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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8 07:35 수정 : 2019.05.08 11:04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며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정치적 의미와 파장, 정의당의 앞날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승근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선거제도 개혁, 30년 거대 양당 질서 바꾸는 과정
민주당, 선거법·공수처법 국면 타개 전술로 활용해선 안 돼
의원 고소·고발도 법 대로. 정치적 타협은 월권

국회 점거 자유한국당, 태극기 부대에 점령됐다
세상을 좌우로만 보는 황교안 대표 탓에 ‘진영대결, 분열정치’ 심화
정의당, 과감한 ‘문호개방’으로 국민검증 받아야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며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정치적 의미와 파장, 정의당의 앞날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이 30년 이상 지속된 양당 기득권 질서의 큰 틀을 바꾸는 과정이라 앞으로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든 정당이 합의하는 게 좋지만 “선거제도는 개혁이 제1원칙”이라고 역설한 그는 “민주적 질서 안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향후 선거제도 개혁의 성패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한 그는 민주당이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적 전략과제를 특정 국면 타개를 위한 정치적 전술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경계했다. 또 여야 4당의 당 대 당 합의가 의원 개인에 의해 바뀌지 않도록 각 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이틀 뒤인 2일 심상정 위원장을 만나 선거제도 개혁과 정의당의 앞날 등에 대해 물었다.

심 위원장은 “더이상 정의당이 주관적인 도덕주의나 선명성에 갇혀 변방에서 자족하는 정당이어선 안 된다. 이제 과감하게 중원에서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선 제2의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개방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형 공천을 확대해 유능한 정치인을 충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이 국민의 배타적인 한 표를 얻기 위해선 존재 이유가 뚜렷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 실패와 관련해선 정의당 역할이 굉장히 미흡했다며 당의 민생경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미션 임파서블을 미션 파서블로 만든 게 가장 큰 의미라 생각한다. 협상을 잘해서 여야 5당 합의 처리하는 게 좋지만, 끝내 합의 안 하면 어찌할 건가? 선거제도가 진짜 바뀐다고 해야 자유한국당이 들어오지 않겠나? 그런 의미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다. 그동안 패스트트랙조차 되겠냐는 회의론이 많았다. 이제 여야 4당 의지가 확인되면서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분위기로 많이 바뀐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좌파 나눠 먹기’라며 반발한다.

“황교안 체제가 되고 나서 자유한국당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좌파다. 공안검사 출신 아니랄까 봐 세상을 보는 눈이 좌우의 눈밖에 없는 것 같다. 처음 이분이 정치에 들어와 만든 말이 좌파 독재, 우파 결집이다. 앞으로 황교안 체제하에서 진영 대결, 분열의 정치가 더 심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더이상 ‘87년 정치체제’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정치개혁특위를 만든 것이다. 어느 당의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에서 양당의 독과점적 정치구조, 그 결과 매우 소모적인 대결 정치, 특권층 정치로 귀결된 30년 정치를 이제 끝낼 때가 됐다는 데 자유한국당도 인식을 같이해서 함께 시작했다. 거기에서 출발했다. 결국 여야 4당은 이 대의를 전제로 조정에 나선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그 개혁의 바퀴에서 이탈한 것이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는 ‘합의 처리’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역사를 보더라도, 합의 처리가 원칙은 아니고 민주적 질서 안에서 개혁하는 것이 첫번째 원칙이었다. 가급적 합의하면 좋다는 것이다. 실제 선거법은 1988년 이후 대체로 개악하는 합의, 개혁하지 말자는 합의였다. 크게 제도적 변화가 있을 때 합의 처리된 적이 없다. 1988년 소선거구로 바뀔 때도 날치기 통과됐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버지가 당시 민정당 국회부의장으로 날치기를 주도한 사실을 말하나?

“그렇다. 그리고 지난 30년은 양당의 기득권 질서가 유지되어온 구조다. 지금은 큰 틀을 바꾸는 과정이라 사실 합의는 쉽지 않다. 민주적 질서 안에서 개혁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첫째, 개혁하는 게 원칙이다. 둘째, 가능하면 합의하면 좋다. 셋째, 민주적 질서 안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승근<한겨레>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앞으로 330일 동안 논의 결과에 따라 최종 법안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4당 합의안의 최대수혜자는 정의당이라고 한다. 다음 총선에서 15석까지 가능할 것 같은데, 실제 정의당이 최대수혜자 아닌가.

