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다. 이번 집회는 서울, 부산, 대구, 전주, 순천 등 10여개 지역에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외치면서 당면한 기후위기의 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상황을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이러한 집회가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등 서구 국가들에서부터 솔로몬제도처럼 해수면 상승 위기를 겪는 나라들에 이르기까지 150여개국 청소년 400만명이 참가한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졌다.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에 침묵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들에게는 미래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어야 한다!” 미래 희망을 가져야 할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절규하는가?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1도 올랐다. 이에 대해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계적 기후학자들의 모임인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의하면 실제 문제는 매우 엄중하다. 이들은 지구 기온이 1.5도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미 1도가 올랐기 때문에 대재앙이 오기 전까지 0.5도 남았다. 앞으로 20년 뒤인 2040년에는 이런 상황에 돌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재난은 벌써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의 열대 산림이 불탔고, 거대한 양의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권에서는 빙하 추모제가 열렸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허리케인과 태풍은 더 강력하고 빈번하게 발생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앞으로 북극 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땅속 메탄가스로 온실가스 농도는 급증하고, 극지방 빙하가 녹고 나면 태양열 흡수가 증가하여 기온이 더 빨리 상승할 것이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기후변화와 환경 재난에 긴급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학교 수업만 받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도심 거리에 드러누워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종말을 경고하기 위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도 북극곰처럼 멸종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요구와 행동이 청소년 환경운동의 상징인 툰베리가 제안한 ‘기후파업’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세계적 화제다. 툰베리는 지난 22일 비공식 ‘청소년기후정상회의’와 23일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미래세대보다 수익에 더 관심”을 가지는 기업과 정부를 질타했다. 그리고 조속한 기후위기 대책의 마련을 촉구하면서 기후파업은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사회체제에 순응하는 교육을 거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툰베리와 함께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파업’은 새로운 혁명을 시작하는 작지만 절실한 ‘생태적 반란’이라 하겠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런 질타와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회의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고 평가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60여개국 정상들은 자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별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신문은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다자주의가 위축되고, 권위주의 정부가 득세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저탄소 발전 전략을 소개하고, 녹색기후기금 공여액 증액과 녹색성장을 위한 국제 포럼인 ‘피포지’(P4G) 정상회의 개최 계획 등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인식도 매우 의문스럽다.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이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지만, 정부 계획은 18.5%에 불과하다. 국제환경회의 개최보다 더 절실한 것은 실제 계획과 실행이다. 인류는 기후 변화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고통스러운 전망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지구적 차원의 대응은 개별 국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진 채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사회학자 벡에 의하면, 기후위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에 그 피해와 비용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성세대는 툰베리의 분노 어린 주장을 뼈저리게 새겨들어야 한다. “미래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우리 세대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칼럼 |
[최병두 칼럼] 기후위기와 미래세대의 반란 |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다. 이번 집회는 서울, 부산, 대구, 전주, 순천 등 10여개 지역에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외치면서 당면한 기후위기의 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상황을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이러한 집회가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등 서구 국가들에서부터 솔로몬제도처럼 해수면 상승 위기를 겪는 나라들에 이르기까지 150여개국 청소년 400만명이 참가한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졌다.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에 침묵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들에게는 미래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어야 한다!” 미래 희망을 가져야 할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절규하는가?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1도 올랐다. 이에 대해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계적 기후학자들의 모임인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의하면 실제 문제는 매우 엄중하다. 이들은 지구 기온이 1.5도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미 1도가 올랐기 때문에 대재앙이 오기 전까지 0.5도 남았다. 앞으로 20년 뒤인 2040년에는 이런 상황에 돌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재난은 벌써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의 열대 산림이 불탔고, 거대한 양의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권에서는 빙하 추모제가 열렸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허리케인과 태풍은 더 강력하고 빈번하게 발생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앞으로 북극 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땅속 메탄가스로 온실가스 농도는 급증하고, 극지방 빙하가 녹고 나면 태양열 흡수가 증가하여 기온이 더 빨리 상승할 것이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기후변화와 환경 재난에 긴급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학교 수업만 받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도심 거리에 드러누워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종말을 경고하기 위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도 북극곰처럼 멸종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요구와 행동이 청소년 환경운동의 상징인 툰베리가 제안한 ‘기후파업’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세계적 화제다. 툰베리는 지난 22일 비공식 ‘청소년기후정상회의’와 23일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미래세대보다 수익에 더 관심”을 가지는 기업과 정부를 질타했다. 그리고 조속한 기후위기 대책의 마련을 촉구하면서 기후파업은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사회체제에 순응하는 교육을 거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툰베리와 함께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파업’은 새로운 혁명을 시작하는 작지만 절실한 ‘생태적 반란’이라 하겠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런 질타와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회의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고 평가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60여개국 정상들은 자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별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신문은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다자주의가 위축되고, 권위주의 정부가 득세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저탄소 발전 전략을 소개하고, 녹색기후기금 공여액 증액과 녹색성장을 위한 국제 포럼인 ‘피포지’(P4G) 정상회의 개최 계획 등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인식도 매우 의문스럽다.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이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지만, 정부 계획은 18.5%에 불과하다. 국제환경회의 개최보다 더 절실한 것은 실제 계획과 실행이다. 인류는 기후 변화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고통스러운 전망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지구적 차원의 대응은 개별 국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진 채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사회학자 벡에 의하면, 기후위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에 그 피해와 비용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성세대는 툰베리의 분노 어린 주장을 뼈저리게 새겨들어야 한다. “미래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우리 세대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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