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팀장 2016년 12월 ‘개통령’ 강형욱 반려견훈련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2시간 가까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을 기억한다. “개를 키우지 말라는 얘긴 많이 하시는데, 개를 키워야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훈련사는 개의 처지에서 개의 ‘이상 행동’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드러운 말투와 더 부드러운 훈련법으로 유명해졌다. 말투 하나, 손짓 하나에도 개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가 자주 하는 말은 뜻밖에도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였다. 그는 그가 쓴 책에서, 강연에서, 언론 인터뷰에서 반려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강아지를 키우세요?” “당신은 강아지를 키울 준비가 되셨나요?” ‘개를 키우지 말라’는 그의 말은 결국 ‘나는 나의 강아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늘 확인하라는 말이었다. 개를 키워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랬으니,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그가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에서, 반려동물과 24시간 함께 있지 못하는 이상,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그런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라는 말로 바꿔 물을 수 있다. 능력은 곧 시간과 돈이다. 퇴근 뒤 짬을 내 강아지와 산책할 시간이 있는가, 사람 먹는 것보다 비싸다는 사료를 사먹일 수 있는가, 동물에게 안전한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는가, 고양이가 늙고 병들어 아플 때 병원에 데리고 갈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강아지·고양이 카페에 올라오는 예비 반려인들의 고민도 주로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현직 반려인들의 답은 한결같다. “그럴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함부로 데려와선 안 됩니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사람들 중엔 고양이가 새로 살 집에 직접 가서 고양이 탈출을 막을 수 있는 방묘문과 방묘창 설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입양의 ‘필수 조건’으로 내거는 이들이 많다. ‘최소한의 노력과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동물과 함께 살기로 선택한 개인에게만 이런 과정이 필요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이들이 오직 이들뿐일까. 도시 속 동물원은 어떠한가. 동물원은 그 많은 동물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 많은 동물을 돌볼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 <한겨레>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주요 공영동물원과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동물원을 취재해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 ‘동물원의 살아남기’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국내 시립동물원 7곳의 재정 자립도와 시설 낙후 정도를 알아본 결과는 참담했다. 예외없이 모든 동물원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가난한 동물원은 무능했다. 시립동물원 6곳에서 3년 동안 67마리가 서로 싸우다 폐사했다. 동물사 관리가 전문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사육환경이 열악한 결과였다. 지난 18일 대전오월드에서 우리 밖으로 나간 퓨마가 사살됐다. 동물원은 퓨마가 우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야생성이 떨어지는 퓨마를 생포하지도 못했다. 대전오월드도 시립동물원 6곳 중 하나였다. 그나마 다른 시립동물원들에 비해 여건이 나은 곳이었다. 동물을 제대로 가둬놓지도, 가둬놓은 동물들이 서로 싸우는 걸 막지도, 우리 밖으로 나간 동물을 안전하게 데려다놓지도 못하는 동물원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동물원은 동물을 키울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답하지 못한다면 강 훈련사의 말을 되돌려줄 필요가 있다. ‘당신들은 퓨마를 키우면 안 된다’고. fkcool@hani.co.kr *‘남종영의 인간의 그늘에서’를 마치고 ‘박현철의 피플도 애니멀’ 연재를 시작합니다.
칼럼 |
[박현철의 피플도 애니멀] 당신들은 퓨마를 키우면 안 된다 |
애니멀피플 팀장 2016년 12월 ‘개통령’ 강형욱 반려견훈련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2시간 가까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을 기억한다. “개를 키우지 말라는 얘긴 많이 하시는데, 개를 키워야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훈련사는 개의 처지에서 개의 ‘이상 행동’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드러운 말투와 더 부드러운 훈련법으로 유명해졌다. 말투 하나, 손짓 하나에도 개를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가 자주 하는 말은 뜻밖에도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였다. 그는 그가 쓴 책에서, 강연에서, 언론 인터뷰에서 반려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강아지를 키우세요?” “당신은 강아지를 키울 준비가 되셨나요?” ‘개를 키우지 말라’는 그의 말은 결국 ‘나는 나의 강아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늘 확인하라는 말이었다. 개를 키워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랬으니,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그가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에서, 반려동물과 24시간 함께 있지 못하는 이상,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그런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라는 말로 바꿔 물을 수 있다. 능력은 곧 시간과 돈이다. 퇴근 뒤 짬을 내 강아지와 산책할 시간이 있는가, 사람 먹는 것보다 비싸다는 사료를 사먹일 수 있는가, 동물에게 안전한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는가, 고양이가 늙고 병들어 아플 때 병원에 데리고 갈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강아지·고양이 카페에 올라오는 예비 반려인들의 고민도 주로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현직 반려인들의 답은 한결같다. “그럴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함부로 데려와선 안 됩니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사람들 중엔 고양이가 새로 살 집에 직접 가서 고양이 탈출을 막을 수 있는 방묘문과 방묘창 설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입양의 ‘필수 조건’으로 내거는 이들이 많다. ‘최소한의 노력과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동물과 함께 살기로 선택한 개인에게만 이런 과정이 필요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이들이 오직 이들뿐일까. 도시 속 동물원은 어떠한가. 동물원은 그 많은 동물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 많은 동물을 돌볼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 <한겨레>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주요 공영동물원과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동물원을 취재해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 ‘동물원의 살아남기’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국내 시립동물원 7곳의 재정 자립도와 시설 낙후 정도를 알아본 결과는 참담했다. 예외없이 모든 동물원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가난한 동물원은 무능했다. 시립동물원 6곳에서 3년 동안 67마리가 서로 싸우다 폐사했다. 동물사 관리가 전문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사육환경이 열악한 결과였다. 지난 18일 대전오월드에서 우리 밖으로 나간 퓨마가 사살됐다. 동물원은 퓨마가 우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야생성이 떨어지는 퓨마를 생포하지도 못했다. 대전오월드도 시립동물원 6곳 중 하나였다. 그나마 다른 시립동물원들에 비해 여건이 나은 곳이었다. 동물을 제대로 가둬놓지도, 가둬놓은 동물들이 서로 싸우는 걸 막지도, 우리 밖으로 나간 동물을 안전하게 데려다놓지도 못하는 동물원에 우리는 물어야 한다.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동물원은 동물을 키울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답하지 못한다면 강 훈련사의 말을 되돌려줄 필요가 있다. ‘당신들은 퓨마를 키우면 안 된다’고. fkcool@hani.co.kr *‘남종영의 인간의 그늘에서’를 마치고 ‘박현철의 피플도 애니멀’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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