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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 겸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한돈협회 회장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주제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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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정현규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부 대응팀 방역 전문가
“멧돼지 통해 직접 옮기면 통제 어려워 골치
실태조사 벌이고 이동경로 최대한 차단해야
북한 5월 발생 때 지원 제안했지만 묵묵부답
답 오면 남북 양돈 재건 위해 언제든 나설 것
돼지열병 36년 만에 벗어난 스페인 백신 박차
빨라야 2~3년 걸려…최대한 버티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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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 겸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한돈협회 회장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주제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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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확진된 것은 지난달 16일이었다. 경기 파주에서 시작된 뒤 연천·김포, 인천 강화에서 잇따라 발병해 13건으로 늘었다. 이달 2일과 3일 경기 북부 지역인 파주와 김포에서 4건 추가된 뒤 잠시 소강 국면이나, 방역 당국과 양돈 농가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의 혈액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뒤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져 있다. 이 병의 주요 매개체일 수 있는 멧돼지의 이동을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티에프(TF)팀에 방역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는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 겸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장은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두고 “큰 골칫덩어리를 하나 안고 가는 셈”이라며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남북협력은 여전히 필요하며, (멧돼지 문제로)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한돈협회 회장실에서 두 시간쯤 이뤄졌다. 양돈 농가, 방송사 등 곳곳에서 연신 걸려오는 문의 전화 탓에 대화는 자주 끊겼다.
― 비무장지대에서 감염 멧돼지가 나왔으니 돼지열병은 북한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하는가.
“여전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왔을 가능성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단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
― 원인 규명이 끝내 안 되고 미궁에 빠질 수도 있는가.
“구제역 발생 때도 원인이 밝혀진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역학 조사라는 게 대개 감염 상황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정도다. 매개체가 차량일 수도 있고, 사람이거나 물건일 수도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건 확실한데, 교류관계로 보면 중국, 베트남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 발병 지역이 남북 접경지라는 점으로 봐도 북한 요인에 무게를 둬야 하는 것 아닌가.
“남북 접경지이기도 하지만, 지리적으로 인천공항에서 가깝고, 외국인들이 많다. 고양·파주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 양돈장에서 일하는 인력의 70%가량이 외국인이다. 이들을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밖에서 누구를 만났는데도 얘기를 안 하면 원인 불명으로 될 수 있다.”
정 대표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답답하다”며 멧돼지에 따른 확산 가능성을 무엇보다 크게 걱정했다.
“멧돼지가 ‘남방 한계선’ 철책선을 직접 넘어올 수는 없고, 멧돼지 폐사체의 바이러스가 쥐나 새, 파리 같은 매개체를 통해 남쪽으로 퍼질 수는 있다. 비무장지대가 오염됐다면 가능성이 좀더 높아졌다고 본다. 폐사체의 일부나 오염된 토양, 잔반이 강물을 따라 흘러들었을 수도 있고.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게, 이 병의 잠복기가 3일에서 3주일이다. 아직도 잠복기 안에 있고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상황인데, 아직 첫번째 발생(첫 신고가 아닌 첫 발생) 농장을 못 찾았다.”
― 첫 발생 농장을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래야 연관성을 찾는다. 그 1번을 끝내 못 찾는 경우도 많다. 발병 돼지의 피를 다 뽑아놓고 조사하는데, 구제역과 달리 이 병에 걸리면 빨리 죽는다. 면역 형성이 되기 전에 죽기 때문에 역추적을 통해 어느 쪽에서 먼저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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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오전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 농장에 들어가는 길목 들머리에 방역 관계자들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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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개발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인가.
“여러 나라에서 연구 중인데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프리카돼지열병표준연구소가 그래도 가장 앞서 있다. 실험상 90% 이상 방어하는 것으로 국제 학술지에 발표까지 돼 있다. 지금은 안전성 실험을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쯤 안전성 테스트를 끝내면 일반 회사로 넘어가서 또 실험을 거치고 유럽연합(EU) 허가를 받는 데 1~2년,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또 시일이 걸린다.”
― 4~5년쯤 걸린다는 얘기인가.
