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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0 05:00 수정 : 2019.04.30 10:5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티브이>가 지난 6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과 10월 말에도 이곳을 잇달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원산/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우리가 몰랐던 북한 ⑩. 도시건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티브이>가 지난 6일 보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과 10월 말에도 이곳을 잇달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원산/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2015년 2월15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여러장 게재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김 위원장 전용비행기 참매 1호가 상공을 비행하는 사진,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현장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부감 사진, 건설 현장을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김 위원장의 사진 등이 실렸다. 북한 현지지도 역사상 최초로 ‘비행 현지지도’ 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이 주로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절제된 이미지였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다양한 앵글을 활용해 건설 현장과 도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도자, 건설 현장과 도시를 파노라마식으로 찍거나 어안렌즈 프레임에 가득 채워 보여주는 방식은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건설 현장 방문 사진 대부분에서 발견된다. 여기에는 도시의 경관을 보여주는 통치자의 관점이 드러나 있다.

■ 문명화, 도시건설, 이동성 김 위원장의 도시 사랑은 각별하다. 집권 이후 김 위원장의 대내 통치코드는 ‘문명화’ ‘도시건설’ ‘이동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12년 처음 등장한 ‘사회주의문명화’는 김정은 정권 ‘건설정치’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건설은 곧 “국력과 문명의 높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척도”(2016년 신년사)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를 ‘건설의 대번영기, 새로운 문명개화기’로 규정했다. 사회주의문명화 담론과 건설정치는 시장화를 촉진하며 도시의 이동성을 한층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시켰다. 시장화는 도시 내·외부를 연결하는 이동성―인간·상품·화폐·정보·기술의 네트워크와 흐름―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도시는 하나의 시장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김 위원장의 건설정치, 도시 사랑은 시장화를 배경으로 한다.

■ 도시건설의 정치적 메시지 집권 이후 나타난 김 위원장의 건설 현장 현지지도 사진들은 도시질서를 창조하는 지도자 이미지의 구축과정이기도 하다. 집권 초기 폐쇄적이고 초라한 배경 구도에 놓여 있던 그는 점차 웅장하고 개방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 속의 중심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도시를 자신의 위상과 권위를 보여주는 시각적 스펙터클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도시건설 기획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평양시 대규모 살림집 건설은 김일성 생일(60, 70, 80회) 및 당 창건 정주년(10년 주기 기념일)에 맞춰 기획되었다. 또한 사회주의 개혁·개방, 서울올림픽 등 정세 변화에 대응한 과시적 건설도 있었다. 하지만 1992년 통일거리 조성을 마지막으로 평양시의 대규모 건설사업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경제난의 여파였다. 2010년 시작된 ‘평양 10만호 건설’ 사업은 18년 만의 대규모 건설사업 재개와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추진된 이 사업은 이후 전국적인 ‘건설 붐’을 만들어냈다. 억눌려 있던 주택 욕구를 폭발시킨 것이다. 사회주의문명국론은 이런 건설 붐을 합리화하고 촉진했다. 이후 건설은 고강도 대북제재의 ‘무용론’과 체제의 건재함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평안북도 간부들과 신의주시 건설 총계획을 검토하는 모습. 조선중앙티브이 연합뉴스

집권 이후 세계화 추세 강조

북 낙후 이미지 벗고 발전 욕구 표출
도시건설로 시장화·이동성도 높여

‘도시 기획’ 정치적 메시지

북 매체, 건설현장 현지지도 보도
지도자 위상·권위 이미지로 활용
김정은 시대 등장 알린 ‘평양 10만호’
제재 무용론·체제 건재함 과시 수단

주민 결속·경제발전의 미래

당 창건일·김일성 탄생일 완공 목표
도시건설 ‘극적 드라마’로 재구성
삼지연·원산 등서 드러난 발전 전략
대북제재 해제·비핵화 없인 불가능

■ 세계적 추세와 도시 스펙터클 창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유독 ‘세계적 추세’를 강조했다. 세계적인 도시들이 보여주는 세련됨과 현대화된 양식을 모방하고 따라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20여년 동안 낙후한 국가의 이미지를 일신하고 싶다는 욕구, 발전 및 개방의 욕구가 투영된 담론이다. 평양국제비행장 건설, 여러 대규모 거리 조성, 스카이라인 기획, 대동강 수변 경관 조성, 4D 영화관(입체율동영화관),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 야경(불장식) 강조 등은 ‘시각적 경험’에 기초하는 ‘상품’으로서 도시와 닿아 있다.

세련된 도시 이미지는 평양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소비생활을 통해서도 구현된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평양의 활기, 세련됨, 화려함 등을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도시 경관화는 평양의 화려해진 야경에서 절정을 이룬다. 김 위원장은 ‘불장식을 잘할 것에 대한 강령적 과업’을 내리는가 하면, 내각 산하 ‘직관불장식지도국’과 지도국 산하 ‘선경불장식연구소’를 설립해 불장식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했다. ‘사회주의 선경’으로서 야경 효과는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와 긍지를 높이는 차원이기도 하다.

■ 건설 스토리 창출을 통한 주민 결속 대규모 거리 및 살림집 건설은 극적인 건설 드라마로 재구성된다. 당 창건일이나 김일성 탄생일에 완공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극적인 요소를 갖는다. 촉박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일정에 맞춰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이 기념일의 의미와 상징성을 배가시키고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전 국가적, 전 사회적 관심 이슈로 마치 한편의 건설 드라마를 극적으로 써가듯 연일 북한 모든 매체가 건설 현장 소식과 미담을 전하는 데 몰두한다. 건설 중간에 김정은이 수시로 방문한 사진이 대거 공개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고조시킨다.

■ 도시개발 욕구 속 경제발전의 미래 김 위원장은 지난주 삼지연과 원산을 방문하며 4개월여 만에 현지지도를 재개했다. 역점을 뒀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 시기를 오는 10월 당 창건일에서 6개월 더 연장했다. 두번째 연장이다. 대북제재로 그만큼 내부 사정이 어렵고 절박하단 뜻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도시개발 프로젝트들이 ‘총계획도’ 형태로 계속 공개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만 해도 원산, 삼지연, 신의주, 청진, 혜산, 양덕군 등이다. 도시별 총계획도를 들여다보면, 김 위원장이 가고자 하는 경제발전의 전략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북제재 해제나 비핵화 없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비핵화의 진정성은 ‘말’이나 ‘합의’ 이상으로 이미 도시개발 프로젝트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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