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사 노성임씨가 ‘ㅊ’ 발음을 하지 못하는 47개월 된 남자아이에게 발음 교정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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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마마마…음…마…”라고 말하던 아이가 어느 날 “엄마”라는 말을 정확히 내뱉는 순간, 모든 엄마는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의 말문이 트인 사실에 기뻐하며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는 이처럼 아이 발달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아이의 ‘말’에 관심을 쏟는다. 말을 한다는 것은 아이의 뇌가 끊임없이 시냅스와 가지 돌기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러한 언어 발달의 토대 위에서 인지 발달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아이가 말하고 의사 표현도 잘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아이의 ‘말’과 관련해 부모가 고민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선택적 함구증, 친구도 잘 못 사귀어 가장 흔한 고민 중 하나가 또래보다 말이 늦거나 말을 더듬는 경우다. 아이가 태어나서 12개월 정도 지나면 엄마나 아빠라는 단어 외에 한두 단어를 더 말할 수 있다. 18~24개월 된 아이는 “엄마, 우유 줘” “이게 뭐야?”처럼 두 단어로 간단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이보다 늦게 말문이 트이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생후 24개월 이후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말귀를 잘 알아듣고 눈맞춤도 잘하고 부모의 말에 제대로 반응하면 생후 48개월 정도까지는 기다려볼 수 있다고 말한다. 말문 늦다고 너무 안달 말고말귀 알아듣고 제대로 반응하면
48개월 정도까지는 지켜볼 필요
나이 상관없이 청각 자극 무디거나
연령별 일정 기준 못 미치면 치료
성대·뇌 이상이나 발달 지체 등
언어 장애의 원인과 증상은 다양
어린이집에만 가면 ‘꿀 먹은 벙어리’
혼내거나 억지로 말 시키지 말고
집에서 친구와 편안하게 놀게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얼음’
기질 인정해주고 공감 우선
적당한 무관심이 오히려 도움 그러나 생후 9개월인데 옹알이가 없거나 18개월에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 24개월에 간단한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두 단어 문장을 말하지 못할 때, 36개월에 문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거나 5살 이후 말 유창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는 전문가와 상담을 해 언어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청각 자극에 반응이 부족한 경우도 치료가 필요하다. 언어 장애의 원인과 증상은 다양하다. 잘못된 발음을 하는 ‘조음 장애’, 성대 이상에 따른 ‘음성 장애’, 말을 더듬는 ‘유창성 장애’, 뇌의 이상으로 인한 ‘신경언어장애’(실어증), 난청·농으로 생기는 ‘청각 장애’, 나이보다 언어 수준이 떨어지는 ‘언어 발달 지체’ 등이 있다. 말을 할 줄 아는데도 특정 상황에만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49개월 된 정아(가명)는 가족들 앞에서는 말을 유창하게 하고 자기주장도 강하다. 그런데 유독 어린이집에만 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30분마다 한 번씩 “화장실에 가고 싶으냐”고 물어봐야 할 정도다. 어린이집만 가면 입을 닫고 있는 정아는 친구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정아 같은 사례를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부른다.
낯선 사람 앞에서 수줍음을 타는 아이에게 무조건 말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수줍음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당한 무관심과 함께 천천히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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