“상업성이 인정되고 투자가 일어나면 더 빨리 될 수도 있을 거다. 기대대로 진전되면 짧으면 2년, 길면 5~6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 지금 단계에선 원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 이상 퍼지는 걸 막는 일이 중요한 것 아닌가.
“어디서 왔느냐는 것보다 농장 간 왜 전파됐는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차량 쪽에 제일 무게를 두고 있다. 차량은 어떻게든 직간접으로 다 연결된다.”
― 수도권 아래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돼지나 축산 차량의 이동은 막을 수 있는데, 관련된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고 오가는 것까지는 못 막는다. 위험 요소라 볼 수 있다. 특히 매몰 작업에 동원되는 일용직 분들이 용역회사를 통해 들어오는데, 일을 마치고 난 뒤까지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일 안 하는 시간까지 잡아두거나 일당을 줄 수 없으니 제일 위험한 요소다. 그 사람들이 밤에 시내 나가는 걸 막을 수도 없고. 매몰 작업에 쓰이는 통(FRP)을 싣고 온 차량과 기사들 발길도 마냥 묶어놓을 수는 없다. 소독 과정은 거치지만 100% 방역은 없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다.”
― 차단하기 힘들다는 얘기로 들린다.
“최대한 거르고 소독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벌이는 방역 작업 이상으로 개별 농장 단위로 방역 작업을 철저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농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단위이니 자체 방어할 수 있다. 농가들 대상으로 교육을 많이 했는데 아직은 미흡하다. 돈사(돼지우리) 밖에 울타리를 별도로 설치한 농가 비중이 10% 정도다. 농장에 외국인이 많은 현실도 약점이다. 돼지를 키우고 소독하는 게 그 사람들인데, 숙련도가 떨어지고 한국어를 잘 모르니 어렵다. 산업 유지를 위해선 어쩔 수 없으나 생산성이나 방역에는 큰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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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거점 소독 시설 현장.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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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차원의 대처는 어땠다고 평가하는가.
“현재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잘 지켜지려면 농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통한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 지금 보상책은 어떤 수준인가.
“살처분 때 발병 농가는 80%, 미발병 농가는 100% 보상하는데, 부족한 면이 있다. 키우던 돼지를 시장 가격에 따라 80~100%까지 받는 것인데, 처분 뒤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다. 비발병 농가들이 억울해하는 지점이다.”
이즈음 전화가 와서 한참을 통화했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연천 농가라고 했고, 까마귀, 까치, 폭죽, 방조망, 고양이 따위 단어들이 들렸다.
“새가 이 질병을 옮기는 거 같다고 한다. 죽은 멧돼지를 뜯어먹은 까마귀, 까치가 퍼뜨리는 것 같다는 얘기다. 왜 농가들이 새를 못 오게 하는 그물(방조망)을 안 치는지 답답하다고 한다. 그분은 돈 주고 사서 설치했고, 농가당 30만원 정도면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 북한에선 5월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작 남북협력을 해야 했다는 얘기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 일찌감치 그 얘기가 나왔고 제안도 했는데, 북한에서 답이 없었다.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숨기고 싶었을 수도 있고. 통일부에서 제안할 때 준비 작업에 참여했다. 지원 약품, 물품 목록까지 다 준비돼 있다. 대답만 오면 지금도 바로 언제든 나설 수 있다.”
― 지금이라도 협력이 필요한가.
“당연하다. 남북협력은 여전히 필요하고, 더 중요해졌다. 비무장지대는 남북한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 양쪽 다 불안해서 양돈하기 힘들어졌다.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 전역에 퍼졌더라도 살아남은 경우가 있을 거다. 비무장지대에서 발병 멧돼지가 발견되는 순간 남북협력은 더 절실하게 됐다. 남북 양돈 산업의 재건이나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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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규 대표가 <한겨레> 인터뷰 중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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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대응 때 이동제한 48시간은 너무 짧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선택의 문제다. 더 길게 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사료 차가 이동을 못하고 도축장에도 못 가는데 새끼는 날마다 태어난다. 돈사에 똥이 쌓이고 호흡기 질병이 생긴다. 또 사료 공급을 못 받아 정상 돼지들이 굶어 죽어나가는 일이 생긴다.”