“정의당이 최대수혜자라는 것은 정의당이 지금까지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최대 피해자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정치를 바꾸기 위해 태어난 정당이다. 유불리에 따라 움직인 게 아니고 일관되게 국민의 당위, 국민에게 더 좋은 정치를 위해 정의당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유불리 따라 정계개편, 정치적 이합집산을 하지 않은 정당이다. 도둑 눈에는 도둑만 보인다고, 자기들처럼 정의당이 유불리를 갖고 선거제도 개혁에 임했다고 하는 건 굉장히 모욕적이다. 또 민심을 예단해서 어떤 전망을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정의당도 잘하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고, 잘못하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어느 당이나 똑같다.”

―정의당 당론도, 정개특위 자문위도 의원 정수를 늘려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쪽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합의할 수밖에 없었나?

“정개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일단 이번에 선거제도는 바꾼다, 그리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개선하는 전제라면 어쨌든 합의안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선거제도를 완벽하게 바꾸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정의당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니까 과도한 욕심을 내지 말자, 다만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함몰되는 순간 정치개혁은 물 건너 간다, 최소한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전제 속에서 당의 이익을 얘기하자고 저는 일관되게 말했다. 지금 생각보다 합의를 일찍 해내니까 4당 합의가 수월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저는 과감한 국회개혁을 선행 또는 병행 추진하면서 그것을 전제로 의석수 확대, 비례제 강화를 좀 더 완벽하게 추진하고 싶었다. 그런데 과감한 국회개혁이 선거제도 개혁만큼 힘들다. 저는 운영위원회 소관인 국회법도 정개특위로 달라고 했는데, 결국 못 받아냈다. 국회법을 정개특위로 가져와 선거제 개혁과 연동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과감한 국회개혁을 제시하면서 의원 정수 확대를 밀고 가고 싶었는데, 국회개혁을 하지 못함으로써 의원 정수 확대도 5당 차원 합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그걸 반대하고, 집권당(민주당)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니까, 결국 ‘국민을 이기는 제도개혁’은 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300석으로 타협했다. 자유한국당까지 참여한 협의 테이블이 마련됐다면 의원정수 확대가 가능했으리라 본다. 왜냐면 지난해 12월 15일 여야합의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직하지 않게 말하는데, 증감이 아니고 비례확대·의원정수 확대 10% 안에서 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이 논의에서 빠지면서 의원정수 확대는 더는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운영위 소관일 수 있지만, 국회의 어떤 부분 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제가 해보니까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의원은 해먹을 만하다. 국회의원은 힘이 센데 국회는 힘이 약하다. 단적으로 개헌 얘기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걸 동의하더라도 현재 국회 시스템에선 가져올 수가 없다. 당장 예산권 가져오려면 기획예산처를 국회 예산청으로 만들어야 한다. 입법권 가져오려면 미국 의회 조사국처럼, 국회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풍부한 인프라를 갖춰야 된다. 그런 것 없이 권한만 가져온다고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국회는 의원 개인의 영역을 확대하는 일만 해 온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예산처를 강화하는 노력보다 의원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보좌관 수를 늘리는 식으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의식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이번에 일차적으로 국민의 3대 불신인 세비, 의원 외유, 제 식구 감싸기를 확실하게 해소하고 일하는 국회 만들 개혁안을 내고 싶었는데 안 됐다.”

―4당 합의안인 ‘지역구 225석 + 권역별 연동형 비례 75석’ 관철이 목표인가?

“4당이 비례성·대표성 강화라는 전제 속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고차방정식에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향후 협상에 들어오는 게 관건이다. 그러면 여야 4당 합의안이 보완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협상을 끝내 거부한다면 현재 있는 틀이 끝까지 갈 것이다.”

―결국 지역구 없어지고 금배지 떨어지는 의원들이 반대하면 4당 합의안이 본회의를 통과 못 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은 우려한다.

