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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1 14:42 수정 : 2016.10.21 16:23

구미시 생가 민족중흥관 ‘최첨단 돔’에 신격화
60억 들려 지은 새마을회관은 문 꼭꼭
주변에 또 866억 새마을테마공원 땅파기
내년 탄생 100년 맞아 ‘과오 묻지마’ 미화 작업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마련된 민족중흥관을 찾은 시민들이 12일 오후 227제곱미터 너비의 돔영상실에서 아시아 최초 하이퍼돔시스템과 실사로 만든 박 전 대통령 관련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2017년 11월14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 되는 날이다. 그 100주년을 맞아 각 지자체와 기관 등 곳곳에서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을 벌이는데, 공과를 살펴 역사의 교훈을 찾아내기보다 저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해 그 시기의 향수를 부추기고, 그의 우국충정을 칭송하기에 바쁜 듯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북 문경서부심상소학교(현재의 문경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37년 4월부터 3년간 머물렀던 하숙집은 `청운각‘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청운각 한 가운데 마련된 사당에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영정이 걸려 있다.
경북 구미시 사곡동의 경북새마을회관. 13일 오전 임시 휴관 등의 공지 없이 불이 꺼진 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마련된 민족중흥관을 찾았다. 아시아 최초 하이퍼돔으로 설계됐다는 지름 15미터의 돔스크린에 14개의 카메라가 박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과 업적 등을 쏟아낸다. 서울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 위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솟아오르고, 활짝 피는 무궁화 사이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떠오르는 광경이 쉴 새 없이 이어지니 10여분간 영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하다.

경북 구미시 사곡동의 경북새마을회관. 13일 오전 임시 휴관 등의 공지 없이 문이 닫혀 있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민족중흥관 전시실 로비에 비치된 홀로그램 영상 시설 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비치고 있다.

반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경북의 위상을 제고하고 경북 새마을운동의 활성화 및 자립화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2008년 경북도와 구미시, 정부의 세금 60억원을 들여 만든 경상북도새마을회관은 조용했다. 건물 활용도를 높이려 지난해 애초 건설 취지와는 상관없는 예식장과 골프연습장으로 리모델링했지만 여전히 한산하다. 평일인 지난 13일 회관 2층에 마련된 새마을역사관을 찾았으나 임시휴관 공고도 없이 전시관 전등이 모두 꺼져 있다. 상황이 이런데 구미시는 인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 다시 총사업비 866억원을 투입해 새마을 테마공원을 짓고 있다.

경상북도 구미시 광평동 철로변 도시숲 6.4km 구간에 조성된 박정희 전 대통령 등굣길. 박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세워진 동상 중 이 지게 동상은 에도시대 중기 일본의 유명한 농정가인 니노미야 손토쿠의 어린 시절 동상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원금을 포함해 총 6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 8월말 확장 개장한 박정희 장군 전역 공원 진입로에 대형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철원군 농민회는 공원 조성 시작 전부터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경북 문경서부심상소학교(현재의 문경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37년 4월부터 1940년 3월까지 거처했던 하숙집은 현재 ‘청운각’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3년이나 머무른 하숙집이라는 사연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올해 개원 50주년을 맞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서울 성북구 본원에 기념공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노른자위 땅에, 개원 당시 설립증에 서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자라며 그의 동상을 세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설립 50주년 기념조형물 공모 과정을 통해 건축가 이정훈의 ‘메디테이션 파빌리온’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초대 소장을 지낸 최형섭 박사의 어록을 담아 ‘인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고된 과학자의 길을 담담하게 사색하는 공간’으로 표현한 이 조형물은 50주년 기념공원과 한참 떨어진 호숫가에 세워졌고, 애초 이 호숫가에 세워졌던 조선 세종대 과학자 장영실의 동상은 통행량이 적은 정문 초소 옆으로 옮겨졌다.

전북 김제시가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녀간 곳에 극존칭으로 쓰인 방문 기념비를 세운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들이 “과도한 미화”라며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18일 찾은 전북 김제시 월촌 양수장의 표지석.
전북 김제시 흥사동 백산관망대 들머리에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하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뒤늦게 극존칭으로 쓰인 방문 기념비를 세운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들이 “과도한 미화”라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는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하루 다녀간 곳에 극존칭으로 쓰인 방문 기념비를 세워 반발을 샀다. 김제시 관계자는 “박정희라는 개인에 대한 기념비가 아니라 표지석으로서, 지역발전의 중요한 전기가 됐던 국가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3~4년 전부터 계획해 세운 것”이라지만, 막상 찾아본 현장에서는 짧은 비문과 주변 어디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 이외에 관련 사업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관 옆에 마련된 ‘KIST 50주년 기념공원‘ 한복판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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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으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꼽는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는 군사쿠데타를 통해 국민이 선거로 뽑은 정부를 내몰았고, 유신을 선포하며 우리나라를 30년에 걸친 군사독재 국가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은 분리할 수 없다. 보고 싶은 면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일만 기록하는 역사는 반쪽 역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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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문경 김제 철원/글·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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