― 중국에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역 작업에 문제가 있었는가.
“세계에서 제일 실패한 사례다.”
― 자연조건 탓이었나.
“정부 정책의 실패와 국민 의식의 문제였다. 가축 질병에 보상해주는 제도가 없다 보니 신고하지 않게 된다. 이번에 부랴부랴 보상책을 만들었는데, 보상가가 아주 낮다. 이상 증상이 있으면 신고를 않고 재빨리 팔아버린다. 밀도살도 많다고 한다.”
― 최악 사례가 중국이면, 반대로 잘된 곳은?
“스페인이다. 36년 만에 청정화 선언했다. 1960년대에 발병했고, 1995년에 청정화를 선언했다. 멧돼지를 통해 옮기는 단계로 가버리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았다.”
― 이제 우리도 멧돼지가 문제 되는 것 아닌가.
“멧돼지 실태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멧돼지를 통해 직접 옮기게 되는 순간, 통제하기가 어렵다. 산을 타고 다니고, 죽어도 발견이 잘 안 된다.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동경로를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 살처분 방식에 비판도 있는데.
“매몰 처리나 방역 작업에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또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것이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금은 통에 넣어 처리한다. 지하수 오염은 안 시킨다. 지금으로선 제일 적당한 방법이다. 3년 정도 지나면 뼈만 남는다. 일반 개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방역 작업에 이해와 협조는 필수다. 외국에서 불법 축산물을 갖고 들어오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고기값이 떨어져 걱정인데, 안심하고 드시라는 말씀, 드린다. 농가나 방역 담당자들을 비판하더라도 격려를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
정 대표는 인터뷰 마무리 즈음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양돈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버텨야 한다”며 “이는 양돈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전후방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을 일컫는다.
“고기야 수입해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한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에 세계 돼지의 절반가량인 4억3천만 마리가 있었는데, 이번 병으로 2억 마리가 죽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키우는 7천만 마리를 중국에 몽땅 수출한다 해도 (공백을) 못 채운다. 수입 길이 막히는 것이다. 또 사료업, 사료나 고기의 운반업, 슈퍼마켓 정육점 코너, 삼겹살집을 비롯한 음식점까지 얽힌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실업자가 쏟아져나올 수 있다. 중국에서도 돼지열병에서 비롯된 가장 큰 문제는 실업이었다. 양돈 농가의 어려움은 오히려 간단한 문제다. 연관 산업이 무너진다는 게 무서운 일이다.”
kimyb@hani.co.kr
정현규 대표는 누구
수의학과 졸업 뒤 8년간 직접 돼지 키운 ‘현장형 전문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부터 경기도 이천 돼지농장(제일종축)에서 8년 동안 돼지를 길렀다. 돼지농장에서 똥 치우는 일부터 시작해 농장장까지 하고 나온 이때의 경험이 그 뒤 돼지 생태와 질병을 연구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일본 돼지질병진단센터에서 돼지 공부를 추가로 했고, 석·박사 과정은 강원대에서 마쳤다.
1992년 말부터 도드람양돈농협과 인연을 맺어 현재 농협 소속 동물병원장과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도드람농협을 이루는 640곳 양돈농가에서 키우는 돼지는 200만마리에 이른다. 6300농가, 1100만마리에 이르는 전국 양돈산업에서 10%(농가 수), 20%(돼지 수)를 차지해 양돈농가 협동조합으로는 제일 크다. 한수양돈연구소는 농협과 양돈농가들이 반씩 투자해서 설립한 주식회사 형태의 연구기관이다. 돼지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주한수 박사에서 따온 사명이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뒤 꾸려진 정부 티에프(TF)팀, 범부처 회의, 국회 특별위원회에 방역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양돈농가 대표 단체인 대한한돈협회의 질병 자문역으로도 활동한다. 아들인 정종화 한수양돈연구소 대리와 함께 올해 4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돼지배움터>에서 양돈인들에게 돼지 생태와 질병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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