나라 정치사상 아주 중요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자리 잡게 하는 절차와 제도의 완성으로 단지 야당의 이익만 추구하는 게 아니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을 연계시키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라고 입장을 같이했다. 이에 대한 한 정치권 인사의 쓴소리다.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을 연계한 것은 ‘전략적 실수’다.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시한을 넘겨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논의가 좀 무르익은 다음에 여당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몇개의 개혁과 같이 ‘걸었어야’ 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에 협조해주면서 선거제도 개혁도 처리하자고 하면 더 명분도 있고, 실리도 챙기는 것 아니냐.”
반면 정의당은 공식적으로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시키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상정되던 지난 3일 본회의에는 정의당 윤소하, 김종대 의원이 야3당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다만 정의당은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후퇴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답할 차례
현재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농성 속에도 ‘출구전략’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11일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만큼 일단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유한국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정개특위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의 ‘키’를 쥐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그동안 예산안 처리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도 이뤄내야 한다는 야3당의 주장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선 정개특위와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 중앙홀 농성장을 찾은 이 대표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이해찬) 대표님이 단식을 풀게 해주십시오. 저는 ‘선거제도 개혁할 수 있다’ ‘동의한다’ 그런 얘기는 더 이상 안 믿으려고 합니다. 딱 선거제도, 이렇게 바꾸기로 합의하기 전에는 여기 있을 겁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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