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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4 11:13 수정 : 2019.10.25 09:28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개혁법안 논의를 위한 실무 회의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여야 공수처 필요론-불가론 맞붙으며
제2의 패스트트랙 전운 감돌아

민주당 “한국당도 법안 제출했었다”
한국당 “이해찬 대표도 반대했는데…” 주장

한국당 내부에서도
“공수처 무조건 반대보다
대안 필요하다는 의견 나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개혁법안 논의를 위한 실무 회의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20대 국회 마지막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오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 발의안을 놓고 지난 16일부터 교섭단체 원내대표 3인과 각 당 의원 3인이 참여하는 ‘3+3 회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장외 여론전도 뜨겁습니다. 한국당은 연일 “공수처는 야당 탄압처”라고 주장하며 “공수처는 자기편 범죄는 비호·은폐하고 남의 편에는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보복하는 친문(재인) 은폐, 반문(재인) 보복, 문재인 정부 보위부”(나경원 원내대표)라고 날을 세웁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검찰개혁 관련해 공수처는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여야 모두 공수처 ‘필요론’과 ‘불가론’을 이야기할 때 옛날이야기를 꺼냅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은 자유한국당도 찬성했던 법안”이라고, 한국당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반대했던 공수처”라고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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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이재오 전 의원도 발의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실제로 한국당에서 공수처를 설치하자고 법안을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이재오 전 의원이 2012년 12월3일 발의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으나 19대 국회 종료까지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습니다. 이 법안에는 의원 13명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만우·김정록·정의화·고희선·신성범·이군현·조해진·김영우·김성태·심재철 의원(이상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인재근·전순옥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공동 발의자입니다.

당시 발의된 법률안의 제안 이유 항목에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범죄행위 등에 관한 수사를 관장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함으로써 고위공직자의 비리 행위를 근절하고 나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처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공수처장을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하게 돼 있는 부분도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고위공직자의 범위엔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법관 및 검사, 장관급 장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감사원·검찰청·국세청 등 사정기관 공무원의 경우 국장급 이상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댔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이 법안에 관해 묻자 “한국당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인 보수 정계개편 신호탄을 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입장도 공수처 설치에 관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유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반대한다”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 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2016년 9월 새누리당 소속이던 유 의원이 한 대학 강의에서 한 말은 지금과는 입장이 다릅니다. 그는 당시 “공수처 신설 요구를 안 받을 이유가 없다”며 “판·검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인데, 요즘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는 걸 보면 사법부가 저래서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느냐는 엄청난 자괴감이 든다. 사회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저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말 특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1일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지난하게 이어져 온 공수처 설치 갑론을박을 소개하며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립된 수사기관, 이재오 전 의원의 별도의 사정기관, 정몽준 전 의원의 공수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공수처 등을 한국당 주요 인사들이 20년 넘게 주장해왔다. 이분들이 과연 정권 연장을 위해 공수처를 주장했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회창 전 대표의 최측근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막기 위해 부패방지법을 제정해서 특별검사제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했던 것”이라며 발언을 정정하라고 촉구하는 등 공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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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이해찬 대표는 2004년 총리 청문회에서 반대했다”

한국당은 이런 ‘과거’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공수처는 한국당에서도 찬성했던 법안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갑자기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공수처 법안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분명히 반대 의사 표시했습니다. (중략) 이해찬 대표가 그토록 반대하던 공수처에 대해 갑자기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먼저 설명해주길 요구합니다.”

그가 말한 ‘이해찬 대표의 반대 의사’는 2004년 이 대표가 총리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대표는 고 정두언 전 의원의 질문을 받고 비슷한 취지의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4년 6월24일 17대 국회에서 열린 이 총리후보자의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그런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정두언 의원: 부패방지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후보께서는 대통령 직속하에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를 두어서는 부정부패가 척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집행기관, 행정기관을 통해서 집행하는 것이지 직접 집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군다나 부패방지위원회를 직속기구로 설치하는 것은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이해찬 국무총리 후보자: 부방위 문제는 대통령이 사정집행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지금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 전에 검찰권의 이원화는 그렇게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드렸던 이유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기조하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요.”

공수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으나, “대통령이 사정집행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시 발언과 현재 공수처 찬성 입장은 완전히 배치된다는 것이 한국당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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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내부에서도 “무조건 반대 대신 대안 필요해” 목소리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18일 전국 성인 501명에게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을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1.4%, 반대한다는 응답은 41.2%였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공수처 설치 여론이 우세하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당은 “지난 3월 여론조사에 비해 찬성 의견이 줄었다. 국민들이 공수처의 실체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폭풍을 치른 국회는 다시 ‘공수처 설치’를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겁니다. ‘제2의 패스트트랙’ 정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편 민주당에 ‘공수처 반대 소신’을 밝힌 금태섭 의원이 있는 것처럼, 한국당 내부에서도 공수처에 대해 ‘대안 없는 반대’만 지속하는 것은 옳은 협상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 개혁은 한다고 하면서 공수처는 무조건 반대한다는 식으로만 대응하면 수도권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2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저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가 필요하다, 안 하다로 묻는 것은 아주 우문이고 어떤 내용의 공수처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저는 공수처를 주장했던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절대 불가론’보다 한단계 앞으로 나간 열린 대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는 다만 “공수처가 필요한데, 검찰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검찰을 들여다볼 기구, 살아 있는 권력을 살아 있는 권력으로 대하지 않고 수사할 기관, 그런 공수처는 처장을 반드시 야당이 추천하고 임명해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한국당 의원도 <한겨레>에 “공수처에는 무조건 반대하면서 검찰개혁은 한다고 한다. 여기서 ‘뭘 하겠다’는 콘텐츠가 없으면 중도층 수도권 민심을 잡기 어렵다”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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