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7.20 05:00 수정 : 2018.08.10 11:47

천안함 사건 한달 만인 2010년 4월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생존장병들이 밤 9시22분 사고 시각에 맞춰 묵념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
③ 국가가 이들의 버팀목 돼야

“진보·보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그 곳에 사람 있었다 다뤄 위안 받아”

최광수 병장 삶 연극 만든단 극단,
취업곤란 장병에 일자리 준단 건축업체

천안함 사건 한달 만인 2010년 4월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생존장병들이 밤 9시22분 사고 시각에 맞춰 묵념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겨레>와 <한겨레21>, 김승섭 고려대 교수(보건과학대) 연구팀(김승섭·윤재홍)이 공동으로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3월이다. 천안함 장병 모임 등의 도움을 받아 전역자 32명을 상대로 4개월에 걸쳐 취재를 진행했다. 오랜 취재와 연구 끝에 처음으로 공개된 천안함 생존장병의 고통에 독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관심을 보인 이들은 바로 당사자인 천안함 생존장병들이었다.

김윤일(30)씨는 천안함 생존장병들의 지난 8년을 말해본 게 처음이라고 했다. “1주기, 2주기 때는 기자들이 ‘그때 어떤 일이 있었냐’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 뒤에는 주로 북한 관련 이슈에 관해 물어보더라고요. ‘김영철 방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5·24조치 해제에 대한 의견이 뭐냐’ 같은 내용이요. 저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봐 준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조사 과정을 통해 ‘위안을 얻었다’는 생존장병도 있었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인간의 이야기로 다뤄준 것에 가장 큰 위안을 받았던 것 같아요.” 천안함 사건 당시 병장이었던 최광수(30)씨의 말이다. 그는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곧바로 바뀌진 않겠지만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 던져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준영(31)씨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의 현실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했고, 이연규(30)씨도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삶이 바뀔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주현(28)씨는 “실질적으로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국가가 생존장병들이 입은 피해를 인정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는 게 필요한데,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가보훈처(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놓고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생존장병 돕겠다는 뜻을 <한겨레>에 전해 온 시민들도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서 건축설계 및 감리업체를 운영하는 이택준(68) 대표는 <한겨레>에 ‘생존장병의 취업을 돕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 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배 이름이 ‘천안함’이라서 사건에 더 관심이 많았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천안함 기사는 꾸준히 챙겨봤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생존장병 중에 취업이 곤란한 사람들이 있으면 우리 회사에서 일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광수 병장의 사연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온 극단도 있었고, 생존장병들을 돕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자우편도 많았다.

보훈처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천안함 생존장병들의 건강 등 상태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조만간 천안함 생존장병뿐 아니라 유족, 다른 사건의 피해 장병 등을 상대로 현재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계획이다. 군에서 얻은 정신질환과 관련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이달부터 서울 여의도에 심리재활집중센터를 설치해 ‘심리재활 서비스’를 지원한다. 정환봉 최민영 기자,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bon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