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4 19:27
수정 : 2014.08.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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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엽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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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고초 공점엽 할머니의 94번째 생신
공점엽 할머니가 14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집에서 아흔네번째 생일을 맞아 ‘공점엽 할머니와 함께하는 해남나비’(이하 해남나비) 회원들이 마련한 케이크를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공 할머니는 1935년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중국 해성(랴오닝성 하이청)으로 끌려가 상하이, 하얼빈 등지에서 고초를 겪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다. 지역 생협과 종교인, 시민들로 구성된 해남나비는 지난해부터 매주 공 할머니를 방문해 함께 나들이도 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처음부터 이 모임에 함께한 이명숙 한울남도아이쿱생협 이사는 “할머니의 상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역사의 아픔이라는 생각에 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워매 워매 아조 맛나네, 참말로 그 맛이네!”
촛불을 끈 뒤 저마다 마련해 온 음식들로 작은 잔치가 벌어진다. 할머니가 깡다리 조림을 한 젓갈 입에 넣으시고는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얼마 전부터 드시고 싶다던 그 음식이다. 사람들은 깡다리가 무어냐 물어물어 ‘황석어’를 일컫는 방언이라는 걸 알아냈지만, 아뿔싸 황석어 철이 아니다. 지혜를 모은 이들이 작은 조기를 깡다리 조림처럼 요리해 가져온 것. 이날 아흔네 해 동안 겹겹이 파인 주름 가득한 얼굴에 함박웃음이 넘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지난해 생사를 오갈 만큼 지병으로 큰 고생 하시다 이렇게 정정하게 생신상을 받으시니 참말로 기적 같다”며 가슴 뭉클해했다. 그리고 또렷한 할머니의 노래를 듣던 이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사랑하는 할머니, 내년에도 건강하게 생일상 받아주세요!”
해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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