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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8 18:24 수정 : 2019.04.08 18:36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7명 중 2명 자리지킨 최고위원회의
바른정당 출신 3명, 회의 불참 선언
손학규 “꿋꿋하게 지키면 될 일…
날 끌어내리려는 의도 알 것”

이르면 9일 의원총회 열어 논의
‘주도권 싸움’ ‘위기 봉합’ 시점 되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바른미래당은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최고위원회의를 엽니다. 당내 현안을 체크하고, 당무 운영·예산·당직자 임명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말 그대로 ‘최고’ 결정 기구입니다.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은 이 자리를 빌려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거나, 정부·여당·다른 야당을 향해 준비한 날 선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기사로 남습니다. 출입 기자들은 회의에 참석해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입니다. 그 발언을 통해 국회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위원회의에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3명, 정책위의장, 청년 최고위원, 지명직 최고위원 등이 참석하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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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률 28.5%…빈자리 많았던 최고위원회의

8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는 빈자리가 유독 많았습니다. 최고위원회에 소속된 사람 중엔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만 참석했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과 국민의당 출신 청년 최고위원 김수민 의원, 정책위의장 권은희 의원까지 불참하면서 최고위원 7명 중엔 2명만 자리를 지켰습니다. 당 사무총장인 오신환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인 채이배 의원이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옆자리를 채웠습니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오늘을 기점으로 향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냈습니다. 권은희 정책위의장, 김수민 청년 최고위원은 일정상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겨레>에 전해왔습니다.

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오늘 최고위원들이 많이 못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나왔다가 돌아갔고, 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 등은 못 나왔지만 의결 사안은 없으니 진행하겠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당내 뒤숭숭한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당내 의원들이나 지역위원장들, 당원들이 다음 선거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다음 총선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손 대표에게 “최고위원들의 불참이 의도적 보이콧인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손 대표는 “구체적으론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이어 기자들이 “당 대표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하자 “여러분이 나를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난 욕심이 없다. 민주주의 역사만 보고 간다. 내가 지금 여기서 당 대표 한다고 그동안의 경력에 뭐가 그렇게 큰 영광이라고 붙잡고 있겠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또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를 여러분들이 알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에서 나온 분들이 당세를 모아서 거기 가서 통합을 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분열의 정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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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되지 않은 정체성 문제…이번주 의원 총회가 고비

표면적으론, 4·3 보궐선거에서 손 대표가 집중 지원한 이재환 창원성산 후보가 득표율 3.57%에 그친 것이 바른미래당 내홍의 발단입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를 계기로 앞다퉈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선 상황입니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도 갈등의 조짐이 여럿 관찰됐습니다. 어쩌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만남, ‘합리적 진보’와 ‘개혁 보수’ 사이에서 창당 1년 2개월째 봉합되지 않은 정체성·진로 문제가 다시 촉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 나오지 않은 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는 듯한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적었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나 보수성향의 당내 인사들이 ‘당을 깨자’ 또는 ‘정계개편을 하자’와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한 바가 없습니다.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맞게 지도부를 일신하고 당의 방향을 재정립하자는 통상적이면서도 당연한 주장을 ‘자유한국당으로 가려고 하느냐’ ‘당을 깨자’와 같은 정치 공학적인 발언으로 덮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며 해당 행위입니다.”

손 대표에게 ‘벽창호’ ‘찌질하다’는 발언을 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해당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이 ‘해당 행위’라는 말을 꺼낸 것은, 이를 겨냥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후 <한겨레>에 “국민의 불신을 당한 상황에서 최고위원회 회의 자체가 무슨 권위가 있겠냐”, “자기반성도 못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지적하는 것에 어떤 정치적 의미 있겠냐”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날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속마음을 줄기차게 쏟아냈습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모든 것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지상욱 의원), “손 대표님은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하태경 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이 당분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게 된다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사이 껄끄러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요구하는 것은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입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선거에 참패하고 당원이나 지지자 중에 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대표가 책임 있는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는 얘긴데 그걸 무시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손 대표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통 큰 결단, 수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손 대표는 이런 반발에도 “꿋꿋하게 지키면 될 일”이라며 표출된 위기 상황을 봉합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편으론 설득하고 한편으로 안 되는 건 기다리고…. 안 되는 걸 어쩌겠냐”면서도 “꿋꿋하게 지키고 우리의 구체적 정책 목표를 발전시켜 나가면 될 것이다. 분당, 탈당 얘기는 지금 할 것이 아니다. 지금은 우리 당이 통합해서 제3의 정치세력, 중심 세력을 확실히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뒤, 손 대표는 언제나처럼 기자들과 악수를 했습니다. 이후 당 지도부 일부 의원들과 모여 오전 내내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격론을 벌였던 바른미래당은 이르면 9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정체성과 좌표를 설정하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의총이 ‘주도권 싸움’의 전장이 될지, ‘위기 봉합’의 기회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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