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0 11:55
수정 : 2019.01.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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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적을 내려놓고 전남 목포 근대문화유산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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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이정애의 정정당당
“목포 출마 여부 물어봐달라” 질문 요청한 뒤
“저는 안 나가…박지원 상대할 정치인 돕겠다”
박 의원 “국회의원직 사퇴·복덕방 개업” 비판뒤
‘박 의원, 자신의 목포 출마’ 견제 메시지 담고
서산·온금지역 재개발-박 의원 연관 의심 제기
“음해 피해자”라더니 본인도 근거는 제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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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적을 내려놓고 전남 목포 근대문화유산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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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목포 지역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의향은 궁금하지 않나요? 누가 물어주시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전남 목포 근대문화유산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탈당하겠다는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이런 질문을 해달라고 자청했습니다.
‘셀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랬습니다.
“저는 안 나올 것이다. 제가 더이상 국민들이 보고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역사에 기반한 도시 재생에 뜻을 가진 후보가 있다면, 그분 유세차에 함께 타겠다.”
그리고 ‘실명’을 언급하며 다시 강조합니다.
“제가 (목포 총선에) 나갈 일은 없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을 상대할 그럴 정치인들이 눈에 뛴다면 제가 돕겠다.”
‘배신의 아이콘’ ‘노회한 정치인’ 같은 날선 말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저격’한 것입니다.
박 의원은 이번 논란 초기 “손 의원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습니다. 손 의원을 감싸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지요. 하지만 ‘손 의원 가족·지인이 구매한 부동산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모두가 속았다. 300여명에게 부동산 구입을 권했다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복덕방을 개업했어야 옳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저수지 물을 다 흐린다”(19일)며 비판 조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목포 구도심 재생사업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저는 곰입니다. 재주는 분명 박지원이 부렸다”고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손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자유한국당이 의심했던 ‘목포 쪽지예산’에 대해서도 “국비 30억원 예산 지원은 박지원 의원실이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손 의원은 20대 총선 때 공천 탈락한 정청래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서울 마포구을’ 지역구 의원이 됐습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목포냐고요? 정치권에선 정청래 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마포을 지역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 의원의 ‘목포행’이 잦아지면서, 정치권에선 손 의원이 정 전 의원에게 마포를 다시 내어주고 목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손 의원은 “차기 출마는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여의도에선 ‘박 의원의 심기가 꽤나 불편하겠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습니다. 박 의원과 손 의원은 같은 당에서 한 솥밥을 먹을 때도 그리 좋은 사이만은 아니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고, 이후 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간판을 달고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표를 돕겠다며 당의 홍보위원장으로 합류한 손 의원에 대해서도 김정숙 여사와의 인연(중·고등학교 동창생) 등을 거론하는가 하며, “차고 있는 시계가 7천만원짜리(라고 하더라)”라는 말을 하며 은근한 ‘잽’을 날리기도 했으니까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목포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손 의원의 자문자답에는, 박 의원이 자신의 목포 출마를 견제하느라 비판하는 것이란 생각도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사재를 털어사라도 목포 원도심을 살리려고 한 것”이라는 자신의 ‘선의’가 이런 ‘불순한 의도’ 때문에 왜곡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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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0일 전남 목포 서산·온금동의 재개발 사업 추진에 자신이 반대했다며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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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발짝 더 나갑니다. “요즘 그분(박지원 의원) 하시는 얘기를 듣고, 박지원 의원과 제가 의심하는 목포에 있는 바닷가 최고의 자리 고층아파트 건설 계획 관련된 분들, 할 수만 있다면 함께 검찰조사를 받고 싶다”고 얘기한 겁니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줄곧, 목포 서산·온금동의 재개발 사업이 문화재 지정 때문에 차질이 생기자, 재개발 조합 쪽에서 자신을 음해하려고 <에스비에스>에 제보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이와 관련, “목포시장이 세 번 바뀔 동안 (박 의원이) 계속 목포지역 국회의원을 하셨다. 그 기간 중에 서산·온금지구 고도제한이 풀렸다.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는 듯 사라지는 듯하다가도 서산·온금지구 고층아파트는 계속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이 지구 재개발 시공사인 중흥건설과 조합 관계자들, 의혹을 제기한 <에스비에스>, 그리고 박 의원을 지목하며 “검찰 조사를 받자”고 주장해왔습니다. “저 같은 듣보잡 초선 의원 하나만 밟으면 그곳에 아파트 무난히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냐”라는 말과 함께 재개발과 박 의원을 연관시키는 듯한 주장을 편 것입니다.
박 의원의 공식적인 대응은 “답변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손 의원께서 목포 서산·온금지역 재개발사업과 조선내화 등의 근대산업 문화재 지정에 대해 박지원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산·온금지역 재개발 사업 등에 대해) 2017년부터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손 의원은 아직까지 박 의원과 재건축 업체와의 유착 여부 등을 의심하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손 의원이 검찰 수사를 자청한 만큼 앞으로 이와 관련된 진실도 드러나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정치권에선 언론의 악의적 의혹 제기와 음해로 상처받았다는 손 의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의원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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