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칠산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최근 이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지문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이창두 교장은 “지문 적성검사는 참고자료일 뿐 다른 검사의 결과와 아이 및 부모와의 상담을 토대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칠산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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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유아 지문 적성검사 효과 있나
아이 재능 키우려는 부모 심리 이용
유치원까지 지문검사 무분별 확산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부족” 결론
일회성인데다 결과도 해석하기 나름
자칫 다양한 가능성 차단할 위험
상담에 활용하는 차원으로 그쳐야
‘1등 아이는 타고난 지문부터 다르다.’
한 지문 적성검사 업체의 홍보 문구다. 일등도 지문도 타고나는 것이며, 지문 하나로 간단하게 한 사람의 재능이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문 적성검사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검사 결과를 잘못 적용하면 아이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1년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에서도 지문 적성검사 결과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다룬 바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지문 적성검사가 유아는 물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취업 준비생, 성인들에게 여전히 무분별하게 실시되고 있다. 근거가 부족한 지문 적성검사를 왜 사람들이 하려 하고, 지문 적성검사 업체는 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을까? 지문 적성검사를 둘러싼 이모저모를 짚어본다.
누구에게 어떻게 하나
서울 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7살 최아무개군은 최근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해준다는 지문 적성검사를 받았다. 최군의 엄마 이아무개(39)씨는 “어린이집에서 검사를 해준다고 해서 뭔가 근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안내할 때도 과학적인 것처럼 안내해서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과지를 보고 평소 내가 생각했던 아들의 성향과 달랐다”며 “무료로 해준다더니 나중에는 8만원을 내고 고급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이 왔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칠산초등학교에서는 최근 전교생 72명에게 지문 적성검사를 실시했다. 이창두 교장은 “교사들과 몇몇 아이들에게 먼저 검사를 해봤는데 만족도가 높아 아이들의 상담을 위해 전교생에게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지문 적성검사는 하나의 참고자료이고, 엠비티아이(MBTI)나 에니어그램 등 다양한 검사를 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보다는 이후 상담 과정을 중요시하고 상담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문 적성검사 업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는 물론이고 채용 박람회나 취업 박람회, 평생학습문화센터, 영재원 등 사교육 업체, 서점 등 사람들이 모일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업체들은 주로 처음에는 간단한 검사를 무료로 해준 뒤 그 결과지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고급 검사로 유인하는 전략을 쓴다. 간단한 검사는 무료 또는 1만~3만원이고, 좀 더 자세한 성향이나 재능에 대해 알려준다는 고급 검사는 8만~13만원이다.
간단한 검사 결과지를 보면 개인의 성향을 열정형·리더형·사고형·연구형·관찰형 등으로 나눈다. 어떤 항목이든 긍정적 서술이 있고, 해석하기에 나름인 서술들이 많다. 한 지문 적성검사 업체는 아예 이런 점을 인정한다. 이 업체의 상담사는 “처음 결과는 다 좋은 내용들이 많아 고객들의 만족도가 98%에 달한다. 그런데 고급 검사를 하면 만족도는 70%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업체에서 홍보하는 검사의 정확도는 이 만족도를 지칭한다.
과학적 근거 부족하다는데 왜 하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지문 적성검사에 대해 2011년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바 있다. 화면은 방송 내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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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지문 적성검사에 대해 2011년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바 있다. 화면은 방송 내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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