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앙코르와트 사원 공연이 9일 밤(현지시간) 앙코르와트 사원 안 160여 미터에 이르는 동쪽 회랑과 250여 미터의 전방 숲길을 무대로 열려 한국 광주와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 학살된 민중들의 혼을 달래는 마무리 장면이 진행되고 있다.씨엠립/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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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광주까지
앙코르-경주 문화엑스포 폐막공연
<이순간>은 오늘의 이슈를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곳입니다. 지난 11월 종이신문에 새로 생긴 <이순간>은 한 장의 사진을 한 면에 꽉 채워 쓰는 방식과 여러 장의 사진으로 포토스토리를 꾸미기도 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06’의 폐막 특별공연작으로 공연된 <만달라의 노래>는, 400년 역사의 와트보사원 승려 100여 명의 긴 행렬로 관객들의 눈을 고정시킨 뒤 막이 올랐다. 동문회랑 사이사이에 선 그들의 게송(염불)음이 어두운 앙코르와트 주변 숲을 메우며 분위기를 돋웠다.
배우 최원석, 최경원, 백은정, 유학승, 장재승, 문형주는 너울대는 바람결 하나에도 온몸의 신경을 불사르며 죽은 영혼들을 달랬고 무용가 박호빈과 최수진은 시원스레 사방을 메우는 몸짓으로 살풀이를 열었다. 최종범의 최첨단 영상퍼포먼스가 사원 벽 전체를 내내 수놓았고, 소리꾼 이자람은 특유의 판소리음으로 쥐락펴락 감정의 선을 이끌었다. 시인 조병준은 통음의 울림으로 배우로서의 첫 무대를 풀어냈고, 80년대 생 타악연주자 김홍식과 이향하의 북소리가 묵직하게 이어졌다.
절정의 순간은 거듭남의 순간이었다. 음악감독 박영란의 고운 피아노 선율이 퍼지면서 설치미술가 김광우가 흙과 소금, 숯으로 만든 지름 10미터의 만달라 형상에 불길이 채워지면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모두가 씻김의 통로로 들어서는 체험을 했다. 이윽고 와트보사원의 위탁청소년 80여 명이 촛불을 들고 입장했다. 이들이 캄보디아 민중들이 가장 아낀다는 모두가 행복하자는 의미의 노래 <아 라삐야>를 부르자 장엄한 진혼굿의 울림이 앙코르 숲을 가득 메웠다.
“그들을 울려서는 안됩니다. 그것만은 안될 일이어요.” 이 공연을 연출한 연출가 김아라(50)씨가 배우들에게 요구한 한 마디였다. 비슷한 시기에 겪은 양국의 아픈 과거 속에 사라진 이름 없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낸 작품이 행여나 죽은 영혼들을 다시 한 번 울릴까 두려워 오히려 배우들의 감정몰입을 억누르려는 연출이었다. 배우들에게 그런 주문을 하면서도 연출가 역시 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씨엠립/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와트보사원의 승려 100여 명이 동문 회랑을 향해 행렬을 지어 걸어가고 있다.씨엠립/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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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트보사원에서 맡아 키우고 있는 80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두가 행복하자는 의미의 노래 를 부르고 있다.씨엠립/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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