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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2019 수상 사진. 출처: 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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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축소발표한 허리케인 희생자수 추적
경로와 고도를 함께 표현하는 참신한 시각화
크라우드소싱과 오픈소스의 결합 등
데이터저널리즘 최신 경향과 기술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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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2019 수상 사진. 출처: 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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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GEN)가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드 2019’ 수상작들을
지난주 발표했습니다. 세계 데이터 저널리즘 분야에서 지난 1년 중 가장 우수한 보도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핵심 내용과 인상적인 점 등을 전해드립니다. 이 분야의 경향과 기술 수준 등을 가늠해 볼 기회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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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탐사보도 우승작: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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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탐사보도 우승작: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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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AP), 탐사 저널리즘 센터(CIJ), <쿼츠>(Quartz) 등이 공동으로 작업한 허리케인 마리아에 대한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가 올해의 탐사보도로 선정되었다. 핵심 내용은 언론이 정부의 부실한 사망자 집계를 정밀한 데이터 분석과 고전 탐사로 들춰내고 이를 적절히 시각화해 표현한 것이다.
보도와 관련한 중요 맥락을 우선 짚자면, 지난 2017년 9월 거대 허리케인 마리아가 카리브 해의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으로 미국 시민의 자격은 누리지만 투표권 등은 없다. 상황 발생 당시 미국은 연방 재난관리청과 군 등을 동원해 지원했는데,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피해가 많이 경감되었다며, 미 본토 자원의 빠른 철수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해왔다. 이런 중에 지역 정부가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보도는 그런 의혹 추적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보도는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 수가 터무니없이 작다고 결론을 내리는데, 차이의 결정적 이유는 대상 범위였다. 정부는 허리케인이 직접적 요인이 되어 숨진 이들로 범위를 좁힌 반면, 취재진은 강타로 끊긴 전기, 도로 등으로 인한 사망까지 종합적으로 잡아냈다. 예를 들어, 인슐린을 구하지 못해 숨진 노인, 혼란 중에 정신병 약이 떨어진 뒤 결국 목숨을 끊고 만 방문자 등이 여기 포함됐다.
취재진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소송을 벌여 사망자 정보를 얻어 냈으며, 이를 발로 뛰어 검증하였다. 이 결과물은 공식 집계에서 누락된 허리케인 피해자의 사연과 트럼프 대통령 등의 공식 발언을 교차 편집하면서 시간 순서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인 ‘스토리’와 희생자를 집대성한 ‘추모의 벽’ 데이터베이스, 둘로 탄생했다. 지역 예술가도 시각화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이 보도의 특징이라면 ‘데이터 저널리즘의 종합세트’와 같은 면이라 하겠다. R과 같은 데이터 분석 도구를 이용한 기술이 각종 취재 기법, 외부 전문가와 협업 등과 엮여서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면서 언론이 쓸 수 있는 도구의 모음이 넓어진 게 그 바탕에 있으며, 저널리즘이 과거 어느 때보다 협력적인 작업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 이 우승작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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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뉴스에서 최고의 데이터 활용 부문: <로이터>의 인도네시아 비행기 추락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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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뉴스에서 최고의 데이터 활용 부문: 의 인도네시아 비행기 추락 보도.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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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의 여객기가 수도 자카르타를 이륙한 지 얼마 안 돼 추락해 18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비행기 기종이 보잉 737 맥스로, 보잉 위신 추락의 시작이 되기도 했던 사건이다. <로이터>의 이 보도는 각종 데이터를 빠르게 취합해 효과적인 시각화로 상황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한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의 교과서와 같다 하겠다.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독자가 기대하는 요소를 전반적으로 적절히 담고 있다는 점에 더 말을 보탤 필요는 없겠지만, 시각화에서 하나 눈에 띄는 요소가 있었다. 비행기의 경로를 나타내는 평면 지도에 고도의 요소를 결합한 방법이었다. 경로를 나타내는 선의 굵기를 고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독자가 평면 그림 한장으로도 2개 차원의 정보를 함께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다른 유사 사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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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외 주목할 만한 보도: 포드와 캐버노가 질문을 피한 모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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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외 주목할 만한 보도: 포드와 캐버노가 질문을 피한 모든 순간.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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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미국 대법관 지명자였다. 지명 발표 뒤 얼마 안 되어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대학 교수인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는 “15살 때 그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 나를 성폭행하려고 시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청문회에 출석한 두 사람의 태도는 크게 달랐다. 포드는 질문에 성실히 답한 편인 반면, 캐버노는 자주 요점을 회피했다. 하지만 길고 지루하기 마련인 청문회의 이런 발언 차이를 어떻게 효과적이고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올해의 부문 외 수상작은 이에 대한 간단하지만 기발한 해법을 제시했다. <복스>의 제작진은 두 사람의 전체 발언 기록을 가져다 미세한 글자로 축소해 컴퓨터 화면에 나란히 놓고 질문 및 기타 발언은 검은색, 정확한 답은 푸른색, 회피 발언은 분홍색으로 표시했다. 그 결과 푸른색 띠들(포드)과 분홍색 띠들(캐버노)의 분명한 대조가 도드라진 아름다운 시각물이 탄생했다. 마우스로 클릭하면 해당 부문의 발언이 무엇인지 확대해서 바로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설계도 훌륭했다고 본다. 이 시각물이 얼마나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는지 어떤 이는 뜨개질로 짜서 소셜 네트워크에 공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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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로이터>의 갠지스 강을 구하기 위한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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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의 갠지스 강을 구하기 위한 경주.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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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데이터 저널리즘 시각화의 첫째 조건은 ‘정확한 데이터’다. 그것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엄청난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시각화 자체는 두번째다. 복잡한 숫자를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로 역시 중요하다. ‘갠지스 강을 구하기 위한 경주’는 10억 힌두교도의 성소이자 4억 인구의 식수원이면서 매일 60억 리터의 오·폐수가 흘러드는 갠지스 강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이를 간명하게 잘 나타냈다. 상류로부터 하류까지 각 지류에서 60억 리터의 오·폐수가 어떻게 모여드는지를 나타낸 그래픽은 표현도 좋지만 데이터 수집과 정제의 노력이 어떠했을지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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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혁신 부문: 라드메서(Radmes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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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혁신 부문: 라드메서(Radmesser).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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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의 라드메서는 베를린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실제 도로 계획에선 얼마나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자전거 타기에 적합한 도로의 비율 등의 데이터를 통해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따져본 데이터 저널리즘 수작이다.
이 보도물의 가장 혁신적인 부문은 크라우드소싱과 오픈소스(컴퓨터 코드 등의 공개)의 결합이다. 크라우드소싱은 저널리즘계에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쉽게 하기 힘든 시도임은 분명하다. 여기 취재진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센서를 나눠주고 이들을 통해 도로 상황의 데이터를 모으는 크라우드소싱 기법을 시도했다. 그런데 여기 그치지 않고 썼던 센서와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처리한 컴퓨터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후 어떤 도시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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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최고의 데이터저널리스트 포트폴리오 상은 스페인 <시비오>(Civio)의 에바 벨몬테, 젊은 데이터저널리스트 상은 러시아의 다다 린델(Dada Lyndell 〈RBC.ru〉 소속), 최고의 데이터 저널리즘 팀(큰 편집국) 상은 아르헨티나의 <라 나시온> 데이터 팀, 작은 편집국 부문은 인도의 〈Factchecker.in〉 등이 수상했다. 아쉽게도 국내 수상작은 없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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