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국회냐” 국회의장의 일성…‘일하는 국회’ 만들기 어떻게 되고 있나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19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5개 정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 의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BAR_이정애의 정정당당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접접 못찾아
2월 국회 일정 못잡아…두달째 개점 휴업

‘일하는 국회’ 만들기 약속한 문희상 의장
매주 상임위 소위 가동 등 법 개정 추진
취임 7개월 동안 성과 없자 초조감 토로

“법 개정돼도 여야 협의없이 국회 못 열지만
상시국회 제도화되면 지금보다 상황 나아질 것”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19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5개 정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 의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금 국회가) 하는 게 하나 있습니까? 사법개혁이 됐습니까? 국가(권력)기관 개혁이 됐습니까? 그러니까 5·18 (망언같은) 이런 일이 생기는 거에요. 그게 괜히 생겼습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5·18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에요. ‘이게 국회냐’ 하는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서 국회로 몰려올까 두려워요.”

19일 오전, 굳게 닫힌 국회의장 접견실 문 틈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성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2월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최소한의 명분이 충족돼야 (국회를) 열 수 있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한 시간 넘는 회의에도 합의가 불발되자 문 의장이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국회 의장실 관계자는 “의장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걸 본 건 처음”이라며 ”유치원 3법 등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국회 파행은 계속되고 있고, 할 수만 있다면 의장 직권으로라도 국회를 열고 싶지만 제도상 그럴 수도 없어 매우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을 제외한 야4당의 요구로 소집된 1월 임시국회가 지난 17일로 종료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두어차례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이어간 걸 제외하면, 제대로 문도 못 열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국회법(제5조2항)에 따라, 2·4·6·8월에 임시회를 열어야 하지만,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아직 2월 임시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 특감반 사태를 계기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를 끝으로 사실상 두 달 넘게 국회 활동이 멈춰선 것이다.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손혜원 의원(무소속)에 대한 국정조사 개최 등의 선결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당의 전당대회(27일)와 북미 2차 정상회담(27~28일)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여야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7월, 취임 일성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던 문희상 의장의 초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문 의장은 국회 혁신자문위원회의의 도움을 받아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8월, 국회 각 상임위원회(정보위원회 제외)에 2개 이상의 상설 소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매주 1회 이상 개회하는 한편, 소위원회 및 소위원장에게 증인·참고인 출석요구 및 자료제출 요구, 동행명령·위증에 대한 고발권을 부여하는 국회법 등 개정안을 낸 게 대표적이다. 정부 정책 견제·감시 및 입법을 위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 하면서, 국회 누리집의 2월 의사일정 캘린더가 텅비어 있다. 국회 누리집 갈무리

문 의장은 또 지난 1월30일 2기 혁신자문위원들로부터 건의 받은 ‘상시국회 운영체제 마련을 위한 매월 임시회 집회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법은 매년 한차례 9월1일에 정기국회(100일)를 열고,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2·4·6·8월에만 임시회를 개최(그 외 기간에 임시회를 열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개선안은 정기국회(9월1일부터 100일)를 제외하고도 매월 1일(12월엔 10일)에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특히 13대 국회 이후로 지속돼온 ‘원내 교섭단체 간 협의’에 의한 국회 운영 원칙을 국회운영위 협의로 확대 변경하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지금처럼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단 세 사람이 국회 운영 일정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무소속까지 아우른 국회운영위(27명)에서 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하도록 해, 국회 공전 가능성을 낮추자는 것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세비는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일은 하지 않는다’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의원의 입법권을 강화하는 한편, 1년 내내 국회(상임위 소위 포함)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이다. ‘의원’이란 영어 단어 ‘로메이커’(Law+maker)의 뜻에 충실하게, 제도적으로 의원의 입법권을 강화해 실제로 1년 내내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게끔 만들게 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 문 의장이 제시한 국회 상임위 내 상설 소위원회 설치 방안은 여야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다. 지난해 11월27일 열린 국회 제1차 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여야는 소위원회 활성화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며, 효율적인 의견 조율을 위해 서영교(민주당)-윤재옥(한국당)-유의동(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의 협의로 합의를 도출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당 수석부대표들은 지난 12월3일 ‘상설소위를 매달 2회 이상 개최하자’는 데까지 의견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 교체 에 국회 보이콧 상황이 더해지면서 더이상의 논의가 진척되지는 못 했지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세를 누가 거스를 수 있겠냐. 이제 양당 지도부의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의장실 관계자는 말했다.

물론 국회에서 상설 소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상설 국회 가동안이 입법화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을 다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합의제 기관인 만큼, 소위 개최를 비롯한 국회 개회를 여야 간사나 원내대표 등의 ‘협상’ 없이 의사일정을 강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그래도 매달 1일 국회 개최, 매주 상임위 소위 개최를 법과 제도로 정례화하면, 지금보다는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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