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0 05:01
수정 : 2018.08.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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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성수동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가 41도를 기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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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경고, 에너지 전환이 답이다
① 역주행하는 에너지 정책
“온난화 빼곤 설명 어려워”
세계 동시다발적 폭염
미 기상학회 “온실가스 영향”
처음으로 단정적 표현 등장
한국 사실상 ‘불량국가’
‘온난화 대비’ 꼴찌서 3번째
노후 석탄발전 3기 없앴으나
신규 6기 가동…7기 추진중
“정부 의지박약…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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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성수동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가 41도를 기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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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반도를 덮친 ‘최악 폭염’은 계절이 같은 북반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일본·중동·유럽 곳곳에서 최고기온 기록이 잇따라 깨졌고, 온열 사망자가 발생했다. 원자로 냉각수로 쓰는 바다와 강물 온도가 너무 올라 원전 출력을 낮추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영향으로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가량 높아진 상태다. 과학자들은 온도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져 10년마다 0.2도씩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과학계의 연구성과를 종합해 펴내는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폭염과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지는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기후과학자들은 이미 발생한 어떤 극한 기상현상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무척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수많은 자연적 변수의 영향을 받는 특정한 기상현상에서 온실가스의 역할은 간단히 가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염 발생에 끼친 기후변화의 영향을 두고 과학자들이 단정적 표현을 쓴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미국기상학회(AMS)는 올해 1월 발표한 ‘2016년 극한기상 설명’ 보고서에서 2016년 전 세계를 달군 폭염에 대해 “산업혁명 이전 기후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의 힘이 그만큼 강력해졌다는 의미다. 미국기상학회가 특정 극한기상 현상에 끼친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하기는 2012년부터 분석한 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 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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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상학회 발행 <기후저널> 편집위원인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2013년 여름 우리나라에 나타난 폭염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온난화로 2013년과 같은 폭염이 나타날 확률이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학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폭염은 2013년보다 더 강력할 뿐 아니라 전 세계 동시다발적 발생이라는 극히 낮은 확률로 나타난 것이어서 기후변화 영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번 폭염에 끼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정량적 연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열대 대류활동이 강화되는 등의 전체적 패턴을 보면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번 폭염의 직접 원인으로 언급되는 티벳 고기압도 온난화와 연결돼 있다. 우리 상황은 등산에 비유하면 지금 올라가는 중이기 때문에 내년은 올해보다, 내후년은 내년보다 더 더울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극한기상 현상이 더욱 강력해진다면 근본적인 폭염 대책은 결국 기후변화 대책일 수 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고, 2015년에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훨씬 아래에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 파리협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세계 190여개 나라가 파리협정에 참여하면서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포함한 기여계획(INDC)은 2도 억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모자라는 상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해 10월 펴낸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17>를 보면, 모든 나라가 제출한 기여계획을 100% 이행해도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3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 이처럼 목표 달성에서 크게 못 미치는 온실가스 감축대열에서도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이 국내외 기후변화 전문기관과 환경단체들의 평가다. 독일민간연구소 저먼워치와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등 5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8 기후변화대응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꼴찌에서 3번째인 55위를 기록했다. 2014년에 처음 50위권으로 미끄러진 이후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관한 한 사실상 ‘불량국가’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30년까지 추가적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국내외에서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된 데다 석탄 발전시설과 소비를 계속 늘려가는 것이 점수를 갉아먹은 배경이었다.
정부는 지난 7월 애초 배출전망치 대비 감축량 37% 가운데 11.3%로 설정했던 국외감축 비율을 1.9%로 낮추고, 나머지는 국내 감축과 산림흡수원 활용 등으로 대체하는 내용으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전면 재수립하지 않고는 기후변화 대응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 의존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후 석탄발전소 3기가 폐쇄됐지만, 충남과 강원 지역에서 신규 석탄발전소 6기가 새로 가동을 시작했다. 추진 중인 석탄발전소도 7기나 된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우리나라의 뒤처진 온실가스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다수 석탄발전소 신설 추진을 허용하고 발전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완화시키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박약한 의지와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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