“여야 4당이 당 대 당 합의로 추진한 개혁이 그 당 소속 의원 개인에 의해 좌초해서는 안 된다. 결국 각 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선거법 4당 합의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인가?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은 다 30년 된 개혁과제들이다. 이런 매우 전략적인 개혁과제를 민주당이 특정 국면 타개를 위한 정치적 전술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지금 그런 걱정이 없지는 않다. 패스트트랙 이후는 민주당의 확고한 선거제도 개혁 의지에 달려 있다.”

―4당 합의안이 나오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국면은 언제였나?

“합의 이전에 난감한 국면이 먼저 있었다. 작년 12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는 당론이 아니다, 우리는 권역별이지 연동형 아니다, 이렇게 구별할 때 정말 당혹스러웠다.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됐고, 그래서 손학규·이정미 대표가 농성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100% 연동형은 어렵다며 동의할 수 있는 부분적 개혁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한 것으로 이해되면서, 선거제도의 현실적 협상 수준과 합의 수준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민주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혁에 기대치를 낮췄다는 얘긴가?

“협상 수준, 여야 4당 단일안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국회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정개특위 활동과 삼성-반올림 중재 활동과 관련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신소영 기자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나?

“누굴 만나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가 의원 102명을 만났는데, 열심히 말씀드리면 ‘그게 되겠어?’ ‘쟤들이 할 것 같아? 결국 안 한다고’라며 다들 회의적으로 봤다. 제 임무는 작은 샘물들에 물길을 내서 이걸 하나로 모아 가능성의 호수를 만드는 것이었다. 솔직히 의원 열 명을 만나면 하루에 10번도 좌절해봤다. 조금이라도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분들의 흐름을 집약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 논란은 예상했던 변수인가?

“대한민국 정치는 일기예보와 같다는데, 저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 예상 못 했다. 하지만 협상의 구조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본다. 선거제도는 민주평화당이 간사는 아니지만 거기까지 참여해 4당 협상 구조를 만들어 조정했다. 한쪽에서 다른 주장 하면 (나머지) 세 쪽이 설득하면서 만들어 간 것이다. 공수처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도 저는 여야 4당 티에프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사법개혁특위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사에게 위임하는 것처럼 돼서…. 결국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 개인 소신이 판을 흔들게 된 것이다.”

―정개특위가 6월에 종료되면, 이후 선거법 패스트트랙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일단 국회입법조사처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위가 종료되는 일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다. 안전행정위로 가서 나머지 180일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 정개특위는 의결권을 가졌기 때문에 종결되면 상임위도 종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맞선다. 유권해석을 들어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에 반발해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외치는 걸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저 구호가 상징하는 것은 탄핵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80% 국민이 요구하고 최고의 헌법기관이 결정한 것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저는 이번에 국회를 점령한 초유의 사태가 단지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탄핵의 정치적 의미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탄핵을 계기로 건전한 보수세력으로 개혁되길 바라지만,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가 점령한 상태다. 탄핵을 정치적으로 전복하려 한다는 건, 그런 헌정유린 국정농단의 역사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패스트트랙 과정에서의 의원 고소·고발 건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력을 발휘해,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서는 서로 무마하고 가면 좋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없고, 타협의 의미도 없다. 친고죄가 아니라서 우리가 고소·고발을 취하해도 검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다. 2012년 이 법을 만들 때 아무리 충돌하고 싸우더라도 회의를 막아서야 되겠냐, 이 싸움판 정치에서도 의회민주주의 마지막 버팀목으로 아주 강력한 처벌 조항을 둔 것이다. 이 문제를 패스트트랙에 대한 정치적 타협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월권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해법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이 제도는 의회민주주의의 최소한의 버팀목이다. 도대체 어느 정당이 마음대로 인심 쓰듯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떤 정치세력도, 그 누구도 이것을 정치적 해법의 소재로 삼을 수 없다.”

―2013년 처벌 조항을 만들 때 당시 야당으로 너무 처벌이 세다고 우려하지 않았나?

