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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3 11:24 수정 : 2017.06.23 15:55

지난 15일 울산광역시 남구 효문동 동진오토텍 공장. 휴업 뒤로도 매일 출근해 이곳을 지켜온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에는 저마다의 외침을 담은 손팻말이 들려 있다. 무덤처럼 불 꺼진 공장에서 손을 흔드는 저들은 유령이 아니다. 간절하게, 인간답게 일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불꺼진 공장 지키는 동진오토텍 노동자들
노동조합이 죄인가요?

지난 15일 울산광역시 남구 효문동 동진오토텍 공장. 휴업 뒤로도 매일 출근해 이곳을 지켜온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에는 저마다의 외침을 담은 손팻말이 들려 있다. 무덤처럼 불 꺼진 공장에서 손을 흔드는 저들은 유령이 아니다. 간절하게, 인간답게 일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동진오토텍은 하청업체가 납품한 부품을 완성차업체의 생산 일정에 맞춰 실시간으로 운송하는 업체다. 이런 하청업체를 특별히 ‘서열업체’라고 부른다. 1991년 울산에서 창립한 동진오토텍은 현대글로비스의 17개 하청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흑자기업이었다. 하지만 이곳 노동자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근속연수와 무관한 임금체계 탓에 장기근속을 해도 박봉을 면치 못했다. 연차휴가는 회사가 쉬는 날에 맞춰 강제로 써야 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을 세웠다. 울산지역 서열업체 가운데 최초였다.

사실상 폐업 상태인 공장은 멈췄으나, 원청인 현대글로비스의 부품 출고 지시가 내려오는 컴퓨터 모니터는 환하게 켜진 채다.
사실상 폐업 상태인 공장은 멈췄으나, 원청인 현대글로비스의 부품 출고 지시가 내려오는 컴퓨터 모니터는 환하게 켜진 채다.
가지런히 정렬된 채 출고 지시를 기다리는 자동차 유리창

노조가 설립된 뒤 회사는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를 들어 사실상 폐업에 들어갔다.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도급계약도 해지했다. 4월20일 마지막 조업 뒤 현재까지 ‘무기한 휴업’ 상태다.

가지런히 정렬된 채 출고지시를 기다리는 자재들.
가지런히 쌓인 채 출고지시를 기다리는 트레이들.

금속노조 동진오토텍지회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21일 공개한 동진오토텍의 ‘협력사별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시기가 이토록 공교로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문건은 “비정규직 노조가입자의 회사 동료 가입 권유 정보를 입수”할 경우 “반장→부서장→사장”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에 동시 보고”한 뒤 “노조 비가입을 지속적으로 회유하는 개인면담을 실시하고 작업장 내 단체 모임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건은 지난해 6월 작성됐다. 한술 더 떠, 노조 설립 직후인 지난해 12월 작성된 ‘비상상황시 대응 운영 방안’ 문건에는 파업에 대비해 “노조가입원 개별 면담(복귀 유도)” “동종사에 개인신상 공유(타 사업장 입사 차단)” 하라는 지침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는 “협력사 노조활동에 개입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멈춘 공장에 출근해 깊은 한숨을 내쉬는 동진오토텍 노동자 뒤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진으로 만든 노조 홍보물이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장 한 켠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동진오토텍 조합원.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지난 13일 ‘2017년 국제노동권리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캄보디아 등 11개국과 함께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5등급은 ‘노동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를 뜻한다. 2017년 우리 노동 현실이 받은 처참한 성적표다.

공장 들머리에 내걸린 손글씨들, 공장 회생을 염원하는 간절한 소망들이 쓰여 있다.

지난 15일 울산광역시 남구 효문동 동진오토텍 공장. 휴업 뒤로도 매일 출근해 이곳을 지켜온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에는 저마다의 외침을 담은 손팻말이 들려 있다. 무덤처럼 불 꺼진 공장에서 손을 흔드는 저들은 유령이 아니다. 간절하게, 인간답게 일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울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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