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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30 11:53 수정 : 2019.04.30 14:09

장제원 자유한국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29일 열린 정개특위 회의에 참석해 심상정 위원장 앞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정개특위
첩보 영화 같았던 회의장 교체
장제원, “6월 말까지 합의해야” 반발
“민주주의 인내 필요해” 읍소하기도

김재원, 기표소 들어가 10분간 안 나와
심상정, 김재원 놔두고 개표 선언

장제원 자유한국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29일 열린 정개특위 회의에 참석해 심상정 위원장 앞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선거제 개편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지난 29일 밤, 가까스로 개의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여야의 ‘육탄전’은 없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안건이 통과된 이후까지 스크럼을 짜고 본청 복도에 누워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외치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 이날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정치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이제 최장 330일 후면 이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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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부터 첩보 영화

이날 밤 10시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인 본청 445호에서 전체회의를 열기로 예정됐던 정개특위는 한국당 의원들의 복도 스크럼 투쟁으로 회의장을 급히 604호로 바꿨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앞으로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소동이 이어지면서, 회의시간을 밤 10시 30분으로 한차례 늦춘 뒤에도 회의는 20분간 더 지연됐다. 결국 밤 10시50분에 ‘심야’ 개의했다.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국회 내 충돌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일찌감치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켰다. 이 때문에 회의를 현장에서 지켜보려는 기자들도 모두 출입증을 제시한 뒤에야 회의장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정개특위 소속 위원이 아닌 의원들은 입장을 저지당하자 크게 반발했다. 604호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국당 의원 수십명은 회의 내내 마이크에 대고 “문재인 독재자”, “2중대 꺼져라”, “원천 무효” 등의 원색적인 구호를 외치며 회의를 어떻게든 방해하려 했다.

장제원 한국당 간사는 회의 중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의원들이 좌석에 모두 앉은 상태에서 평화롭게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데 질서 유지권을 발동해야 할 이유가 없다. 왜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방청 못 하게 하느냐. 이렇게 조용히 진행되는 회의를 많은 의원이 경청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심 위원장은 “지난 1주일 동안 한국당이 회의장을 불법 점거하고 몇 차례나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며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원만하게 하기 위함이다. 전체회의는 국민에게 공개되니 의원들이 논의 내용을 보고 싶어하면 티브이를 통해 보면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이 티브이를 통해 보다니요!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장소입니다. 바른 생각입니까?”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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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의 ‘모노드라마’…반발·읍소·감정 자극

‘화력’이 좋기로 유명한 장 의원은 개의 후 정무회의실을 한편의 ‘모노드라마’ 무대처럼 활용하며 ‘속사포 반발’을 이어갔다. 장 의원은 정개특위 소속 다른 당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부끄러운 줄 아세요”를 연발했고, 심 위원장석 앞을 막고 서 정개특위 활동 시한인 “올 6월 말까지 결정을 늦춰야 한다”고 소리쳤다.

거세게 항의하던 장 의원은 잠시 표정을 바꿔 “심 위원장하고 김종민 민주당 간사가 패스트트랙이 올린 뒤에도 6월까지 합의하겠다는 각서를 써달라”며 “민주주의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이 선거제도가 그렇게 나쁜가. 이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타파하고 독재를 없애고 우리 국민 민심 반영한 것이었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는 “성실과 신의로 간사 회의에 참석했다. 저는 국회 파행 때도 간사 회의는 갔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짓밟고 선거제도 강제 입법할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보단, 야당인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을 겨냥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심 위원장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선배가 개혁인이라고 할 수 있냐”고 감정을 자극하려 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 의원은 “협상할 때 똑바로 해야 했다”, “많이 참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한국당이 막무가내로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 떠내려가게 생긴 것을 어떻게든 불씨 살려서 논의해보자는 것이 패스트트랙”이라고 받아쳤다.

회의 개표가 진행될 무렵 장 의원은 반발의 표시로 회의장을 나서려 하다 문을 지키던 국회 직원과 부딪혔다. 장 의원은 “정상적으로 퇴실하려는 국회의원을 밀 수 있냐”, “야당 의원에게 린치를 가하냐”며 거세게 반발해 한동안 소란이 빚어졌다. 한껏 흥분한 듯 보였던 장 의원은 직후 회의실 복도에서 동료 의원들 앞에 서 담담한 어조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늘은 헌정사상 의회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의회 민주주의가 사망선고를 받은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참담하다. 정개특위 위원들은 여러분과 함께 더 가열찬 투쟁을 하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중 기표소에서 10분가량 투표를 고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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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스틸러’ 김재원의 기표소 점거

이날 투표 과정에서 ‘신 스틸러’는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었다. 자정을 넘어 심 위원장이 차수를 변경하고 무기명 투표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 민주당 소속 의원들부터 차례차례 회의실 뒤편에 마련된 기표소로 향했다. 투표를 거부할 것으로 보였던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밤 12시22분 김재원 의원이 예상밖으로 투표를 하겠다면서 기표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10분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지연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심 위원장은 “김 의원이 투표장을 점거하고 있다. 그건 회의방해”라고 반발했지만, 장 의원은 한술 더 떠 “합리적으로 뭘 찍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왜 이러냐”고 맞섰다. 김 의원이 계속 나오지 않자 장 의원은 심지어 “기표소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 저희의 투표 권리를 막지 말라”며 “비밀 투표를 해야 하는데 (기표소에는 김 의원이 있고, 밖에는) 기자들이 보고 있다”고 이런 상황에선 투표할 수 없다고 생떼를 부렸다.

심 위원장은 결국 기표소 안에 김 의원을 그대로 놔둔 채 개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이 그제야 “덜했어요”라고 소리쳤지만, 심 위원장은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수 12표 중 가(찬성) 12표로 의사일정 제1항 신속처리안건 지정의 건은 재적 의원 18인의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30일 새벽 12시32분, 지난 23일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중앙홀 밤샘농성을 시작한 지 엿새 만에 선거제 개혁안은 패스트트랙 궤도에 안착했다. 김 의원은 가결이 선포된 뒤에야 기표소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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