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4 05:00
수정 : 2019.01.04 07:49
[미-중 수교 40돌: 화해에서 갈등의 시대로]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 인터뷰
“중국, 양보하겠지만 미국 요구엔 불합리한 면도”
“중-미가 각각 대표하는 진영 있는 것도 아냐”
“일방주의 안 돼. 세계 평화·번영에 공동 책임”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말로 현재의 미-중 관계를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대학이자 외교 인력 전문 양성 기관인 외교학원의 국제 관계 전문가인 그는 중국이 많은 양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요구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호 의존성이 심화된 양국이 심각한 충돌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쑤 교수는 수교 40돌을 맞은 미-중 관계에 대해 “과거 중-미 관계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강화·융합되는 상승 곡선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하향 곡선”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을 도와 자국 경제의 확장을 도모했고, 국력이 약했던 중국은 미국을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한 게 지난 40년이라고 했다. 또 미국이 냉전 시기에 소련을 견제하고, 냉전 종식 뒤에는 테러 대응 등 전략 목표를 추구하는 데 중국과의 협력이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래의 국제 질서에 변동이 가해지면서 양국 갈등이 태동했다는 게 쑤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의 국제 관계는 미국 등 서구권이 주도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20개국(G20) 협의체 등 개도국들이 굴기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쇠락했다”며 “결국 미국은 2위 경제 대국이자 영향력이 큰 중국을 ‘경쟁 상대’로 재정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재균형 정책’도 중국을 겨눈 것이었으니,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쑤 교수는 무역전쟁의 전망에 대해서는 합의 도출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미국의 지나친 요구로 구조적 모순이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90일간 담판을 통해 일시적 합의는 이룰 테지만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요구에는 불합리한 것도 있어서 중국이 다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국가 체제와 경제 구조는 한 나라의 특색이나 정치적 결정의 결과인데, 이를 미국 요구대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갈등이 이어져도 미-소 냉전 같은 단계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중-미 관계는 서로 다른 두 사회 제도의 우열을 가리는 관계가 아니고, 중-미가 각각 대표하는 진영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 국제 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경제 글로벌화로 모든 세계가 하나로 융합돼 있다.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는 식의 상호 의존인데, 중-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쑤 교수는 중국이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국의 동맹국들한테 최대 무역 파트너라는 점도 끊기 어려운 상호 의존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을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보고, 중국도 북한 비핵화 목표는 미국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국 쪽은 미국의 일방적 태도가 걸림돌이며, 미국이 한반도 정책을 중국 억제라는 틀로 접근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쑤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를 대중국 억제 전략 플랫폼으로 삼을 것을 우려한다”며 “(한)반도에 쉽지 않은 평화의 흐름이 등장했는데, 동북아의 전략·군사적 영향력을 이어가려는 미국 의도대로 간다면 남북 관계 진전도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쑤 교수는 여러 방면의 갈등을 풀려면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미는 세계 평화와 발전에 공동의 책임을 갖고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방주의는 안 된다”며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에 공동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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