“그랬다. 법 통과 땐 진보정당까지 발언권이 제약되고 (당시) 교섭에서도 배제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 법 제정 이후에는 자기희생적 행동을 했지, 자유한국당처럼 이런 식으로 무도하게 (의회를) 점거한 건 없다.”

―정개특위 소관이긴 한데, 공수처법도 논란이 많은 문제다. 문무일 총장은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봐야 하냐.

“선거제도는 정당 간 이해관계가 걸려있기에 매우 힘들지만 정당 간에 조정하면 된다. 검경수사권이나 공수처법은 정치 바깥의 검찰·경찰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니 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 저까지 공수처법은 같았다. 수사권·기소권까지 갖춘 공수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저는 그런 입장이다. 야당은 야당탄압 도구가 된다고 비판하는데 저는 검찰·경무관급 이상 경찰 제외하고는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야당탄압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성립이 안 된다고 본다. 또 공수처장 임명에 대해선 대통령이 거의 권한을 내놓다시피 한 것이다. 공수처의 중립성 독립성은 충분히 이번 안에 보완돼 있다고 본다. 오히려 의원, 대통령 친인척, 장관 등 고위공직자 범죄에 기소권 주지 않은 건 미흡한 수준의 타협안이다. 야당탄압이라며 국회의원 범죄를 배제했는데, 야당탄압이 아니라 공수처 취지 자체가 훼손된 것이다. 그런데도 일단 이번엔 공수처 만들어 출범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이후 진행해 나가면서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를 넘었던 정의당 지지율이 지금 한자릿수에서 답보 상태다. 왜 그런가?

“원래 양당 대결 구도가 격화하면 제3지대가 협소해진다. 그렇기에 정의당은 이 양당 체제를 대체할 비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족한 게 많다. ‘정의당 데스노트’, 평화·안보에서 초당적 협력을 하고 민생경제에서 비판자·견인차 구실을 한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실패와 관련해선 정의당의 역할이 굉장히 미흡했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며 미소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민주당 2중대론’을 자유한국당에서 집요하게 말한다. 정의당이 정부여당에 너무 우호적인 게 아닌가?

“정의당이 국민의 배타적인 한 표를 얻기 위해선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뚜렷해져야 한다. 정의당은 더는 미래 정당이 아닌 기성 정당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양당 체제를 대체할 대안세력으로 확고한 면모를 갖춰야 한다. 국민의 긍정적 평가는 정의당이 없으면 개혁이 실종될 것 같다는 개혁의 견인차, 그다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판단자로서 이미지다. 집권 대안세력으로선 국민에게 뚜렷하게 각인돼 있지 않다.”

―총선까지 정의당이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실패를 대체할 민생경제 전략에 대해 구체적 비전과 대안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또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들을 충원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일이다. 개방형 공천으로 총선 후보들을 확대하려 한다. 제가 당에서 ‘더이상 정의당이 주관적인 도덕주의나 어떤 선명성에 갇혀 변방에서 자족하는 그런 정당이어선 안 된다, 우리가 주장해왔던 가치와 비전이 시대정신이 된 만큼 이제 과감하게 중원에서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우리가 그동안 대중정당을 표방해왔는데, 이제 제2의 대중정당으로서 과감한 개방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지금 당을 대대적으로 개방해 명실상부한 대안 권력으로 발돋움하는 그런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당일 밤 회의진행을 보며 심상정 위원장이 어떻게 평정심 유지할까 궁금했다. 원래 차분한 성격인가, 아니면 특별히 다른 노력을 했나.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그날 회의가 너무 중요하고 정치적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소명감을 갖고 임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방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 안에서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위원들이 맡은 역할정치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분들도 본인의 소신보다 당 차원에서 주어진 역할극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달라.

“많은 사람이 선거법은 안 된다, 정말 되겠냐고 얘기할 때 제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른 게 있었다. “그래, 안되면 어떻게 할 건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가 그 정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이 길로 가야 하는 것밖에 없는데, 안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래서 많은 분 만났는데,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정당을 초월해 같은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공감대가 크구나, 다만 그 공감대보다 워낙 오랜 세월 누적된 특권이나 기득권 논리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도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사태를 키움으로써 오히려 선거제도 개혁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본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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