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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20 17:40 수정 : 2018.09.20 20:27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현황.

집값 상승기에 그린벨트 풀면 외려 집값 부채질
서울시 “그린벨트 풀면 투기꾼 몰려 더 위험”
국토부 “공급 늘면 중장기엔 집값 안정된다”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현황.
정부·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거 집값 상승기에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을 푼 경우 되레 집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투기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후속으로 21일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20일 <노컷뉴스> 기사와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2003∼2018년) 통계를 분석해보니, 최근 10년 동안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엔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해도 집값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수도권 지역 그린벨트가 해제된 총 23차례 가운데 해제 직후 집값이 오른 경우는 모두 17차례에 이르렀다. 이때는 모두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였다.

반대로 2003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내용을 담은 10·29 대책을 발표했을 직후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불어닥친 2009~2010년 금융위기 등 시기엔 그린벨트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집값이 내려갔다.

특히 집값이 한창 오르던 2007년 1월의 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 서울의 주택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는 81.6이었으나, 같은 해 7~8월 그린벨트를 푼 직후인 9월엔 이 지수가 86으로 뛰었고, 2008년 1월에는 88.8까지 치솟았다. 2008년 3, 4, 9월에도 세 차례나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집값은 같은 해 9월 98.3까지 올랐다. 비교적 최근인 2016~2017년에도 8차례 그린벨트를 풀었으나, 같은 기간 집값은 96.7에서 100.3까지 치솟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은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하남미사지구. 엘에이치 제공
서울시의 고위 관계자는 “만약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서울시도 해제에 동의할 수 있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에 오히려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급의 역설이다. 그린벨트를 풀면 대규모 투자와 활황 심리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공급은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그런 구조적인 집값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유휴지를 활용해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국토부에 제안한 상태다.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을 활용하고, 상업지역 주거 비율과 준주거지 용적률을 올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새 주택 6만2천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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